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수진│적도에서 온 그녀
경수진│적도에서 온 그녀
곱게 빗어 묶은 머리, 슬픔을 머금은 눈. 여려 보이는 한 여자가 돌로 자동차 유리를 힘껏 내리친다. 청순할 것만 같았던 부자집 아가씨 같았던 KBS 의 지원은 이 장면으로 단숨에 예상된 스펙트럼을 벗어난다. 단아하게 기타를 치는 청순가련의 여주인공 같지만 이내 당돌한 연설로 관객들을 휘어잡는 모습은 세상 무서울 것 없는 말괄량이 소녀같고, 아버지 앞에서는 예쁜 딸이지만 몰락한 집안을 일으키겠다고 다짐하며 눈에서 불꽃을 튀긴다. 이런 다양한 매력을 가진 지원의 캐릭터는 경수진을 통해 생기를 얻었다. 경수진에게 는 몇 번의 뮤직비디오와 광고를 거쳐 만난 첫 드라마였고, 촬영은 캐스팅이 확정된 다음날부터 시작됐다. 그만큼 연기에 대한 긴장은 아직도 남아 있었지만, 지원이 그러했듯 자신의 앞에 놓인 일을 당차게 헤쳐나갔다. 대학교를 마칠 무렵 바로 연기에 뛰어들 수 있었던 건 “연기로 성공할 수 있겠다는 확신” 때문이었고 촬영은 고됐지만 “캐릭터의 감정을 이어나가는 게 배우의 몫”이라고 말하는 경수진의 모습은 진지함을 넘어 터프하기까지 하다.

경수진│적도에서 온 그녀
경수진│적도에서 온 그녀
하지만 그도 잠시, 경수진의 장난기 넘치는 웃음이 감출 수 없다는 듯 흘러나온다. 집안 사정 때문에 보수적으로 변했던 막내딸은 어릴 적 개구쟁이 모습만큼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제가 원래 처음 만나면 말을 안 하다가 성격이 파악되면 그 때부터는 장난을 좀 쳐요. 성격 ‘스캔’은 한 30분이면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웃음)” 면접처럼 조리 있게 말하려다가도 어느새 입은 오물조물, 눈빛은 요리조리 움직인다.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는 진중함 사이로 새어나온 장난기는 경수진을 더욱 다채롭게 만든다. “기타 치고 단아하게 노래 부르는 장면을 본 친구들이 ‘ㅋㅋㅋ’만 있는 문자를 보내더라고요. 이렇게 얌전히 있는 거 보면 아마 엄청 웃을 거예요.” 이야기를 할수록 다른 색깔을 보여주는 경수진은 끊임없이 그 다음, 또 그 다음의 얼굴을 궁금하게 한다. 한 발 다가서면 외모와는 다른 고집 있는 성격에 놀라게 하고, 다시 한 발 다가가면 톡톡 튄다. 마치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한 경수진의 눈웃음 속에는 또 어떤 다른 모습이 숨겨져 있을까. 적어도 지금과는 또다른 모습일 것은 분명하다.
경수진│적도에서 온 그녀
경수진│적도에서 온 그녀
My name is 경수진. 거둘 수(收)에 참 진(眞)을 쓴다. 할아버지가 지어 주셨고 ‘참한 것을 거둔다’라는 뜻이다. 이름이 흔해서 바꾸려고 했는데 성이 독특하니까 그대로 하자는 소속사 의견을 따랐다.
나이는 아직 공개하기 힘들다. (웃음) 지금 공개하려면 나이를 속여야 할지도 모른다. 근데 거짓말은 하기 싫다.
와인 모으기가 취미였다. 예전에 와인 가게에서 일한 적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와인에 대해 알게 됐고 모으게 된 거다. 요즘에는 취미 활동할 시간이 없지만 그 때 생각이 날 때가 있다.
수영이나 스쿼시를 굉장히 좋아한다. 운동은 보는 것보다 하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대회는 나간 적이 없고 그냥 재미있어서 했다. 운동을 워낙 좋아해서 대학교 전공도 스포츠 마케팅을 택했다.
추운 날 한강 뛰는 게 너무 좋다. 운동하면 몸에서 열이 나는데 바깥 공기는 차갑고, 그런 게 좋더라. 보통 스케줄 없으면 한강에서 3시간 정도 운동을 한다. 왕복 15km 정도를 걷고 뛰는데 생각도 많이 할 수 있어 좋다.
웹툰 , 를 좋아한다. 원래 만화 보는 거 별로 안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즐겨봤던 만화도 예전 만화 빼고는 별로 없을 정도다. 근데 요즘은 쉬고 싶을 때 웹툰을 보게 되더라. 기안84님의 이랑, 황미나 님의 가 재밌다.
나보다 네 살 많은 오빠가 있다. 근데 오빠를 어려워해서 막내지만 애교는 못 부린다. 아빠도, 오빠도 무뚝뚝한 편이니까. 아마 내가 오빠한테 애교 부리면 무섭다고 생각할 거다. (웃음)
고등학교 때 담임선생님이 좋아하시는 반장이었다. 우리 반이 무엇을 할 때, 뭔가 이뤄내야 하는 상황에서 항상 진지하게 이끌어갔다. 담임선생님은 ‘네가 알아서 다 해라’라는 식으로 일을 굉장히 많이 시키셨다.
중, 고등학교 때 연극부에서 활동했다.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 연극부에 들어가게 됐고 그 때 좋은 경험을 많이 한 것 같다.
엄마가 엄격하게 예의 교육을 시키셨다. 항상 인사를 먼저 하고 어른들 앞에서 예의바르게 행동하라고 가르치셔서 나도 모르게 어른들을 뵈면 긴장하게 된다.
손이 맵고 힘이 세다. 아이 투 아이의 ‘남자답게’ 뮤직비디오에서 권투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상대 배우 분께 너무 죄송할 정도였다. (웃음)
말을 굉장히 빨리 하는 편이다. 성격도 급해서 ‘빨리 빨리’가 몸에 배어 있다. 그래서 운동이나 뭘 배울 때도 집중해서 빨리 배우려고 하는 것 같다.
드럼을 배운 적이 있다. 예전에 교회 다닐 때 밴드 보컬을 했었는데 옆에 오빠가 드럼을 치는 게 너무 멋져 보이더라. 하지만 배우다가 너무 어려워서 스스로 무너졌다. (웃음)
연관 검색어로 손예진 선배님 이름이 뜨는데 너무 행복하다. (웃음) 비교 자체가 나에게는 영광이다.
박개인 같은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 청순하면서도 4차원인 캐릭터, 딱 내 스타일이다. (웃음)

글. 한여울 기자 sixteen@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이지혜 seven@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