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소문 없이, 길쭉한 고양이 같은 아가씨들이 스르륵 스튜디오로 들어섰다. 그러나 눈이 마주치자 이내 작은 얼굴에는 귀여운 미소가 번지고, 어디선가 작게 새어나온 “하나, 둘” 구령 소리에 맞춰 날씬한 허리들이 힘껏 접힌다. “안녕하세요! 신인그룹 피에스타입니다!” 청순함이나 가련함은 찾아 볼 수 없는 쩌렁쩌렁한 기세가 폭죽이 터지듯 공간을 채운다. 앞으로 나서거나, 뒤로 숨은 멤버 하나 없이 똑같은 박자로 목청껏 연습한 인사를 외치는 모습은 이들이 선보이는 무대의 요약본과 같다. “라삐라빠 라삐라빠”라는 멜로디를 금방 따라서 흥얼거리게 되는 피에스타의 노래 ‘Vista’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무래도 소년들 못지않은 에너지로 동작을 맞춘 이들의 군무였으니까 말이다.

무대를 밟기 위해 화석처럼 노력했던 시간
피에스타│별이 빛나는 축제에
피에스타│별이 빛나는 축제에
무대에서 기운을 발산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그만큼 차곡차곡 쌓아온 시간이 필요했다. 멤버들이 확정되고 팀으로서 연습한 기간만 벌써 2년. 같은 회사에서 “화석”이라는 별명을 얻기까지 6년 동안이나 연습생 기간을 거친 혜미와 그 애타는 속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 역시 6년 연습생 린지는 스무 살을 앞뒤로 빛나는 청춘을 꼬박 꿈을 위해 헌납했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체스카는 한차례 꿈을 포기하고 미국으로 돌아갔던 상처가 있고, 중국인인 차오루는 한국 유학길에 오르기 전 중국에서 가수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나이는 막내지만 중학생 시절부터 꾸준히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해 온 예지와 팀에 합류하고부터 본격적으로 가수의 꿈을 다지기 시작한 재이까지, 여섯 명의 멤버들은 누구 하나 쉽게 우연히 무대로 향하는 계단을 밟은 사람이 없다. “데뷔 무대를 하고 나서 울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그냥 모니터를 보고 빨리 고칠 부분을 찾았죠”라고 말하는 린지의 덤덤한 데뷔 소감이 오히려 뭉클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오랫동안 간절하게 기다려 온 무대의 기쁨에 도취되는 것보다 이들에게 지금 중요한 것은 더 좋은 다음 무대를 준비하는 일, 그래서 쉬지 않고 무대를 밟을 수 있는 팀이 되는 일인 것이다.

아웅다웅 소녀들, 신화를 꿈꾸다
피에스타│별이 빛나는 축제에
피에스타│별이 빛나는 축제에
그만큼 소중하기에, 피에스타는 자신들의 다듬어지고 짜여 진 모습을 무대를 위해 아껴 둔다. 자매들처럼 우애를 자랑하기는커녕 “싸우죠, 어떻게 안 싸우겠어요”라고 너스레를 떨며 깔깔 웃는 모습은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편안해 보인다. 게다가 “각자 빨간색, 파란색으로 연습 해 온 시간들이 있잖아요. 그것들의 중간 지점을 찾아야 하는데 멤버가 여섯이나 되니까 당연히 의견 충돌이 생기지 않겠어요”(예지)라며 서로의 다른 모양새를 인정하는 태도는 제법 어른스럽고, “그런데 연습하면서 다퉈도 숙소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수다 떨다 보면 다 풀어져요. 다음날 자고 일어나면 다 까먹고요”(혜미)라며 체득한 해결법을 설명하는 모습에서는 안에서부터 잘 다져진 팀워크를 짐작케 한다. 수학여행을 즐기듯 숙소생활에 적응한 멤버들과 달리 단체 생활이 힘들었던 체스카가 “엄마가 체스카는 사랑을 모르는 아이 같다고 말씀 하신 적 있는데, 멤버들과 같이 살면서 사랑을 나누는 법을 배웠어요. 그거… 배… 배료? 배려?”라고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었던 것은 결국, 데뷔와 성공을 향한 투지보다 한발 앞서 있었던 이해의 힘 덕분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팀의 롤모델로 언제나 ‘신화’를 손에 꼽는 것 역시 똑같이 앞질러 가는 대신 제각각의 모습이더라도 함께 가는 팀의 운명을 바라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노력하면 다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피에스타│별이 빛나는 축제에
피에스타│별이 빛나는 축제에
“팀 이름은 데뷔 2, 3주 전에 결정 되었어요. 아마 사장님이 저희끼리 신나게 노는 모습을 보고 그렇게 지으신 게 아닐까요?”라는 재이의 추측처럼, 피에스타의 이름은 ‘축제’를 의미하는 스페인어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축제란 똑같은 모양들이 모여서 줄과 열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 다른 모습들이 어울려 만들어내는 화려한 어지러움이다. 화려함에 더해, 피에스타는 서로 다른 취향과 성격의 멤버들이 하나의 무대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통해 낙천적인 태도라는 큰 공통점을 갖게 되었다. “하면 되더라구요. 뭐든 시간이 지나고 노력하면 다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혜미)라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건, 지금 이들이 바로 그 과정 안에 있기 때문이다. 땀과 눈물의 시간은 축제의 무대가 되었고, 많고 많은 걸그룹들 사이에서 자신들을 알아봐 주는 사람들을 만났다. “춤추는 별들의 Party? 난 그저 매일이 Party”라는 가사처럼, 매일을 즐기다 보면 언젠가는 별들 사이에 가 있을 것이다. 여느 별들과 달라서 알아 보기 쉬울 별 하나가, 지금 막 하늘을 향해 출발 했다.

글. 윤희성 nine@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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