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한텐 말해도 돼' 정규 편성
이양화 제작팀장 이적 후 첫 프로그램
"MC들 애정 多, 이영자 아이디어 많이 줘"
"여성 문제 돕고 싶어…그게 방송의 역할"
'언니한텐 말해도 돼'를 기획한 이양화 SBS 플러스 제작팀장./사진=서예진 기자 yejin@
'언니한텐 말해도 돼'를 기획한 이양화 SBS 플러스 제작팀장./사진=서예진 기자 yejin@


"이영자 씨가 계부한테 성폭력을 당했다는 사연을 가진 주인공에게 '다른 것 다 필요 없고 나는 당신을 안아드리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다른 어떤 말보다 그 한 마디가 가장 진정성 있고 진심을 담은 조언이자 이 프로그램의 정수와도 같은 가치라고 생각해요"

지난 12일 서울 상암동 SBS 프리즘타워에서 만난 SBS플러스 이양화 제작팀장은 최근 정규 편성된 '언니한텐 말해도 돼'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8일 첫 방송된 '언니한텐 말해도 돼'는 요즘 여성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는 언니들의 수다 테라피다. MC 이영자, 김원희, 이지혜가 어디에도 털어놓지 못하고 혼자 속앓이하는 의뢰인들을 위한 현실적인 조언과 따뜻한 위로로 호평을 이끌어내 최근 정규 편성을 확정지었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이양화 제작팀장은 지난 4주간의 여정에 대해 "여성들의 고민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 여러 가지 실험을 한 시간이었다"며 "좋았던 점도 있고 불만족스러운 점도 있지만 나름대로 성공적인 실험이었다"고 평가했다.

정규 편성을 확정한 소감에 대해선 "이 모든 게 응원을 보내주시는 시청자분들 덕"이라며 "의사 결정권자들이 프로그램의 핵심 가치를 알아봐 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MC 세 분 다 애정을 갖고 계셔서 감사하다"며 "특히 이영자 씨는 정규편성 첫 녹화에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주셨다. 그걸 보고 자기 프로그램으로 여겨주시는 것 같아 기뻤다"고 덧붙였다.

"처음 기획할 때부터 MC들이 내 프로그램이라는 주인의식을 갖길 바랐어요. 고민을 보내는 분들도 모두 자신의 사연을 보내시잖아요. 그래서 여기에 나오는 사람들 모두가 온전히 자기의 모습을 드러내길 바랐죠. 그런 면에서 매우 흡족합니다"

반면 이 팀장은 아쉬운 점에 대해 "아무래도 사연에 따라 의뢰하시는 분들이 직접 얼굴을 내비치기 힘들다"면서 "그런데 시청자들은 의뢰인이 실제 화면에 나와서 MC들과 교감을 나누는 걸 보고 싶어 하실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남성의 고민도 다뤘는데 우리 프로그램에서 강조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이 프로그램은 '여성 전용 힐링 토크쇼'가 돼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고 밝혔다.
'언니한텐 말해도 돼'를 기획한 이양화 SBS 플러스 제작팀장./사진=서예진 기자 yejin@
'언니한텐 말해도 돼'를 기획한 이양화 SBS 플러스 제작팀장./사진=서예진 기자 yejin@
◆ "여성들 사회에서 정말 힘들게 사는구나 느껴…다함께 고민해주길"

그의 말처럼 '언니한텐 말해도 돼'는 여성 출연자들이 여성들의 고민을 듣고 이야기하는 '여성 맞춤형 콘텐츠'다. 이같은 프로그램을 기획한 이유를 묻자 이 팀장은 "과거 SBS '조카면 족하다'를 만들 때 자식이 없는 부모들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저출산 문제에 여성들이 더 많은 상처를 받는 걸 알게 됐다"며 "여성들이 이 사회에서 겪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후 미투, 강남역 살인 사건 등을 보며 여성들이 이 사회에서 정말 힘들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내 아내만 봐도 출산부터 육아, 일까지 어떻게 저렇게 살까 싶을 정도로 슈퍼우먼처럼 다 해내고 있다. 반면 남편들은 그 보다 좀 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완전히 동등해지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저와 다른 의견을 갖는 분도 있겠죠. 하지만 방송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여성들을 위해 작은 힘이나마 돕고, 함께 고민해보자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어요"

