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철│고객님, 괜찮은 적금 하나 들고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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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인상은 힘이 세다. Mnet 의 우승자로 첫 발을 내딛은 신민철이 패션 세계에 금방 입성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가 그를 처음부터 모델의 모습으로 기억하는 덕분이었다. 하지만 영화 에서 모델을 연기하는 신민철을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새침한 표정, 살랑거리는 몸짓, 소프라노에 가까운 목소리를 가진 여민승은 영화 속 런웨이에서조차 특유의 간드러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우울한 소년의 얼굴을 가진 모델, 침착한 청년의 목소리를 가진 스물일곱 신민철의 모습을 지우고 또 지워내야 그려 넣을 수 있는 그 얼굴은 그래서 온전히 배우 신민철의 첫인상으로 남겨진다. “계속 원래 성격은 영화 속 모습과 다르다고 해명을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만큼 제가 민승을 잘 표현해 냈다고 생각하면 뿌듯하기도 해요.” 너무나 뚜렷한 캐릭터의 이미지에 갇혀 버릴까하는 고민은 아직 그의 것이 아니다. “첫 배역인데 이름이 있고, 필모그래피의 첫줄을 이정도로 규모 있는 작품으로 채워 넣었다는 것이 참 행운이죠”라고 말하는 신민철에게 지금 중요한 것은 홈런과 안타를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방망이를 휘두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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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운이 좋다고 말할 수도 있다. 친구가 대신 작성해준 지원서 덕분에 모델이 되었고, 사진을 본 감독의 제안으로 참석한 오디션에서 배역을 얻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저는 정기적금 같은 사람이거든요”라고 말하는 신민철에게 운이란, 그저 기회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모델이 되고 나서도 학교생활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애를 썼고, 배우가 되기 위해서는 50번이 훌쩍 넘는 오디션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다. 거절당할 때마다 조금씩 위축되기도 했고, 자신의 자만심을 다스리며 “처음에는 탈락한 이유를 몰랐는데 결국 제 연기력이 문제였던 거죠”라고 허심탄회하게 말할 수 있을 만큼 단단해지기도 했다. 그리고 차곡차곡 쌓아온 시간은 첫걸음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마음이라는 소중한 재능을 그에게 남겼다. 가진 만큼 얻는 법칙을 이해하는 사람에게 성과란 곧 자신이 준비한 노력의 반영이기 때문이다. “도박은 물론이고 주식, 펀드 다 싫어해요. 그런데 연기에 대해서만큼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이제 와서 생각이지만, 제가 여민승 역할을 이미 해버렸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일종의 도박이었잖아요.” 확률이 불투명할 때, 이것은 도박이지만 셈을 할 수 있게 되면 그것은 수학이 된다. 운을 운명으로 바꿀 힘. 첫인상을 뛰어넘는 두 번째 첫인상을 만들어내는 힘. 신민철의 적금이 만기 상환일이 되는 날, 우리는 모델의 이름표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진 배우를 만나게 될 것 같다.

신민철│고객님, 괜찮은 적금 하나 들고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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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name is 신민철.
1986년 5월 25일생. 벌써 이십대 후반이다. 영화 를 찍을 때도 같이 출연한 모델들 중에서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은 거의 없더라.
서강대에서 신문방송학, 사회학을 전공하는데 학점 따기도 워낙 어렵고 출결 관리도 엄격해서 모델 활동 할 때 애를 많이 먹었다. 그래도 재수까지 해서 입학한 학교인데 졸업장은 꼭 받고 싶어서 계속 활동과 병행을 해왔다. 지금 한 학기 남겨두고 휴학 중인데, 다음 학기에 복학할 수 없을 만큼 일이 많아지고 바빠지면 좋겠다. 하하하하.
평소에 가장 즐기는 것은 축구다. 보는 것, 하는 것 다 좋아한다. 특히 우리 축구팀은 창단 2주 만에 총장 배 준우승을 했던 팀이다. 아아, 요즘 경기에 못 나가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유로 2012나 K리그 경기도 챙겨보고 있다. 응원하는 팀은 바르셀로나! 잘하는 팀을 응원하니까 얼마나 신나는지! 하지만 이 팀이 암흑기일 때부터 계속 믿고 응원을 해 왔다는 점이 중요하다. 원래는 선수를 따라가는 편이었는데, 이제는 팀에 애착이 생겨서 의리를 지키고 있다.
