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지│My name is...
정은지│My name is...
My name is 정은지. 에이핑크의 메인 보컬이다.
1993년 8월 18일생. 곧 생일인데 나는 소고기 미역국을 좋아한다. 어느 사람이 어느 창의력으로 미역국에 도다리를 넣는 당가! 으하하하하.
말하자면 나는 부산 토박이다. 해운대 쪽에 쭉 살았는데 실용음악학원에 다닐 때는 가까운 광안리에 친구들하고 자주 놀러 가기도 했었다. 바닷가까지 걸어가서 같이 노래도 부르고 그랬었다.
tvN 촬영하면서 제일 힘든 거는 잠이 오는 거다. 액션! 하고 카메라가 돌면 제정신이 돌아오는데 슛 들어가기 전까지가 제일 힘들다. 특히 시원이는 나오는 분량이 많아서 늘 비몽사몽이다.
감독님이 캐스팅하면서 “현장에서는 누구의 말도 믿지 말고, 나만 믿고 따라와” 하고 말씀을 해 주셔서 많이 의지가 됐다. 그때는 그렇게 참 멋진 말씀을…… 하하. 실제로 현장에서도 행동에 팁을 많이 주시는데 윤제를 발로 찰 때 그냥 퍽! 차지 말고 고개가 약간 휘어지게 차면 세게 보인다고 시범을 보여주시기도 한다. 한날은 본인을 직접 차 보라고 하셔서 내가 “아이고, 제가 어떻게 감독님께 그렇게 합니까”하고 사양했는데, 굳이 괜찮다고 하시는 거라. 그래서 발로 차는 연기를 했는데 갑자기 욱하셔서…… 내가 좀 힘이 센갑다.
윤제하고 인국이 오빠가 제일 다른 느낌이다. 다른 오빠들은 실제 모습이나 현장에서 행동이나 거진 같은데, 인국이 오빠는 무뚝뚝한 윤제보다 표현도 자유스럽고 사람들에게 골고루 잘해주는 편이다.
방송 시작하기 전 tvN 에서 은지원 선배님이 인국 오빠랑 스캔들 얘기하는 바람에 인지도가 좀….. 느어무 감사합니드아…… 방송 보면서 우리도 막 웃었는데 인국 오빠가 전화해서 “방송 재밌게 하려다 보니까 그렇게 됐다”고 사과를 하더라. 그래서 내가 나도 보면서 좀 의심스러웠다고 장난을 쳤다. 그 정도로 오빠들하고는 편하고 친한 사이다.
호야 오빠는 같이 방송할 일이 많이 없어서 드라마를 찍기 전에는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 그리고 평소에는 무뚝뚝하고 시크한 사람인 줄 알아서, 내가 먼저 다가가기 어렵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막상 친해지니까 아니데…… 하하하. 같은 아이돌이지만 뭐 더벅머리 가발 쓰고, 욕하고 그런 거 다 보여줘서 이제 거칠게 없는 사이다. 에효.
제일 짓궂은 거는 시언 오빠다. 막 저보고 못생겼다고, 어떻게 이렇게 생겼냐고 그런다. 그러면 나는 오빠 얼굴이나 생각하라 그러고, 또 오빠는 11살이나 어린 게 대꾸한다고 뭐라 그러고, 나는 또 11살 많은 분이 동생 놀려서 좋겠다고 대들고. 실제로 성재랑 시원이처럼 촬영 안 할 때도 계속 친구처럼 투닥거리면서 지낸다. 그렇게 친하고 스스럼없는 분위기가 아마 드라마에도 다 묻어 나오는 것 같다.
정은지│My name is...
정은지│My name is...
정은지│My name is...
정은지│My name is...
비 오는 날 H.O.T 비옷 때문에 길에서 우는 장면을 찍던 날이 제일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런데 내가 비 맞는 걸 되게 좋아해서 힘들지는 않았다. 어릴 때도 우산 있어도 내리고 다니고, 흰옷에 흙탕물 다 튀고 그래서 엄마 속 엄청 썩여 드렸지.
엄마는 드라마 보면서 CCTV 달아 놓은 것 같다고 하신다. “저 안에 내가 없을 뿐이지 나도 똑같은 감정을 느낀다. 저 엄마가 느끼는 분노, 저 아빠가 느끼는 분노, 내가 다 안다” 그러시길래 “아 그래? 내가 미안타” 그랬지. 나도 부모님께는 시원이처럼 의사 표시를 너무 분명하게 해서 아빠랑 대거리하고 그런 모습을 보면 어디서 많이 보던…… 아, 내가 그런 건 아닌데 많이 익숙한…… 히히히
진짜 긴장했던 장면은 전화받으면서 우는 날이었다. 그전까지 발랄한 거 찍다가 마지막에 촬영했는데 현장도 어두컴컴하고 스태프분들이 분위기를 잘 잡아 주셔서 감사했다. 그리고 엄마 목소리를 감독님이 해 주셨는데, 진짜 이일화 선배님 호흡으로 너무 잘해 주셔서 감정 이입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우리 감독님이 진짜 웬만한 연기자 못지않게 그런 거 잘하신다.
막상 방송을 보면 ‘아, 클났다’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보기에는 너무 어색하고, 특히 우는 연기는 누구 앞에서 엉엉 우는 성격이 아니라서 좀 더 잘할 걸 하고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하지만 첫 번째 볼 때는 그런 지점을 모니터하지만 두 번, 세 번 볼 때는 진짜 드라마가 재미있어서 본다! 내가 아마 우리 드라마 유튜브 조회수 엄청 많이 올렸을 거다.
부모님이 아날로그적인 걸 좋아하시기도 해서 드라마에 나오는 소품들은 크게 낯설지 않다. 우리 아빠가 삐삐를 오래 사용하셔서 음성 녹음 남긴 기억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스트 팩? 저버 청바지? 그런 브랜드는 잘 모르겠다. 원래 옷 살 때도 시장 가서 엄마가 사주는 거 입고 다니던 성격이라서.
음악도 옛날 노래들을 원래 좋아하는 편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이모부가 마이마이를 사 주셨는데, 그때 처음 내가 산 테이프가 김건모 선배님의 앨범이었다. 어린 마음에도 진짜 감정을 전달하는구나, 호흡 같은 걸 느끼고 그랬는데 아직도 노래할 때 김건모 선배님의 방식을 많이 참고 한다. 양희은 선배님 음악도 좋아하고, 지금 노래들은 귀가 즐겁지만 옛날 노래들은 마음이 즐거워서 좋다. 가삿말이 참 예쁘지 않나. 나도 나중에 좀 더 음악을 하게 되면 그렇게 가사가 예쁜 곡을 부르고 싶다. ‘단지 널 사랑해, 이렇게 말했지’라니. 얼마나 말이 예쁘나.
드라마 촬영하면서 하도 고함을 치니까, 목이 금방 쉬더라. 촬영하면서 에이핑크 활동까지 할 때는 그래서 스트레스도 많았다. 한번은 진짜 쇳소리밖에 안 나오는데 멤버들이 내 부분을 같이 불러 줘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이렇게 개인 활동을 하니까 오히려 멤버들의 고마움을 알게 되고 좋다. 평소에 응원 문자도 보내주고, 숙소에 가면 “언니, 고생했어요” 하면서 반겨 주고…… 자주 못 보니까 더 좋은 것 같네?

글. 윤희성 nine@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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