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안84 웹툰, 여혐 이어 부동산 논란
인지도 올라갈수록 만화에 직격탄
예능인과 작가 사이 노선 정해야 하나
웹툰작가 기안84/ 사진=텐아시아DB
웹툰작가 기안84/ 사진=텐아시아DB
웹툰작가 기안84의 만화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그의 작품을 두고 젠더 갈등은 물론, 정치적 해석까지 나온다. 문제는 기안84가 예능인으로서 인지도를 얻을수록 그의 만화가 도마 위에 쉽사리 오르고 있다. 부업인 '방송 활동'이 본업 '만화'에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안84는 지난 10일 자신이 연재 중인 네이버 웹툰 '복학왕' 317화에서 주인공 우기명이 신도시 분양 아파트에 청약을 접수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과정에서 우기명의 친구 김두치는 "만약 이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실제 호가는 최대 10억"이라며 "나는 떨어질 줄 알고 집을 안 샀다. 그런데 결국에 집값이 올랐다. 집 산 사람들만 돈을 번다"고 말했다.

이어 등장한 제레미도 "이제 거품이 터질 타이밍"이라며 "지금의 집값은 정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남정은 "그 거품, 콘크리트로 만들어져 있는 거 아니냐. 언제 터지는데"라고 반문했다.

이같은 내용을 두고 누리꾼들 사이에선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기안84가 지난해 11월 서울 석촌동에 위치한 건물을 46억원에 매입한 사실을 언급하며 "기안84도 건물주"라고 비아냥댔다.
웹툰작가 기안84/ 사진=텐아시아DB
웹툰작가 기안84/ 사진=텐아시아DB
기안84의 웹툰 내용에 관한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8월에도 '복학왕'에서 여주인공 봉지은이 직장 상사와 연애해 정규직 직원이 됐다는 설정 등으로 거센 비난을 받았다. 많은 누리꾼들은 기안84가 '여혐(여성 혐오)'을 한다며 MBC '나 혼자 산다' 제작진에 하차를 요구했다. 당시 기안84의 웹툰 연재를 중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나왔다.

물론 '여혐' 논란이 일었을 땐 기안84도 부적절한 내용에 대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만큼 명백한 작가의 잘못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불거진 논란에 대해선 "지나친 비판"이라는 우려의 목소리 또한 크다. 기안84의 창작 활동을 존중해야 한다는 뜻에서다.

어느새 '예능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지만 기안84는 수많은 독자를 보유한 만화가다. 그의 본업인 '만화'의 사전적 의미는 '사물이나 현상의 특징을 과장해 인생이나 사회를 풍자·비판하는 그림'이다. 따라서 기안84의 만화를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해석해 물고 뜯는 것은 그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기안84가 인기를 얻으면서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그의 만화가 더 이상 대중들에게 만화 그 자체로 소비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나 혼자 산다' 속 기안84/ 사진=MBC 제공
'나 혼자 산다' 속 기안84/ 사진=MBC 제공
몇 년 전 일반 대중에게 낯설었던 기안84는 다른 연예인들에게서 볼 수 없는 친근한 매력으로 단 기간에 큰 인기를 얻었고, 그의 만화로 유입되는 독자도 늘어났다. 그는 차기작 준비 과정도 방송을 통해 공개하며 홍보수단으로 쏠쏠하게 활용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그의 부업인 방송 활동이 오히려 본업인 만화에 악영향을 끼치는 모양새다. 뿐만 아니라, 기안84 만화에서 시작된 논란은 그가 출연 중인 방송으로 옮겨 붙으며 적지 않은 타격을 주기도 한다. 그가 비난의 중심에 설 때마다 '나 혼자 산다' 하차를 요구하는 시청자 목소리도 거세지는 걸 쉽게 볼 수 있다.

기안84는 예능 프로그램의 한 캐릭터로서도 강력한 매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정체성은 만화가다. 자신의 본업에 지장을 주는 방송 활동을 이어갈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예능인과 웹툰작가 사이에서 기안84의 결단이 시급한 이유다.

정태건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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