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 속 출발한 '쇼미9' 대반전
"힙합 본연의 색 찾았다" 호평

출연자 마약 논란에도 빠른 대처
재비상 꿈꾸는 '쇼미더머니9'
'쇼미더머니9' / 사진=Mnet 제공
'쇼미더머니9' / 사진=Mnet 제공
국내 최장수 힙합 프로그램 Mnet '쇼미더머니9'가 화려했던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쇼미더머니'는 국내 힙합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이다. 한때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수많은 스타와 유행어, 인기곡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지난 8년간 비슷한 포맷을 끌고 오면서 피로감을 느끼는 시청자 반응이 많아졌다. 각종 힙합 커뮤니티에서도 "이번 시즌을 끝으로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럼에도 '쇼미더머니'는 더욱 막강한 우승 혜택을 내걸고 9번째 시즌을 선보였다.

그렇게 지난 16일 첫 방송된 '쇼미더머니9'는 우려의 시선을 완전히 뒤집어놨다. 1차 예선부터 수준급 랩 실력자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많은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앞서 디스전에 휘말린 래퍼 스윙스와 콕스빌리를 같은 조에 편성하는 등 다양한 볼거리를 만들어냈다.

특히 지난 시즌 '싱잉랩' 위주의 참가자들이 쏟아져 힙합 팬들에게도 혹평을 받은 반면, 이번에는 1회부터 "힙합 본연의 색깔을 찾았다"는 호평이 잇따랐다. 앞서 제작진은 "힙합 장르가 가진 기본에 충실하겠다"고 다짐했다. 부정적인 여론에 대한 제작진의 돌파구는 변화가 아닌 회귀였다. 벼랑 끝에서 던진 승부수는 적중했고, 단 1회 만에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대강당에서 수많은 래퍼들을 심사한 기존의 방식을 버리고, 밀집된 공간에서 30명씩 평가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도 집중력을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쇼미더머니9' / 사진=Mnet 제공
'쇼미더머니9' / 사진=Mnet 제공
주목 받는 참가자들의 무대를 질질 끄는 '악마의 편집'도 개선됐다. 뜻밖의 가사 실수를 한 스윙스를 제외하고 릴보이, 머쉬베놈 등 기대를 모은 래퍼들을 1회에 전면 배치시켰다. 쇼미식 '악마의 편집'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볼 순 없지만 이전 시즌에 비하면 '순한 맛'으로 조정했다.

화제성도 부활 중이다. 방송 직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는 스윙스, 릴보이, 콕스빌리, 원슈타인 등 출연자들의 이름이 떠올랐다. 1차 예선 합격자의 무대를 모은 4분 짜리 영상은 유튜브 공개 2일 만에 조회수 115만회를 돌파했다. 릴보이, 머쉬베놈, 김농밀 등 참가자들의 단일 영상은 인기 급상승 동영상에 포함됐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위기가 찾아왔다. 지난 19일 '쇼미더머니9'에 출연 중인 오왼을 비롯해 나플라, 루피, 블루가 대마초 흡연 혐의로 경찰에 적발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들 모두 과거 '쇼미더머니' 출연자로, 대다수의 기사에서 "'쇼미' 출신 래퍼"라고 소개됐다. 자칫하면 비난 여론이 '쇼미더머니9'으로 번질 가능성도 충분한 상황이었다.
'쇼미더머니9' 포스터/ 사진=Mnet 제공
'쇼미더머니9' 포스터/ 사진=Mnet 제공
이에 '쇼미더머니9' 제작진은 발 빠르게 대처했다. 마약 전과가 드러난 참가자들의 방송분을 통편집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이번에 적발된 오왼은 물론, 과거 마약 판매 전과가 있는 랍온어비트도 과감하게 빼면서 불필요한 논란을 떨쳐냈다.

초반 좋은 분위기를 가져간 '쇼미더머니9'은 재비상을 꿈꾸고 있다. 이번 시즌 우승 래퍼에게 상금 1억 원을 포함해 1년간 음악 활동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은 '쇼미더머니9'을 꼭 성공시키겠다는 방송사의 굳은 의지가 느껴진다. 첫 방송 전 제작발표회에서 '올스타전'이라고 예고한 제작진의 예고가 허세가 아니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정태건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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