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포트 록 페스티벌>│그래, 이게 펜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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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 26시간 전(금요일 오전 9시, 펜타포트 록페스티벌 첫째 날) – 오, 역시 펜타. 역시 비.
도착 1시간 전(차 안에서의 대화 1) – “음, 이 정도 빗줄기면 오히려 시원하고 좋겠는데요?” “그렇죠?”
도착 30분 전(차 안에서의 대화 2) – “해 떴네요? 더울지도 모르겠는데요?” “그렇죠?”
도착(차 안에서의 대화 최종) – “차에서 내리기 전에 선크림 좀 발라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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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은 강했고, 메인 스테이지의 첫 공연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으며, 드림 스테이지에는 거대한 차양 겸 방음막이 처져 있었다. 하지만 조금 이른 페스티벌의 낮 시간 제법 많은 사람들이 드림 스테이지에 모인 가장 큰 이유는 역시 10㎝의 공연 때문이었다. 와의 인터뷰 때와는 전혀 다른 멀끔한 모습으로 그들은 ‘오늘 밤은 혼자 있기 무서워요’라고 노래했고, 관객들은 그 바람을 들어주듯 무대 앞을 떠나지 않았다.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와 젬베가 어우러진 기분 좋은 경쾌함과 나른함이 드림 스테이지 안을 가득 채웠다. 스크림도 슬램도 점핑도 없는 무난한 출발. 말하자면 록페스티벌이라는 거대한 공장이 가동하기 전 조금씩 예열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모두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제 곧 체력을 미친 듯 소진할 시간이 오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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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좀 굉장한데? 짠짠짠짜라 짜라짠짠짠 울려 퍼지는 기타 전주와 ‘아푸’라는 후렴구. 키시단의 ‘One Night Carnival’이 흘러나오자 하늘 위로 뻗은 수천 개의 손은 단장 아야노코지 쇼우와 댄서 사오토메 히카루가 무대에서 보여주는 동작 그대로 허공 위를 좌우로 휘저었다. 과연 키시단 특유의 안무에 한국 관중들이 호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기우였다. 만화 의 컷 안에서 그대로 건져 올린 것 같은 리젠트 헤어의 이 괴짜 로큰롤 밴드의 펄떡이는 에너지와 안무는 바다 건너 한국의 관객에게도 그대로 전염됐다. 떼창용 후렴구인 ‘엔젤’을 귀신 같이 따라 외치는 키시단 팬들이 의외로 많기도 많았지만, 대부분은 처음 보는 안무를 기어코 따라하며 “와, 얘네 진짜 대박이야!”라고 외쳐댔다. 어쨌든, 그 누구도 가만히 있지 않았고, 그 누구도 침묵하지 않았다. ‘키라 키라’를 부를 땐, 별다른 설명 없이도 모두들 ‘밥 두와 비밥 두와’라는 단장의 선창을 따라했다. 하지만 그렇게 웃고 외치고 뜀박질하고 안무를 따라하는 중에도, 그들이 첫 인상만큼 강렬한 무언가를 남길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이중으로 덧댄 교복을 닌자 복장의 보조 출연자들이 양 옆으로 찢어 붉은 색 교복으로 변신했을 때도, 멤버 전원이 악기를 놓고 보라색 특공복을 입고 나올 때도. 하지만 그 보라색 특공복과 함께 키시단 전원이 소방차의 ‘어젯밤 이야기’를 부를 때만큼은 모두들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단장의 또 다른 유닛(혹은 똑같이 생긴 친구)인 DJ 오즈마가 DJ DOC의 ‘런 투 유’를 리메이크하기도 했지만 ‘어젯밤 이야기’의 한국어 가사 그대로를 소화하는 키시단의 모습은 미처 예상 못했던 것이었고, 한국 관객들은 성대를 토해낼 것 같은 떼창과 환호로 화답했다. 모든 것을 하얗게 불태워버리는 완전 연소. 그래, 이게 펜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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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음악 감상과 공연 관람의 가장 큰 차이를 묻는다면 무엇이라 답할 것인가. 청각과 시각의 차이? 틀린 건 아니지만 가장 큰 차이는 역시 체력의 문제다. 그래서 그 어느 때의 펜타포트보다 정갈하게 차려진 푸드존은 이 거대한 록페스티벌을 움직이는 원동력이나 다름없다. 돈을 푸드존에서 쓸 수 있는 코인으로 교환하기 위해 늘어선 줄의 길이는 낮 동안 뷰렛과 국카스텐, 그리고 키시단의 공연을 보며 수천의 사람들이 소비한 에너지의 양을 가늠하게 해준다. 그리고 앞으로 헤드라이너급 뮤지션들의 공연을 관람하며 쏟아내야 할 에너지 역시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잘 먹어둬야 한다. 그것이 록페스티벌의 진리다. 때가 되어서 관성처럼 먹는 밥과 지금 당장 연료를 채워 넣지 않으면 쓰러질 것 같아 먹는 밥은 다르니까. 하지만 긴 줄의 기다림 끝에 맥주 한 모금, 케밥 한 입을 입에 넣으려 할 때 즈음 윤도현 밴드가 무대에 섰다. 윤도현 밴드 하나 보고 끝낼 거 아니니까, 라고 합리화하며 첫 곡을 외면했다. 이런 상황을 예견한 걸까. 윤도현 밴드의 두 번째 넘버는 ‘담배가게 아가씨’. 아, 도대체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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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D 대박인데?” 막 LCD사운드시스템의 공연을 다 보고 프레스존에 들어온 다른 매체의 기자가 자신의 동료에게 말했다. 어떻게 대박이 아닐 수 있겠는가. 눈앞에서 그들이 직접 ‘Daft Punk Is Playing At My House’를 부르는 광경을 볼 수 있는데. 하지만 록페스티벌의 풍경이 흥미로운 건, 그런 대박의 순간에도 누군가는 비누거품으로 뒤덮인 풀장에서 물장구를 치며 놀고, 누군가는 맥주를 마시며 야외에서 춤을 춘다는 것이다. 키시단 단장 아야노코지 쇼우의 말대로 로큰롤이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이라면 록페스티벌을 채우는 록의 정신은 닥치고 록 공연 관람이 아닌 자유롭게 자신의 취향을 마음껏 드러내는 것일 것이다. 때론 헤드라이너인 후바스탱크의 시원시원한 넘버 ‘Just One’와 함께 헤드뱅잉을 하며, 때론 평소에 내지 못하던 용기를 내 처음 보는 이성에게 말을 걸며. 때론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맥주를 마시며. 그래, 이게 펜타지.

글. 위근우 eight@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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