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보이 "'쇼미9' 우승 후 걱정 덜어"
"우승 비결은 정신력, '쇼미4' 경험 덕"
"여친 체스카도 수고했다고"
"올해 솔로 정규 1집 발매할 것'
래퍼 릴보이/ 사진=텐아시아DB
래퍼 릴보이/ 사진=텐아시아DB
래퍼 릴보이가 Mnet '쇼미더머니9'(이하 '쇼미9') 우승 과정과 이후 바뀐 점을 되돌아봤다.

릴보이는 최근 서울 중림동에 위치한 텐아시아 인터뷰룸에서 만나 '쇼미9' 우승과 앞으로의 활동 계획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데뷔 후 가장 바쁘게 지내고 있다는 릴보이는 "가장 크게 달라진 건 팬들이 선물을 엄청 많이 보내주신다"며 "내 음악만 좋아하는 팬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총체적으로 좋아해주신다. 그런데 아직 팬들을 직접 만나지 못해 와닿는 게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우승했다고 상금으로 비싼 걸 사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남들이 볼 때나 제가 느끼기에도 똑같은 것 같다"며 "그냥 '음악하는데 걱정을 덜었다' 정도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결국 음악이라는 예술 활동에는 돈이 필요하잖아요. 어쨌든 사람들의 관심을 더 많이 받게 됐으니 음악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좋아졌죠. '이제 다른 걱정 말고 하고 싶은 음악 하라'는 응원과 축하를 받았어요"

릴보이는 '쇼미9'에 참가한 계기에 대해 "신청 기간에 저희 회사에서 찍은 프리스타일 영상을 올려야 했다. 그냥 올리면 사람들이 안 들을까봐 ‘쇼미4 지원’이라는 해시태그를 붙여서 올렸다. 장난으로 한 건데 많은 사람들이 내가 진짜 출전한다고 생각하고 댓글이 엄청 많이 달렸다"며 "이러다 진짜 안 나가면 욕을 먹을 것 같아서 SNS에 어떻게 할지 투표를 올렸는데 출연하라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걸 보고 나가기로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래퍼 릴보이/ 사진=서예진 기자 yejin@
래퍼 릴보이/ 사진=서예진 기자 yejin@
릴보이는 '쇼미9' 출연 전부터 인지도가 높은 뮤지션이었다. 그만큼 부담감이 컸을 터. '잘해도 본전이지 않았냐'는 물음에 그는 "그런 생각은 안했다. 오히려 본전 이상을 얻었다"며 "막상 나가면 얻는 게 많아서 유명한 사람들이 자주 나오는 것 같다. 스윙스 형도 한국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하신 분인데도 나와서 음악적으로 챙겨가는 게 많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일단 '쇼미'에 나가면 친하지 않은 사람들과 강제적으로 엮여 작업을 하게 된다"며 "기존에 할 수 없었던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수확은 좋은 사람들을 만난 거에요. 출연자 모두가 다 그렇게 느끼더라고요. 우승 자체는 부수적인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저는 결승에서 머쉬베놈이 우승해도 좋았어요. 물론 상금을 타서 너무 기뻤지만요(웃음)"

릴보이는 '쇼미9' 무대를 준비하며 가장 신경 쓴 점을 묻자 "음원이 좋아야 된다고 생각했다"며 "시즌4때는 관객이 투표하니까 무조건 신나게 하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언택트 공연이니까 듣기 좋게 노래하는 게 중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승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정신력'을 꼽았다. 릴보이는 "'쇼미'는 안도하거나 딴 생각을 하는 사람이 떨어지는 것 같다. 나도 시즌4에 나갔을 때 방심하다가 본선 1차에서 바로 떨어졌다(웃음). 그래서 이번에는 결승까지 완벽하게 마무리 지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앞만 보고 달렸다"고 설명했다.

"시즌4가 가장 말이 많았던 시즌이었어요. 그걸 경험해보니까 이번에는 너무 평화로웠어요. 힘든 건 똑같지만 부담이 적었고 그게 우승하는데 큰 도움이 됐어요. 사실 시즌4를 경험한 분들이 우승을 많이 했어요. 저나 비와이, 행주도 시즌4 출신이에요. 앞으로 시즌4 출연자들이 재도전하면 우승할 수 있을 거에요. 하하"

물론 우승까지 가는 여정 속에는 위기도 있었다. 릴보이는 디스배틀을 앞두고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던 스윙스가 '나와 붙자'고 도발했던 당시를 떠올리며 "만약 그때 붙었다면 졌을 수도 있다"고 털어놨다.

릴보이는 "디스 배틀은 임팩트 싸움이다. 경연장이 실내고, 음향 상태가 그렇게 좋지 않아서 가사가 완벽하게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강한 기억을 남기는 게 중요하다"며 "그날 스윙스 형은 '컨트롤' 비트를 가져왔다. 비트 자체가 기억에 남으니까 높은 확률로 졌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내가 음악을 시작하고 처음 만난 래퍼가 스윙스 형이다. 예전부터 좋아했던 형인데 디스전을 하면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며 "저는 그 형처럼 디스를 스포츠라고 생각하면서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아 피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래퍼 릴보이/ 사진=서예진 기자 yejin@
래퍼 릴보이/ 사진=서예진 기자 yejin@
릴보이가 '쇼미9' 우승으로 화제의 중심에 서면서 여자친구인 가수 체스카도 덩달아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릴보이는 "여자친구가 자기는 갑자기 왜 화제가 되는지 의아해한다"며 "저희는 연애를 숨긴 적이 없고 처음부터 공개했는데 이제서야 뜨길래 신기했다"고 했다.

우승 후 여자친구의 반응에 대해선 "올해 10년째 된 커플이라 낯간지럽게 축하는 못하고 오히려 구박을 했다"며 "내가 결승 무대에서 가사를 살짝 틀렸는데 그 날 만나자마자 한 말이 '가사 왜 틀렸냐. 내가 틀리지 말랬지'였다. 한 시간 정도 지나니까 '수고했다'고 말해줬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를 뜨겁게 달군 릴보이는 올해도 거침 없이 달릴 계획이다. 그는 올해 목표에 대해 "우선 솔로 1집 정규 앨범을 내는 것"이라며 "오래 전에 70% 정도 완성했는데 '쇼미9' 출연 후 활용할 수 있는 게 많아져서 업그레이드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무 오래 기다리신 팬들이 많아서 그전에 원슈타인과의 작업물을 빨리 보여드릴 예정이다. 싱글이 될 수도 있고, 앨범이 될 수도 있다.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진 않지만 여러 가지 작업을 해보고 있다. 기리보이도 같이 하자고 보내준 음악이 있다"며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하루 빨리 공연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정태건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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