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자의 순진한 식탁" src="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2102905362733563_1.jpg" width="555" height="370" />
주부들의 로망 아일랜드 테이블에 구색을 두루 갖춘 조리 도구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고, 냉장고에는 식재료들의 입고 날짜를 적은 메모들이 붙어 있다. 그리고, 아련한 눈빛을 한 배우가 그 앞에 서니 화보가 따로 없다. 여기는 올리브 (이하 )의 촬영장소인 삼성동 합숙소. 아일랜드 테이블 너머 주방 앞쪽으로 서너 대의 카메라가 줄을 맞춰 설치되자, 이내 이 작은 주방의 주인인 윤계상과 권세인이 걸어 들어와 인기척을 낸다. “엇, 이거 전에 빙수 만들 때 썼던 그 기계 아니에요? 오호!”(계상) 들어오자마자 새 조리기구의 등장을 알아채고 아이처럼 들뜨는 두 사람은 이제 제법 진짜 요리사가 된 듯 앞치마를 두르는 모습부터 자연스럽다. 베란다엔 세인이 식재료로 가꾸던 부추가 여전히 누워 있고 펜스 너머에는 나무가 우거져 정취를 더하는 이 곳, 의 어느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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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두 남자가 유자 빙수와 장어구이에 도전하기로 한 모양이다. “이전에 어떻게 했더라?”(세인), “일단 해서 먹어보지, 뭐.”(계상) 권세인은 곧장 얼음을 꺼내 기계에 넣고 갈아보고는 “이 정도만 갈면 되나?” 하며 손을 쑥 넣어 얼음 갈린 상태를 확인한다. 카메라 너머의 제작진은 “어우” 하고 잠시 리액션을 주다 곧 웃어버린다. 이어 시작한 메인요리, 장어구이. “먼저 겉을 키친타월로 닦아야 해.”(계상) 해본 적 없는 요리기에 두 사람은 윤계상이 가져온 “우리 누나 레시피”를 꼼꼼히 읽으며 실행에 옮겨 본다. 스태프들 모두가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지만 재료 조달 외엔 어떤 개입도 하지 않는다. 잘 되든 안 되든 윤계상과 권세인이 해 나가는 그대로 만들어지기에 오직 두 사람의 대화와 이들이 손으로 조물거린 음식만이 오르는 것이 이다. 계속해서 ‘바로 그 맛’을 내고 싶어 하는 윤계상과 ‘우리만의 음식’을 만들고 싶은 권세인이 함께 도달할, 그 최후의 맛은 아직 보장할 수 없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차려주고 싶다던 마음에서 시작된 식탁이며 실패하고 또 실패하더라도 솔직하게 차려내는 식탁이지 않은가. 이 순수한 마음 때문에 얼마 남지 않은 두 남자의 마지막 만찬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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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경진 기자 twenty@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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