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호│3장의 사진에 담긴 이야기
송종호│3장의 사진에 담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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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호│3장의 사진에 담긴 이야기
“우연히 알게 된 디자이너 누님의 소개로 쇼에 섰다. 군대 가기 전에 아르바이트 삼아 한 번 해보라고 해서 했다가 여기까지 왔다. 으허허허. 어렸을 때부터 키가 컸지만 학창시절엔 남 앞에 나서는 걸 되게 싫어하고 울렁증이 있어서 한 번도 제의를 받은 적이 없었다. 모델 할 때는 쇼도, 화보 촬영도 많이 하고 바빴는데 쇼가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신기하게도 내 성격이랑 어울리지 않는데 무대에 서면 되게 흥분되는, 이상한 느낌이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 긴장감을 즐기게 되더라. 하지만 그 안에서 산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학교만 다니다가 덜컥 그 세계에 발을 들였는데 처음에는 그 치열함이 이해가 안 되었다. 저들은 왜 저렇게 사진을 들고 돌아다니는 걸까 싶고. 처음부터 운 좋게 주목을 받아서 많은 일을 했지만 아무런 노력 없이 얻은 성과였다. 그 때 그들의 치열함이 스물아홉에 군대 제대하고 나서 미래를 준비하고 연기를 하면서 그제야 보였다. 너무 늦게 알았지.”
송종호│3장의 사진에 담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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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을 하다가 어찌 어찌 기획사에 들어가고 연기 한 번 해보라고 해서 시작했지만, 처음엔 할 생각도 재주도 없었다. 연기자로서의 마인드가 아니었다. 그렇게 군대를 갔고 그 동안 밖의 여건도 많이 좋아졌다. 함께 모델을 하던 친한 사람들이 연기자로 자리 잡는 걸 보면서 나도 할 수 있겠구나 하고 덤벼들었다가 아, 이건 정말 아니구나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도 다시 모델로 돌아가면 안 될 것 같아 선을 그었다. 거의 일은 안 하고 일주일에 세, 네 번 연기 수업만 들으면서 2년을 보냈다. 물론 현장에서 배우는 게 더 많았겠지만 수업에는 안 빠지려고 노력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돌아버릴 것 같았고, 손을 놓지 않으려고 했다. SBS 는 이경희 작가님이 어떤 분인지도 잘 몰랐는데 대본을 보면서 울 정도로 좋게 읽어서 어떤 역할이든 상관없이 너무 너무 하고 싶었다. 내 연기가 부족해서 감독님이 확신을 못 하셨지만 몇 번을 찾아뵙고 우여곡절 끝에 하게 되었다. 후반부 내용이 좀 바뀌면서 태준이라는 캐릭터가 가지고 가려고 했던 부분들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 해서 아쉽기도 했지만 좋은 기억이다. 선우선 누나, (송)중기, (김)기방이, 이경희 작가 선생님이랑 지금도 모임을 갖고 같이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한다.”
송종호│3장의 사진에 담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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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호│3장의 사진에 담긴 이야기
송종호│3장의 사진에 담긴 이야기
“(이)민우같이 저렇게 연기 잘 하는 사람들이 왜 그런 소리를 하나 싶었는데, 나는 연기를 잘 하지 못 하지만 정말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래도 어려우니까 자꾸 생각하게 되고 그렇게 빠져드는 재미가 있는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진작 정신 차리고 했으면 (웃음) 지금 좀 더 내공이 쌓이지 않았을까 아쉽기도 하다. 주변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고 잘 된 사람들을 보면 열등감도 생긴다. 물론 그들이 나를 잘 챙겨줘서 지금까지 잘 살아오긴 했지만. (웃음) 내 또래의, 나보다 연기 잘 하는 사람들이 너무 너무 많기 때문에 보면 자극이 된다. 그래도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성격은 아니라 저 신은 그래도 의도한대로 잘 나온 것 같아 라고 가끔 만족도 하고 합리화도 하면서 스스로에게 숨 쉴 틈은 준다. 어차피 보여지는 작업이기 때문에 연기에 대한 평가는 대중의 몫이라고 생각 하지만 연기를 하는 순간에는 보는 사람의 판단 이전에 내가 이 상황에서 이 감정을 정말 다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면, 후련한 느낌이 있다. 몰입했다는 만족감 같은 것.”

글. 김희주 기자 fifteen@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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