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벙글쇼' 후임 내정 정영진, 결국 방출
정영진의 과거 '여험' 발언 문제 돼
11일부터 배기성·허일후 임시 진행
'까칠남녀' 정영진 / 사진=EBS 방송 캡처
'까칠남녀' 정영진 / 사진=EBS 방송 캡처
MBC 표준FM '싱글벙글쇼'의 후임 DJ로 낙점됐던 방송인 정영진이 결국 시작도 하기 전에 하차했다. 사실상 방출 당한 셈이다.

MBC 라디오는 "오는 11일부터 개편되는 '싱글벙글쇼'는 아나운서 허일후와 기존 후임자였던 가수 배기성이 임시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8일 밝혔다. 또한 "'싱글벙글쇼' 진행자로 내정한 방송인 정영진을 둘러싼 최근 여러 논란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한 결과, 정영진씨를 진행자에서 제외하기로 이날 오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정영진도 이날 팟캐스트 '정영진·최욱의 매불쇼' 생방송에서 "다음주엔 방송 시간을 바꿀까 했는데 원래대로 2시에 만나뵙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싱글벙글쇼'는 해당 팟캐스트 방송과 시간대가 맞물린 상황이었다.
'까칠남녀' 정영진 / 사진=EBS 방송 캡처
'까칠남녀' 정영진 / 사진=EBS 방송 캡처
지난 6일 MBC 라디오는 36년간 '싱글벙글쇼'를 이끌어온 강석, 김혜영이 DJ 자리에서 물러나며 새 진행자로 그룹 캔의 배기성과 방송인 정영진을 발탁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취자들은 정영진의 과거 '여험' 발언을 문제삼으며 정영진 DJ 발탁에 반대 의견을 냈다.

정영진은 2018년 종영한 EBS 교양 프로그램 '까칠남녀' 출연 당시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을 해 시청자들로부터 비판받았다. 당시 방송에서 정영진은 "'한남충'이라는 단어가 기분 나쁘지 않다. 나한테 해당하지 않으니까"라며 "'김치녀'라는 말이 기분 나쁜 여자들은 자기는 살짝 김치녀인데 아니라고 하는 여자들"이라고 말했다. 또한 "남성이 주로 데이트비용을 지불하고 이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여성들의 태도는 넓은 의미에서 보면 매춘과 다르지 않다"고 말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의견제시 처분을 받은 바 있다. 그는 "성희롱하는 부장을 안쓰럽게 생각해야 한다. 남성 중심적으로 살아왔기에 그들이 아는 문화가 그것뿐이다. 성희롱 당한 사람들 마음도 알지만, 성희롱을 하는 사람들도 짠하게 봤으면 한다"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싱글벙글쇼'를 오랫동안 맡아온 강석, 김혜영이 DJ 자리에서 하차했다. / 사진=MBC '싱글벙글쇼' 홈페이지
'싱글벙글쇼'를 오랫동안 맡아온 강석, 김혜영이 DJ 자리에서 하차했다. / 사진=MBC '싱글벙글쇼' 홈페이지
'싱글벙글쇼'는 유쾌한 시사 풍자 콩트로 인기를 끌었다. 전임 DJ 강석은 '돌도사' 등의 코너에서 유명인들의 성대모사를 하며 사회 이슈에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이렇게 30여년간 '싱글벙글쇼'를 무탈하게 이끌어온 DJ가 떠난다는 소식과 동시에 잡음이 일어나 애청자들은 더욱 씁쓸한 상황이다. 특히 중장년층 여성 청취자들로부터 두터운 사랑을 받고 있는 만큼 프로그램인 만큼 '싱글벙글쇼' 측도 '여험' 논란이 있는 정영진을 계속해서 DJ로 내세우는 데 부담감을 느꼈던 터다.

발전을 위해 변화는 필요하다. 그러나 바꿀 부분에 대해 다방면으로 살펴봐야한다. 더군다나 최근 성인지 감수성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만큼 프로그램의 얼굴과 같은 진행자 발탁에는 이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더욱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싱글벙글쇼'가 유쾌한 풍자로 청취자들의 두터운 지지와 큰 사랑을 받아온 장수 인기 프로그램인 만큼 제작진은 DJ 선정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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