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100%의 여자아이를 만나는 일에 관하여
김현수│100%의 여자아이를 만나는 일에 관하여
소녀 안에는 선머슴이 산다. 어깨까지 똑 떨어지는 차분한 단발머리, 가늘고 긴 팔다리를 가져 유난히 여려 보이는 김현수가 짧은 대답 끝에 ‘으흐흐’ 하고 웃을 때, 그 속에 숨어있던 선머슴이 빼꼼, 얼굴을 내민다. 영화 에서 청각장애아 연두를, SBS 에서는 소이(신세경)의 어린 시절인 담이를 연기하며 슬픔이 깃든 눈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것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예쁜 스커트보다 편한 스키니진, 반짝이는 까만 구두보다 노란 컨버스 운동화를 좋아하는 김현수는 예쁜 척 하는 걸 싫어하는 흔치 않은 열두 살 소녀다. 그래서인지 누구라도 잘 어울린다고 말할 것 같은 아이보리색 원피스를 입고 카메라 앞에 선 김현수의 얼굴에서는 자신감보다 쑥스러운 듯 어색한 미소가 먼저 떠오른다. 비단 사진촬영이 낯설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영화나 드라마 촬영 때문에 학교에서 조퇴를 해야 할 때, 어디 가냐고 묻는 친구들을 두고 “알 필요 없다고 하고 그냥 뛰쳐나가”는 것도 “쑥스럽기보다는 좀 귀찮아서”라거나, “농구나 축구하는 걸 좋아하긴 하는데, 볼을 잘 넣는 건 아니에요”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이 소녀 특유의 무던함과 털털함 때문일 것이다.

“연기를 계속 하고 싶어요“
김현수│100%의 여자아이를 만나는 일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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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아역 배우들이 그렇듯 김현수 역시 아홉 살 때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모델 일을 시작한 후 지금까지 왔다. 그래서 “아… 어른이 되면 어떤 연기를 하고 싶은지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라고 말할 만큼 연기에 대한 뚜렷한 자의식이 없는 건 당연하지만, 무던하고 털털한 성격은 주어진 역할을 차분히 해내기에 꼭 알맞다. 때문에 허리까지 오던 긴 머리를 짧은 단발머리로 단숨에 잘랐던 경험에 대해 “아깝다는 생각은 들었고요, 울컥했는데 음… 그냥 그런가보다 했어요”라고 무덤덤하게 이야기하며 “으흐흐” 웃을 수 있는 건, 배우로써의 태도를 애써 꾸미는 게 아니라 그것이 이 소녀의 솔직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열두 살 김현수는 앞으로도 한참을 자랄 것이고, “연기를 계속 하고 싶어요”라고 이야기한 만큼 “149”인 키가 “165”가 됐을 때도 배우로 살아가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소녀 안에 선머슴이 숨어있듯, 연기보다 더 많은 가능성의 씨앗들이 싹 틀 날을 기다리며 숨죽이고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단지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다양한 싹들이 고개 내밀 때의 기쁨을 김현수가 느낄 수 있길 바라는 것 아닐까.
김현수│100%의 여자아이를 만나는 일에 관하여
김현수│100%의 여자아이를 만나는 일에 관하여
My name is 김현수. 야구선수 김현수 아저씨랑 이름이 똑같아서 친구들이 가끔 놀려요.
2000년 6월 23일에 태어났어요. 운산초등학교 5학년 1반이고, 중학교 3학년인 언니가 한 명 있어요. 언니랑 저랑 둘 다 빅뱅이랑 투애니원을 좋아해요. 전 특히 지디(지드래곤)랑 산다라박! 히힛.
에서 똘복이(채상우) 오빠가 담이 얼굴에 연지 발라주는 장면은 좀 닭살 돋았어요. 으헷. 뭐, 연기니까 괜찮아요. 그런데 학교에서 남자애들이 제 대사를 따라 하길래 짜증나서 막 때렸어요. 그래도 말을 안 듣던데, 더 무섭게 해야겠어요.