모델이 되고 나서 깜짝 놀랐던 게, 우리나라에 키 크고 멋진 사람이 정말 많다는 점이었다. 나랑 눈높이가 맞는 분들이나 더 크신 분들도 워낙 많고, 다들 얼마나 멋있던지. 나는 평소에 별로 멋을 부리거나 하는 편이 아니라서 더 놀랐다. 학교 다닐 때도 항상 구질구질하게 입고 남자애들이랑 몰려다니고 그러는데 말이다.
내가 진짜 남자로서 멋지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장동건 선배님이다. 나이가 들었다고는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잘생긴 기준은 아직도 그분이다. 모델 중에는 임주환 선배를 정말 좋아해서 인터뷰도 몇 번이나 읽고, 사진도 챙겨볼 정도였다. 강동원 선배님의 작품도 전부 다 찾아봤고. 진짜 멋진 남자들이 너무 많다니까.
배우로서 가장 눈여겨봤던 분은 김남길 선배님이다. 이후로 계속 주목하고 있었는데, , 다 봤다. 누구도 닮지 않은 자신만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는 점이 정말 존경스럽다. 제 2의 누구, 그런 수식이 없는 배우잖은가. 언젠가 신인 배우가 여성스러운 남자를 연기 할 때, 의 내 연기를 참고할 수 있게 된다면 정말 영광일 것 같다. 하하하.
모델 생활을 하면서 벌었던 돈은 대부분 은행에 잘 모아뒀다. 모델 일을 하면서도 비싼 옷은 잘 안사는 편이었는데, 내 형편보다 무리하는 건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았다. 부모님이 절약을 늘 강조하셨는데, 그래서 어려서부터 몸에 그런 습관이 베어있는 것 같다. 덕분에 지금 취업한 친구들을 봐도 덜 조급하다. 나는 이미 모아둔 게 있으니까, 지금 좀 일이 없더라도 2, 3년 사이에 따라잡으면 되는 거니까.
내가 번 돈으로 산 제일 비싼 물건은 스쿠터다. 그런데 너무 걷지 않으려고 해서 금방 팔아버렸다. 그것보다는 어머니께 드린 선물이 더 비쌌던 것 같다. 결혼기념일에 큰 TV도 사드렸고, 이번에 영화를 찍은 기념으로 냉장고도 사 드렸다. 마침 기다렸다는 듯이 14년된 냉장고가 딱! 고장이 나더라고.
오디션에 한창 떨어지고 다닐 때, 회사 회식 자리에서 손창민 선배께 그런 말씀을 드린 적이 있다. 그랬더니 “겨우 그 정도로 주눅이 드냐. 나는 훨씬 많이 떨어지고, 심한 말도 많이 들었다. 아직 멀었다” 그러시는데, 정신이 번쩍 들더라. 50번 떨어졌지만, 아직 100번은 안된 거니까.
촬영을 할 때 감독님이 일단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끔 풀어 주셨다. 그 중에서 가장 괜찮은 장면을 골라서 영화에 써 주신 거라고 생각 한다. 강지환 선배님도 현장에서 구체적인 부분까지 도움을 많이 주셨고, 영광 씨도 내 모니터를 꼼꼼히 해 주기도 했고, 많은 분들께 도움을 받으면서 작품을 해 낸 것 같다.
아무래도 민승은 차형사가 해결하는 사건과 분리된 인물이다 보니까 막상 영화에서 편집된 장면들이 많다. 개인적으로는 아깝지만 영화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겠지. 그래도 감독님이 DVD가 나오면 민승의 장면들을 좀 더 살려주시겠다고 하셨다.
무대 인사를 가면, 배우들이 인사를 할 때마다 함성 소리가 다르다. 아무래도 다른 분들은 이미 인기인이시니까 아마 신인인 나만 신경 쓰고 있는 걸 텐데, 나를 향한 함성도 조금씩 커지고 있는 것 같다. 그 기분이 정말 좋다.

글. 윤희성 nine@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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