'PD수첩' 기성용 의혹 다뤄
추가 폭로자 등장해 직접 진술
이번에도 증거는 안 나와
'PD수첩' 일그러진 영웅편/ 사진=MBC 캡처
'PD수첩' 일그러진 영웅편/ 사진=MBC 캡처
증거는 이번에도 없었다. 초등학교 시절 성폭행 가해 의혹을 받고 있는 기성용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유지했고, 피해를 주장하는 측은 증거 대신 더 자극적인 발언으로 시선을 끄는데 그쳤다. MBC 시사교양프로그램 'PD수첩'에서다.

지난 16일 방송된 'PD수첩'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라는 제목으로 최근 스포츠계를 강타한 '학폭' 폭로 실태와 이를 둘러싼 논란을 다뤘다. 특히 기성용 사건 당사자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법무법인 현의 박지훈 변호사는 지난 2월 24일 "피해자 C씨와 D씨의 위임을 받았다"면서 이들의 주장을 세상에 알렸다. 당시 박 변호사는 "2000년 1월부터 2000년 6월까지 전남에 위치한 모 초등학교 축구부에서 현직 축구선수 A씨(기성용)와 B씨가 피해자 C씨와 D씨를 향해 참혹한 성폭행을 저지른 사건이 여러 차례 일어났다"고 밝혔다.

이후 A씨가 기성용이라는 이야기가 빠르게 확산됐다. 이에 기성용 측은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피해자 측은 "또 다른 증거도 갖고 있다"며 기성용을 압박했다. 하지만 "증거를 제시해보라"는 기성용의 인터뷰에 돌연 "고소하면 그 때 법정에서 밝히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 가운데 'PD 수첩'은 그간 있었던 이들의 주장을 소개한 뒤, 폭로자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박 변호사는 "C와 D의 피해 사실이 매우 구체적이다. 피해자들은 기성용과 B씨의 성기 모양까지 기억하고 있다. 구강성교를 할 때의 느낌까지 아주 비참한 심정으로 내게 이야기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동안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던 피해자 D씨가 등장해 새로운 진술이 등장했다.

D씨는 "물론 우리가 (또 다른 '학폭' 사건의) 가해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성용과 B씨로부터 당한) 피해 사실은 분명하다"며 "이재영 이다영 자매의 학폭 사태를 보며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이어 "항상 다함께 지냈던 축구부 숙소에서 (성폭행을) 당했다. 거짓 주장을 할 거면 (증인이 없는) 다른 곳에서 당했다고 하지 않겠느냐. 우리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항상 같은 자리에서 당했다. 내 말이 만약 거짓말이라면 모든 걸 다 내려놓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기성용의 법률대리인은 "피해자 측에서 고소를 말아달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추가 증거를 갖고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제시를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기성용도 최근 기자회견을 갖고 모든 의혹에 대해 재차 부인했으며, B씨는 'PD수첩'과의 인터뷰에서 "사실이 아니다. 화가 나는 정도가 아니라 황당하다"고 강조했다.

'PD수첩'은 또 "제작진은 기성용의 성폭행 의혹과 관련한 추가 제보를 받았다"며 "다만 언론이 아닌 법정에서 공개하기를 원하는 제보자의 뜻에 따라 지금은 공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결국 이날 'PD수첩'을 통해 새롭게 공개된 내용은 D씨의 일방적인 진술이 전부다. 이 과정에서 자극적인 발언이 나와 모든 시선이 그쪽으로만 집중되고 있다. 앞서 'PD수첩'이 기성용 사건 폭로자를 만났다며 기대감을 높였던 홍보에 비해선 다소 허무한 내용이었다.

정태건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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