우리 반에서는 채영이, 채린이랑 제일 친해요. 애들은 제가 촬영 때문에 학교 빠지는 건 별로 상관 안하고요, 송중기 오빠 같은 연예인을 저 혼자만 봤다고, 나빴다고 막 그래요. 헤헤. 싸인 좀 받아달라고도 하고요.
과목 중에서는 사회가 제일 재밌어요. 요즘에는 조선 후기에 대해서 배우고 있어요. 좀 더 잘 하고 싶은 건 체육이에요. 달리기는 저학년 땐 좀 잘했는데, 고학년이 되니까 잘 못 해요.
오늘 집에 가면 숙제를 해야 돼요. 문제집 풀어야 되고, 수학익힘도 풀어야 되고, 선반도 만들어야 해요. 5학년이 되면 나무로 선반을 만들어서 색을 칠하는 수행평가가 있거든요. 휴~ 숙제가 진짜 엄청 많아요.
공포영화랑 판타지 영화 보는 걸 좋아해요. 그런데 막 귀신 나오는 부분은 잘 못 봐서, 그 때는 눈을 가려요. 지금까지 본 공포영화는 밖에 없긴 하지만요, 히힛. 제일 무서웠던 영화는 라고요, 엄마 아빠랑 같이 보다가 잤어요.
공포영화를 찍게 되면 사람보다 귀신 역할을 조금 더 하고 싶어요. 또 라고 판타지 소설이 있는데, 이걸 영화로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저는 주인공인 모모 역할을 할 거예요.
를 같이 찍은 공유 아저씨는 아저씨, 에 함께 나온 송중기 오빠는 오빤데요… 음, 외모도 그렇지만 일단 30대가 넘으면 아저씨예요. 에헤헤.
(정)유미 언니랑은 많이 친해졌어요. 언니 집에 놀러가서 게임도 하고요, 언니가 콩나물 넣고 양념이랑 비벼서 맛있는 밥도 해줬어요. 참, 귀여운 립밤이랑 파우치도 선물로 줬어요. 아… 남자는 아저씨라고 많이 하는데, 여자는 무조건 언니예요. 그래서 공유 아저씨, 유미 언니!
연기하면서 예쁘고 깨끗한 옷을 거의 못 입어 봤어요. 옷들이… 편하긴 한데 너무 축축해서 찝찝했어요. 깨끗한 옷을 입으면 좀 신기해요. 예쁜 옷은 꼭 못 입더라도 지저분한 건 좀… 으흐흐.
용돈을 받는다면 일주일에 이천 원 정도 받고 싶어요. 지금은 용돈이 따로 없어서 사고 싶은 게 있으면 엄마한테 말하거나 추석, 설날 때 받은 돈을 모아놨다가 사요. 가끔 아빠 구두를 닦아 드린다거나, 안마를 해 드리는데 그걸로 용돈을 받는 건 아니고 그냥 하는 거예요. 헤헤.
겉절이는 좋아하는데요, 그냥 김치는 별로 안 좋아해요. 그래도 김치찌개는 좋아해요. 오이소박이도 좋고요. 고기 종류는 개고기 이런 것만 빼고 다 좋아요.
MBC 은 촬영 없으면 꼬박꼬박 봐요. 박명수 아저씨는 보기만 해도 웃겨서 제일 좋아요. 만약에 에서 섭외가 오면 바로 출연할 거지만, 무섭고 힘들 것 같아요. 얼마 전에 독도 특집 보니까 눈앞에서 폭탄이 펑! 터지던데요. 으으.
MBC 에서 곧 (김)지원 언니 아역으로 나올 거예요. 얼마 전에 뉴질랜드에서 촬영하고 왔어요. 스태프 분들이 그러시는데, 언니랑 저랑 얼굴도 성격도 많이 닮았대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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