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정│My name is...
켄 정│My name is...
My name is 켄 정. 한국 이름은 정강조.
1969년생. 한국 나이로 마흔 셋이다.
쌍둥이 딸이 있다. 이름은 알렉사와 주이. 한국 나이로 네 살인데, 한 명은 나를 닮았고, 다른 한 명은 아내를 닮았다.
나의 아내 트란은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존재이자 중요한 조언자다. 의사를 그만두고 배우로 전업할 때도 나를 가장 지지해 준 사람은 아내다. 그녀 덕분에 내가 지금 당신과 앉아서 이렇게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거다. 한때 투병을 했지만 지금은 다 나았고 해피엔딩이 되었으니 걱정 하지 마시라.
내 아버지는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사람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참 축복 받은 사람이다. 지금도 이틀에 한 번씩 아버지에게 전화를 하는데, 내가 의사였을 때와 다름없이 근면하라고 조언해 주신다. 직업과 상관없이 지켜야 할 원칙들을 알려 주시는 거다.
사실 라스베가스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많다. 하지만 대부분 그 동네의 화려한 밤을 보여준다. 그런데 는 낮의 라스베가스, 덥고 흉한 사막을 보여준다. 방콕을 보는 시선도 마찬가지로, 좀처럼 영화들이 보여주지 않는 뒷골목을 촬영했다. 이건 겉으로 보이는 남자들의 모습과 달리 실제로 벌어질 수 있는 나쁜 행동들을 폭로하는 영화의 주제와도 연결 되어 있는 부분이다. 남편이나 남자친구들이 총각파티에 갈 때 어떤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지 엿볼 수 있는 영화인 거지.
1편의 누드 장면이 내 아이디어라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2편에 나오는 충격적인 상황들은 대부분 대본에 있는 장면이었다.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 만큼 대본이 더 단단하고 구체적이었다고 생각한다.
2편에 등장하는 자동차 추격신을 보면, 모두가 무서워하는데 나 혼자 웃고 있는 장면이 있다. 그건 내가 제안한 설정이었다. 의 조 페시나 의 히스 레저를 참조했는데, 뭔가 사이코 패스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일부러 다른 인물들과 반대로 연기하려고 했지.
내 어린 시절이 궁금하다면 의 테디를 주목하면 된다. 실제로 나는 16살에 고등학교를 졸업해 의사가 되었고, 테디가 첼로를 연주하듯 나는 바이올린을 연주 할 줄 안다. 그리고 테디를 연기한 메이슨 리는 역할을 준비하기 위해 나와 오랜 시간 이야기를 하며 나의 십대 시절이나 부모님과의 관계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했다. 덕분에 내 인생이 테디 역에 포함된 부분이 있다.
함께 출연한 잭 가리피아나키스는 실제로 나의 오래된 친구다. 그리고 그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코미디언이고 현재 살아 있는 코미디언 중에서 가장 웃긴 사람이다. 내가 처음 스탠드업 코미디를 시작할 무렵에 그는 이미 업계의 스타였다. 하지만 언제나 나를 지지해 줬고, 친절하게 대해줬다. 같이 일하기에 굉장히 좋은 사람이지.
영화에서 잭은 ‘로우 에너지’를 보여주고 나는 극단적으로 ‘하이 에너지’를 발산한다. 둘의 조화는 사실 매우 쉬운 일이다. 서로 경쟁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건 토드 필립스 감독이 천재라고 생각하는 부분인데, 그는 일부러 다른 에너지를 가진 배우들을 캐스팅 한다. 생각해 보라. 에드 헬름스, 브래들리 쿠퍼, 모두 다른 분위기와 기운을 가진 배우들이다. 마치 오케스트라 같은 건데, 피아노, 바이올린같이 각자 다른 악기를 다루고 있는 상황인 거지. 에서도 겹치는 캐릭터가 없지 않나. 좋은 코미디란, 그런 거다.
의 차우와 의 챙이 비슷한 인물로 보일 수는 있겠다. 하지만 둘은 엄연히 다른 인물이다. 차우는 챙과 달리 권위가 있거든. 국제적인 범죄자인데다가, 모두가 그와 어울리고 싶어 하지 않나. 대신 챙은, 아시아 버전의 찰리 브라운 같은 사람이다. 아무도 상대해 주지 않고. 아마 둘이 싸움이라도 붙는다면 차우가 챙을 세번 정도는 죽이고도 남았을 거다. 하하하하. 챙은 아마도 차우가 되고 싶을 거야.
는 최근에 3번째 시즌 촬영을 시작했다. 챙이 교수였다가, 학생이었다가, 이제는 학교 경비원이 된다는 걸 알고 있나! 으하하하하. 뭔가 불쌍한 권위자가 된 셈인데 지금껏 이 시리즈를 작업한 이래로 가장 웃긴 것 같다. 진짜 경비원 옷도 입고 출연한다.
인터뷰 전날에 코엑스의 상점가를 걸어 다닐 일이 좀 있었다. 아무도 나를 모를 줄 알았는데, 젊은이들이 여기저기서 나를 알아보더라! 게다가 내가 출연한 작품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고 하더라. 한국이 코미디에 있어서 굉장히 보수적인 나라라고 알고 있었는데, 젊은 세대에는 장르에 대한 유연한 감각이 있는 것 같아서 반가웠다.
거듭 말하지만, 나는 영화 속의 사람과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실제의 나는 완벽한 ‘패밀리 맨’이라니까! 그러니까, 코미디 영화는 나에게 롤러코스터 같은 거다. 정말로 영화를 통해 누군가를 불쾌하게 만들 생각은 없었고, 그저 즐거운 것을 사랑할 뿐이다. 그러니 나를 보고 그냥 즐겨 주었으면 좋겠다. 내 연기는 판타지다, 판타지!

글. 윤희성 nine@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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