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곰 테드>│기쁘다 테드 충무로 오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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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 많은 곰이라면 여우보다 낫다. 심지어 영화 의 주인공인 곰인형 테드는 재주를 부리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주인이자 친구인 존(마크 월버그)의 소원으로 사람과 똑같이 걷고, 먹고, 말하고, 생각하는 테드는 여우는 물론 사람 이상의 몫을 하는 곰이다. 물론 세상의 모든 신기한 일은 익숙함이라는 덫에 발목이 잡혀 서서히 평범함의 세계로 내려오기 마련. ‘왕년의 스타’였던 테드는 이제 기적의 인형이 아니라 나이에 비해 철없고 무능한 그렇고 그런 잉여곰이 되어버렸다. 심지어 존의 대책 없음에 화가 난 그의 연인 로리(밀라 쿠니스)가 테드를 사태의 원흉으로 생각하게 되면서, 테드의 입지는 집안에서조차 좁아진 형편이다. 요컨대 는 존과 테드, 빠르고 정확하고 치밀한 현대의 속도에 적응하지 못한 루저들의 성장기인 것이다. 그러나 영화 밖에서의 테드는 마냥 한가롭고 유유자적한 곰이 아니다. 영화의 홍보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테드는 지난 24일, 오전부터 인터뷰를 위해 충무로를 직접 찾는 열의를 보였다. “민망하지만” 작품 속에서의 모습과 최대한 비슷해 보이기 위해 모든 의상을 탈의하고 나타난 그는 영화 속의 곰처럼 귀엽고 유쾌한 한편 떠오르는 할리우드 스타로서의 태도 또한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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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의 인기는 거리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었다. 가을 햇살에 잘 그을린 그의 너도밤나무 빛깔 피부를 사람들은 멀리서도 알아보고 환호했지만 그의 아우라에 홀린 듯 감히 다가와 악수나 싸인을 청하지는 않았다. 북미에서의 열화와 같은 인기에 비해 자유로운 한국의 거리를 만끽한 테드는 차가운 커피를 마시면서 잠시 “공정무역 커피와 자본주의의 모순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느냐”, “외계인 알프가 커피라면, 나는 TOP”라며 담소를 나눴다. 뿐만 아니라 커피 한잔에도 연예인 DC를 부탁하며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의 이러한 할리우드식 태도는 사무실에서도 이어졌다. 한국의 매거진들을 꼼꼼히 살피며 자신의 기사 콘셉트에 대해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피력한 그는 “한국의 문화를 체험하고 싶다”며 막걸리로 목을 축이기도 했다. 방송 출연에 대비해 한국말을 연습했다며 “싸뢍해요우, 연예과중기예”라는 문장을 틈틈이 연습하는 모습에서는 스타로 완성되기 위해 그가 흘린 땀과 눈물의 시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연일 이어지는 방송 출연과 무대인사에도 지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연기는 물론 작품의 흥행까지 살피고 싶은 배우의 책임감 덕분이었던 것이다. 짧은 인터뷰를 마치고, 테드는 남은 스케줄을 소화하고 ‘강남 스타일’을 체험하기 위해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솔직하고, 소탈하며, 화려하기까지 한 테드의 모습은 어느 하나로 규정할 수 없어서 더욱 흥미로운 것이었다. 오색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것. 우리가 그것을 스타라고 부른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떠나는 그의 어깨위로 빛나는 후광을 볼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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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희성 nine@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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