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트롯돌 신유
트로트 가수 신유./사진=텐아시아DB
트로트 가수 신유./사진=텐아시아DB


“트로트 열풍, 처음에는 예상 못 했죠. 워낙 비주류 장르였으니까요. 그래선지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 이후 잘 나가는 후배 가수들을 보면 너무 기분이 좋아요. 모두들 데뷔 때부터 힘들게 버티며 노력했던 걸 알고 있으니까요. 질투요? 그런 건 전혀 없어요.”

훤칠한 외모와 뛰어난 가창력으로 ‘트로트계 엑소(EXO)’로 불리더니 이제는 대세 중의 대세 임영웅의 ‘롤모델’로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가수 신유(39)의 이야기다. 2008년 1집 앨범 ‘럭셔리 트로트 오브 신유’로 데뷔한 그는 ‘시계바늘’ ‘잠자는 공주’ ‘일소일소 일노일노’ 등을 히트시키며 큰 인기를 얻었다. 최근에는 TV조선 ‘사랑의 콜센타’에 현역 가수로 출연, 임영웅과 ‘나쁜 남자’ 듀엣 무대를 펼치기도 했다.

“제 노래를 후배와 같이 부른 건 처음이었어요. 색다르고 재밌는 경험이었죠. (임)영웅이가 저를 롤모델이라고 해줘서 깜짝 놀랐어요. 고맙기도 했고요. 지금까지 제가 선배로서 잘해왔다는, 훈장을 받은 것 같은 느낌이었죠.”

TV조선 ‘미스터트롯’ 현역부로 출연하지 않았던 것에 아쉬움은 없었을까. 신유는 “나가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호탕하게 웃으며 “그 프로그램은 후배들이 본인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무대였다. 내가 나갈 자리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신유는 ‘미스터트롯’ 출신 가수들 못지않게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행사는 거의 없지만, 트로트 관련 방송이 많이 생겨났기 때문. 최근 종영한 SBS플러스 ‘내게 ON 트롯’에서 멘토로 활약한 그는 “출연자 모두 노래를 잘하는 분들이다 보니 내가 크게 도와준 건 없다. 같이 가는 동반자 느낌으로 내가 일고 있는 것들을 전수해줬다. 다들 본인만의 스타일대로 트로트를 잘 소화해 줬다”고 겸손하게 답했다.

신유는 오는 11월부터 방송되는 KBS ‘트롯 전국체전’에 서울팀 코치로 합류한다. ‘트롯 전국체전’은 전국 팔도에서 글로벌 K-트로트의 주역이 될 새 얼굴을 찾기 위한 오디션 프로그램. 각 지역마다 감독과 코치가 있으며, 이들은 오디션을 통해 괜찮은 인재를 끄집어내 자신이 담당하는 가수가 금메달을 받게끔 하는 형식이다. 서울팀 감독은 주현미가 맡았다.

“코치이자 심사위원으로서 최대한 모든 감각을 열어놓고 평가할 예정입니다. 아무래도 제가 좋아하는 취향에 맞는 사람에게 좋은 점수가 가지 않을까 싶어요. 주현미 선생님이 이끄는 대로 잘 따라갈 생각입니다.”
트로트 가수 신유./사진=텐아시아DB
트로트 가수 신유./사진=텐아시아DB
신유는 ‘우후죽순’ 생겨나는 트로트 예능에 걱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반짝하고 사그라지는 인기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현재는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식상하게 느끼지 않게끔 잘 유지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명확한 답은 없지만 지혜롭게 헤쳐 나가야 하지 않을까”라면서 “아무래도 행사가 없다 보니 더욱 방송에 취중 되는 것 같다. 하루빨리 상황이 좋아져서 행사, 콘서트 등 다양한 형태로 트로트가 순환되었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국민들이 트로트 프로그램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유는 “지금같이 힘든 시기에 흥 넘치는 트로트가 국민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해주지 않았나 싶다.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열풍이 있기까지는 앞길을 잘 닦아 준 선배님들의 노력과 후배를 향한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선배님들의 주옥같은 노래들이 없었다면 ‘미스터트롯’ 무대도 만들어질 수 없었을 거다. 나 역시 선배님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감사를 표했다.

“선배들에게 받은 사랑만큼 저도 후배들을 동생 같은 마음으로 챙겨주려고 많이 노력해요. 조언보다는 마음으로 다가가는 성격이죠. 하하.”

신유는 처음부터 트로트 가수를 꿈꾸지는 않았다고. 그는 “평소 발라드를 좋아했는데 부모님 권유로 트로트를 시작하게 됐다. 그런데 부르다 보니 매력에 빠졌고, 좋아지게 됐다. 내가 좋아하는 감성과 트로트가 잘 맞았다. 2년 정도 트레이닝 받고 준비해서 ‘잠자는 공주’가 나왔다. 가장 애착이 가는 노래도 이 데뷔곡”이라고 밝혔다.
트로트 가수 신유./사진=텐아시아DB
트로트 가수 신유./사진=텐아시아DB
“저는 참 복이 많은 사람입니다. 선배님들에 비하면 무명이 길었던 것도 아니거든요, 3년 정도의 고생은 고생이라고 할 수가 없죠. 저 때만 해도 기본 무명생활이 10년 넘게 갔거든요. 노래 한 곡 알리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고요. 당시에는 고생을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뒤돌아보니 전 꽃길만 걸어왔더라고요.”

지난 8월 5일 약 1년 5개월 만에 신곡을 발표한 신유. 그는 타이틀곡 ‘밥 한번 먹어요’에 대해 “상큼하고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곡”이라며 “요즘 사회가 예전보다 훨씬 각박해진 느낌이다. 예전에는 다 같이 모여서 함께하는 문화가 있었는데, 요즘은 개인적인 활동만 하게 되지 않나. 그래서 국민들에게 위로를 드릴 수 있는 따뜻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신유는 “코로나가 종식되고 나면 콘서트를 꼭 열고 싶다”며 “공연장이 아니더라도 드라이빙 콘서트나 온라인 콘서트 등 다양한 형태로 기획해 보고 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하다 보니 아직 결정적인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제 목표는 너무 욕심부리지 않고 지금의 자리를 지키며 활동하는 겁니다. 오랜만에 신곡도 발표했고, 방송에서도 계속 얼굴을 비출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커요.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배, 선배들에게 자랑스러운 후배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태유나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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