또한 이 팀장은 김원희, 이영자, 이지혜 세 명의 MC를 극찬했다. 신선한 조합이라는 말에 "프로그램을 먼저 기획하고 이에 적합한 인물을 찾았는데 세 명의 밸런스가 너무 운 좋게 딱 맞아떨어졌다"며 웃었다. 이어 MC 각각의 특성에 대해 "이영자 씨는 몰입을 잘하는 스타일이라 사연자의 감정에 동화된다. 반면 김원희 씨는 감정의 흔들림이 없고, 객관적이다. 최대한 분란을 일으키지 않고 해결하려 한다. 이지혜 씨는 그 중간 지점에 있으면서도 가장 현실적"이라며 "워낙 베테랑들이어서 의견이 갈려도 결국에는 가장 좋은 방향으로 해결책을 찾아간다"고 설명했다.
'언니한텐 말해도 돼' MC 이지혜(왼쪽부터), 김원희, 이영자/ 사진=SBS플러스 제공
'언니한텐 말해도 돼' MC 이지혜(왼쪽부터), 김원희, 이영자/ 사진=SBS플러스 제공
'언니한텐 말해도 돼'는 결혼을 앞둔 양준혁과 예비신부, 펭수를 만든 이슬예나 PD 등 핫한 게스트들의 방문으로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게스트 섭외 비결을 묻자 이 팀장은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꼽았다. 그는 "게스트들에게 어떤 고민이 있을지 생각해보고 접근을 한다"며 "그렇게 하면 대체적으로 프로그램 취지를 좋게 봐주셔서 흔쾌히 출연에 응한다. 우리가 섭외를 잘한다기보단 프로그램에 맞는 섭외를 하고 있다고 본다. 인지도가 섭외 기준이 되지 않고, 이 분이 절실한 고민이 있는지를 먼저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연으로는 조혜연 바둑기사의 스토킹 피해 사연을 언급했다. 이 팀장은 "그동안 조 기사가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리는 등 고군분투했는데 저희와 인연이 닿아 고민을 털어놓게 됐다"며 "그만큼 의뢰인에게 절박했고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마침 게스트로 나온 박하선 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토로했다"며 "우리 나름대로 법적인 문제와 트라우마에 대한 조언을 드렸다. 그로부터 얼마 후에 그 스토커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는 기사를 접했다. 조혜연 기사가 그에 관한 메시지를 보내주셨는데 추후 방송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록 근본적인 해결은 아니지만 방송이 나가면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문제점을 인식해서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짐작해본다"며 "앞으로도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면 더 바랄 게 없다"고 힘줘 말했다.
'언니한텐 말해도 돼'를 기획한 이양화 SBS 플러스 제작팀장./사진=서예진 기자 yejin@
'언니한텐 말해도 돼'를 기획한 이양화 SBS 플러스 제작팀장./사진=서예진 기자 yejin@
◆ "TV 방송은 필연적으로 사회에 긍정적인 메시지 던져야"

이양화 제작팀장은 과거에도 '백년 손님', '조카면 족하다' 등을 연출하며 고부 갈등, 저출산 문제에 대해 조명했다. 계속해서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는 것에 이 팀장은 "내가 생각하는 방송의 역할은 전국민을 상대로 전파를 통해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야 한다"고 말했다. '언니한텐 말해도 돼'를 기획한 것도 "타깃 지향적이면서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싶어서"라고 덧붙였다.

정규 편성된 '언니한텐 말해도 돼'가 달라질 점은 무엇일까. 이양화 제작팀장은 "셀럽들의 사연이 강화된다. 언니들도 연예인이어서 셀럽들의 사연에 대해 더 몰입을 잘한다"며 "일반인 사연을 덜 다루는 건 물론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은 사연을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요즘에는 연예인들도 사건·사고가 많아서 치유가 필요해요. 너무나 많은 분이 괴로워하고 있어요. 그들의 정신적인 치유를 도와주는 프로그램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팀장은 또 빼곡히 적어놓은 사연들을 보여주며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너무 많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보내주시는 사연 하나하나 솔루션을 보내드리는 방법을 찾고 있다"며 "당장 인력이나 제작 시스템을 따져 봐야겠지만, 꼭 방송이 아니더라도 유튜브나 직접 전문가의 조언을 전해 더 많은 고민을 해결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의뢰인들의 사연이 워낙 복합적인 고민이라 이야기하기도 어렵고 하소연할 데도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사연이 쌓이는 걸 보면 저희 언니들이 고민을 잘 들어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모든 분의 인생에 정답을 드릴 순 없지만 저희가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분명히 있을 거에요. 그 가능성을 믿고 접점을 찾아가는 게 저희의 의무인 것 같아요"
'언니한텐 말해도 돼'를 기획한 이양화 SBS 플러스 제작팀장./사진=서예진 기자 yejin@
'언니한텐 말해도 돼'를 기획한 이양화 SBS 플러스 제작팀장./사진=서예진 기자 yejin@
◆ "SBS플러스, 삶의 가치 '더하는' 프로그램 만들 것"

SBS 유명 PD였던 이양화 제작팀장은 퇴사 후 지난 6월 1일 SBS플러스에 입사했다. "자회사로 옮긴 것이기에 큰 변화라고 말할 순 없다"는 이 팀장은 "케이블 채널에서 새로운 경험들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상파와의 차이점에 대해 "이곳만의 이야기와 메커니즘이 있는 것 같다"며 "지상파는 가장 대중적인 걸 다루기 위해 노력하지만, 케이블은 타깃을 좁혀서 만드는 작업을 한다. 아직도 그 차이점을 알아가며 지상파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이 팀장은 "야외물도 찍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 예정인데 아직 구체화한 건 없다"면서도 "회사명에 '더하기'를 뜻하는 '플러스'가 들어가니까 삶의 가치를 더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자고 스스로 캐치프레이즈하고 있다. 이 시대의 고민과 화두를 계속해서 다루고 싶다"고 털어놨다.

'언니한텐 말해도 돼'는 오는 19일부터 매주 목요일 저녁 시청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정태건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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