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에 분 '부캐 열풍'
유재석, 유산슬부터 지미유까지
개그맨, 부캐로 음원 발매
유산슬, 둘째이모 김다비, 싹쓰리./사진제공=MBC, 비보 웨이브
유산슬, 둘째이모 김다비, 싹쓰리./사진제공=MBC, 비보 웨이브


현재 연예계에 부는 ‘부캐’ 열풍이 심상치 않다. 부캐는 부(副)캐릭터의 줄임말로, 원래 사용하던 캐릭터가 아닌 또 다른 캐릭터를 뜻하는 게임 용어다. 방송가에선 다른 이름과 세계관을 부여해 새롭게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부캐 열풍의 시작, 유재석
유라섹, 지미유./사진제공=MBC
유라섹, 지미유./사진제공=MBC
이러한 부캐 개념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건 MBC ‘놀면 뭐하니?’를 통해서다. 유재석은 본래 역할인 MC를 넘어 ‘드러머’ 유고스타, ‘트로트 가수’ 유산슬, ‘라면 끓이는 남자’ 유라섹, ‘하프 연주가’ 유르페우스 등 각 프로젝트에 어울리는 부캐를 훌륭히 소화해내며 인기를 끌었다. 이중 가장 많은 화제를 모은 건 단연 ‘유산슬’이다. 유산슬은 신인 트로트 가수로, ‘사랑의 재개발’ ‘합정역 5번 출구’ 등을 발표해 각종 음원차트를 휩쓸었고, 2019 MBC ‘연예대상’에서 신인상까지 품에 안았다. MBC에서 탄생한 부캐임에도 SBS, KBS 등의 방송사까지 출연해 지상파 대통합을 이뤄내기도 했다.

유재석의 부캐 활동영역은 점점 더 확장되고 있다. 최근 유두래곤이라는 부캐로 린다G(이효리), 비룡(비)과 혼성그룹 ‘싹쓰리(SSAK3)’를 결성한 유재석은 말 그대로 2020년 여름을 싹쓸이했다. 싹쓰리는 듀스의 ‘여름 안에서’ 커버곡을 시작으로 ‘다시 여기 바닷가’ ‘그 여름을 틀어줘’, 솔로곡 ‘두리쥬와(Feat. S.B.N)’ ‘LINDA(Feat. 윤미래)’ ‘신난다(Feat. 마마무)’ 등 발매하는 곡마다 음원차트 상위권에 올랐고, 타이틀곡 ‘다시 여름 바닷가’는 MBC ‘쇼 음악중심’, 엠넷 ‘엠카운트다운’에서 1위를 차지했다. 부캐, 新 예능 트렌드로 자리 잡다
둘째이모 김다비, 캡사이신./사진제공=비보 웨이브
둘째이모 김다비, 캡사이신./사진제공=비보 웨이브
유재석이 몰고 온 부캐 열풍은 ‘개가수(개그맨+가수)’들을 가요계로 이끌었다. 김신영은 부캐인 ‘둘째이모 김다비’(이하 다비 이모)를 앞세워 새로운 트로트 가수 탄생을 알렸다. 실제 둘째 이모에서 모티브를 얻은 부캐 다비 이모는 빠른 1945년생으로, 올해 77세인 중년 여성 캐릭터. 어디서 들어본 듯한 친근한 말투와 정체모를 선글라스, 알록달록한 골프 웨어로 이목을 사로잡았다.
그래선지 김신영이 아닌 다비 이모의 스케쥴이 더 많을 정도다. 다비 이모는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 출연해 “소속사 매출 1위이며 김신영의 10배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데뷔곡 ‘주라주라’는 ‘보너스나 달라’며 사장에게 일갈하는 가사가 인상적이다. 다비 이모는 ‘사이다 트로트’ 장르를 개척,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다비 이모 추천으로 가요계에 데뷔한 신봉선의 부캐 ‘캡사이신’의 활약도 눈에 띈다. 캡사이신은 루마니아 출신 뱀파이어 가수로, 빨간색 모자와 롱드레스로 온몸을 무장한 파격적인 비주얼을 선보였다. 캡사이신의 데뷔곡 ‘매운 사랑’은 사랑의 매운맛을 알게 된 한 여자의 아픔을 담은 1980년풍 발라드곡이다. MBC FM4U ‘정오의 희망곡 김신영입니다’를 통해 데뷔 무대를 꾸민 이후 각종 라디오는 물론, MBC ‘음악중심’에도 출연해 신인 가수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카피추’도 대표적인 부캐다. 그의 정체는 MBC 공채 출신 개그맨 추대엽으로, 유튜브에서 잘 알려진 유행곡을 조금씩 변형한 패러디 노래로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개그맨 김재욱도 부캐 ‘김재롱’으로 렛츠트롯(Let`s Trot) Part.5 ‘인생한방’을 발매, 개가수 대열에 합류했다. 이 외에도 많은 방송인들이 부캐 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MBC ‘나 혼자 산다’에서 멤버들과 생일파티를 즐기다 안동 조씨 조지나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이후 ‘나 혼자 산다’ 디지털 스핀오프 ‘여자들의 은밀한 파티-여은파’를 통해 조지나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과한 분장과 혀를 꼬는 발음이 특징이다. 한혜진, 화사도 각각 사만다, 마리아 캐릭터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광고에도 덮친 부캐 바람
카피츄, 유산슬, 둘째이모 김다비.
카피츄, 유산슬, 둘째이모 김다비.
부캐는 광고업계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광고에서 가장 중요한 게 콘셉트인데, 부캐 자체를 활용하면 손쉽게 촬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콘셉트의 단순화와 함께 넓은 타켓층도 갖추고 있어 홍보 효과도 크다. 부캐를 활용한 행사로 더 높은 수익 창출을 기대할 수도 있다. 이에 유재석은 유산슬로 아이스크림 광고를 찍었고, 김신영은 다비 이모로 화장품 모델에 발탁 됐다. 화장품 마케팅 관계자는 “최근 ‘재미’ 중심의 콘텐츠와 ‘레트로’에 반응하는 소비자들의 트렌드를 반영했다”고 섭외 이유를 밝혔다. 부캐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너도 나도 부캐를 들고 나오면서 일부에선 “식상하다, 지겹다”라는 부정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지만, 부캐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조짐이다. 부캐는 기존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본캐의 스펙트럼을 자연스럽게 넓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이제 ‘부캐’는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로 이어지는 시대가 됐다.

유재석은 유두래곤 이후 신박기획 대표 ‘지미유’로 변신, 만옥(엄정화), 천옥(이효리), 실비(화사), 은비(제시)로 구성된 ‘환불원정대’ 프로듀싱을 맡아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싹쓸이에 이어 환불원정대까지 ‘놀면 뭐하니?’는 13주 연속 토요일 비드라마 TV화제성 1위를 차지하며 식지 않는 인기를 입증했다. 이효리는 ‘싹쓰리’의 린다G, ‘환불원정대’의 천옥 외에 카카오M ‘페이스 아이디’에서 새로운 요가 부캐 ‘아난다’를 선보이며 또 다른 부캐의 활약을 예고했다. MBN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3’에서는 ‘뜻밖의 커플’이라는 부제와 함께 네 쌍의 커플들이 저마다의 부캐를 만들어 각기 다른 한 집 살이를 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첫 방송 이후 뜨거운 화제성을 자랑한 만큼 또 다른 인기 부캐가 탄생할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태유나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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