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누리│겁없는 얌체공의 등장
배누리│겁없는 얌체공의 등장
마냥 어릴 줄만 알았다. 신기가 들리면 독한 눈빛을 쏘다가도 월(한가인)과 설(윤승아) 사이를 신나게 뛰어다니는 MBC 의 잔실이를 떠올리면, 배누리를 그렇게 상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얇은 쌍꺼풀이 무색할 정도로 큰 눈을 반짝이며 “가발을 쓰니까 귀가 안 추워요”라고 배시시 웃는 그의 뽀얀 얼굴 뒤에는 엉뚱할 만큼 당찬 에너지가 숨어 있었다. 고등학교 1학년이던 2008년, 배누리는 우연히 보게 된 한 의류 브랜드 모델 오디션에서 ‘에라, 모르겠다’하고 덤비는 소녀였고, 싸이언 롤리팝 광고에서 빅뱅과 다른 색깔을 낼 줄 알았던 신인이었다. 의 무녀 역을 연기할 때도 지레 겁먹지 않았다. “잔실이는 평소에 아무렇지 않은데 가끔 신기가 들리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냥 친구들이랑 항상 하는 상황 극이라 생각했어요.”
배누리│겁없는 얌체공의 등장
배누리│겁없는 얌체공의 등장
소녀는 당돌할 만큼 연기에 도전했고, 배우 준비를 위해 소소한 여고생의 추억을 포기했다. 하지만 ‘연기가 내 길이다’라는 힘들어간 각오는 하지 않았다. 대신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라는 생각만으로” 조금씩 걸어 나갔다. 그 사이 배누리는 꾀병 부리며 친구들과 놀러 다니던 소녀에서 “어쩔 수 없이 쓴 돈은 최대한 잘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절대 대학교 수업은 빠지지 않”고 혼자가 아닌 여럿이 만드는 연기의 재미를 알아갔다. 겉으로 보이는 잔실의 연기는 통통 튀지만, 배누리는 “잔실 역을 맡은 후에 아빠랑 점집에 가보려고도 했는데 너무 무겁게 접근하면 안 될 거 같아서 평소에 더 천방지축으로 연기”할 만큼 자신의 일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한다. “만약 지금까지 제가 한 연기가 나쁘지 않았다면 그건 저랑 닮은 역할만 해서 그래요. 나중에 더 다양한 역할 하려면 당장 욕심 부리지 않고 연기 공부를 되게 많이 해야 할 거 같아요.” 배누리의 아이 같은 웃음이 어느새 “이름보다 캐릭터로 남고 싶다”는 믿음직한 배우의 모습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배누리│겁없는 얌체공의 등장
배누리│겁없는 얌체공의 등장
My name is 배누리. 아빠가 ‘온 세상을 다 누려라’라는 의미에서 지어주신 한글이름이다. 예전에는 배추, 누렁이처럼 별명이 너무 많아 싫어했는데 주위 분들이 이름 좋다고 하시니까 이젠 그런 것 같다. (웃음)
1993년 2월 4일 생. 얼마 전 생일에는 다행히 촬영이 없었다! 가족들이랑 조촐하게 보냈다. 옛날에는 생일 잘 챙겼는데 이제는 그냥 실속 있는 선물만 받으면 좋다. (웃음) 이번에는 내가 필요한 거를 미리 리스트로 만들어서 선물 달라고 조를 수 있는 사람들에게만 알려줬다. 물론 다른 사람들한테는 그냥 문자나 편지만 받아도 좋다.
어릴 때 웅변 학원을 다녔다. 그래서 웅변대회 사진도 많다. 그런 거에 영향을 받았는지 무대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것도 좋아했다. 물론 어릴 때까지만.
고등학교 때 입술에 BB 크림을 바르고 꾀병을 부렸다. 하하하. 그리고는 친구들이랑 나가서 먹고 놀고 그랬다. 언니도 워낙 보수적이라 나도 그 영향은 받았지만 나쁜 거 빼고 알게 모르게 나름의 일탈을 즐겼던 것 같다.
솔직히 잔실이 의상이 우중충해서 첫 날은 좀 그랬다. (웃음) 근데 처음 촬영을 하고 모니터를 봤는데 너무 귀엽게 나오더라. 캐릭터가 확실히 부각되고 색달라 보여서 좋았다.
잔실이가 처음으로 빙의하는 장면 때문에 잠을 설치면서 연습했다. 누워서 ‘네 이년!’ 이렇게 웅얼거리고 있는데 옆에 자고 있던 친언니가 그걸 잠꼬대로 받아주더라! (웃음)
시즌 1에 출연했다. 물론 단역으로 볼 수도 있고 워낙 아이돌이 많이 나와서 비중이 줄어들기는 했다. 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나오는 거기 때문에 단역이라 생각 안 하고 한 작품이라 여기고 들어갔다.
승마는 잠깐 배웠다. 어렸을 때 딱 한 번 제주도에서 말을 탔는데 너무 재밌어서 말에 대한 기억이 좋아서 기분 좋게 운동도 할 겸 시작했는데 말이 너무 성격 있더라. 이게 나를 만만하게 보고. 아직 다시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은 없다. 물론 연기 때문에 해야 한다면 정말 열심히 할 거다!
빨리 질리는 스타일이다. 머리도 항상 길게 기르다 보니 너무 답답하더라. 그래서 소속사에 ‘앞머리를 만들게 해 달라, 염색이라도 하게 해 달라’고 졸랐다. 다행히 에서 염색도 하고 가발도 써서 너무 만족하고 있다.
올 블랙에 포인트 하나 아니면 아예 캐주얼하게. 평소에 이런 심플한 스타일을 좋아한다. 캐주얼하게 입을 때는 컬러풀하게 입지만 보통은 후드 티셔츠를 많이 입는다.
내 얼굴 중 눈이 가장 마음에 든다. 어릴 때는 눈이 굉장히 컸다. 근데 크면서 점점 작아지더라. 콤플렉스까지는 아닌데 쌍꺼풀 예쁘게 있는 아이들이 셀카 찍는 거 보면 부러워진다. 근데 뭐, 다들 내 눈도 예쁘다고 하시니까 그것도 개성이고 마음에 든다.
매일 아침마다 새로 나온 곡을 다 듣는다. 일단 다 저장해 놓고 좋은 노래 골라서 다시 듣는다. 그래서 요즘 나오는 아이돌 가수 한 명 한 명은 모르지만 노래는 다 안다. 평소에 발라드, 댄스 안 가리고 많이 듣는 편이다. 요즘에는 린 선배님의 ‘시간을 거슬러’가 그렇게 좋더라. OST라서 그런 건 아니다. (웃음)
영화 을 너무 좋아한다. 원래 슬픈 영화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은 그렇게 슬픈지 모르고 봤다. 내가 원래 쓸데없는 자존심이 있어서 남 앞에서 우는 걸 싫어하는데 그러다보니 눈물이 너무 없어졌다. 요즘에는 연기하다 보니까 감정대로 울고 싶을 때 우는 게 필요한 것 같다. 평소에 많이 울면 좀 그렇지만 연기할 때 잘 우는 사람은 부럽다.
손예진, 공효진 선배님이 롤 모델이다. 손예진 선배님은 진짜 청순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영화 보고 ‘와! 저거다!’ 했다. 너무 멋있더라. 그리고는 MBC 에서는 발랄하시고. 진짜 팔색조 매력을 갖고 계신 것 같다. 공효진 선배님은 선배님만의 ‘러블리’가 너무 좋다. 나도 자연스러운 연기를 할 때는 연기 같은 거 말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하고 싶다.

글. 한여울 기자 sixteen@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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