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민│My name is...
박정민│My name is...
My name is 박정민.
1987년 3월 24일생. 3살 어린 여동생이 있는데, 한 번도 사이좋게 지내 본 적이 없다. 오빠가 배우가 되든 관심도 없으면서, 며칠 전에는 연극에 가장 비싼 자리 티켓을 4장이나 할인 해 달라고 떼를 쓰는 거다. 너무 승질 나서 싸웠다. 아, R석이랑 똑같다고 해도 듣지도 않고!
중 3 방학 때 대관령에 있는 친구네 아버지 별장에 놀러 간 것이 나에게는 운명적인 사건이었다. 방에서 친구들이랑 원카드 하고 있는데, 먼저 놀러 오신 아저씨들이 닭백숙 먹으라고 부르시는 거다. 그 중에 한 분이 뜨거운 백숙에 손가락을 5초 넣고 있으면 5천원을 주겠다고 하셔서 돈도 벌고 그랬는데, 알고 보니 그 분들이 극단 차이무 선배님들이셨다. 5천원 주신 분은 박원상 선배님이셨고. 나중에 몰래 극장에서 에서 그분을 봤는데, 충격이었다. 뭔가 내가 좋아하는 영화랑 차원이 다르더라. 그러면서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솔솔솔 들었다.
집은 분당이었는데, 공주에 있는 자립형사립고등학교로 유학을 갔다. 전국의 수재들만 모여 있는 그런 곳이었는데, 나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그 곳에서 비로소 ‘난 원래 이런 놈!’이라며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했다. 가요제 나가서 노래도 부르고, 직접 영화도 찍고. 아, 영화는 맹인과 초등학생의 우정을 다룬 정말 재미없는 내용이었다. 겉멋만 들어서. 흐으.
학번으로 하자면, 정체성이 3개다. 고려대 인문학부 05학번,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06학번, 그리고 같은 학교 연극원 09학번. 내가 좀 줏대가 없나 보다. 히히.
처음 한예종 면접을 볼 때, 면접관인 김성수 감독님이 “너 떨어지면 어떻게 할래?” 물으셨다. 당연히 “다시 도전하겠습니다!” 그랬어야 하는데, 자존심이 상해서 “전 서울대 갈 겁니다” 그랬더니 “그럼 서울대 가라. 나가라” 하시더라. 다음 해에 또 면접을 보는데, 박종원 교수님이 기억을 하시고는 “또 왔냐? 서울대 못갔네?” 그러셨다. 하지만 결국 그 해 입시에 붙었다.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꼭 한예종에 가야 했다. 좀 단순해서 그런지 배우지 않은 일은 할 수 없다고 생각 했었으니까.
군대를 일찍 간 건, 순전히 충동적인 결정이었다. 아르바이트 과외비 받은 날 MP3를 사고, 옷도 사고, 새벽이 되니까 할 일이 없는 거다. 그래서 ‘군대나 가 볼까?’ 하는 마음에 신청 했는데 결국 새로 산 MP3 두 달 쓰고 입대를 했다. 그래도 현장에서는 군필자가 나 밖에 없어서 아주 여유로웠다. 군대도 안 간 애송이들! 으하하.
군대에서 내가 겪은 스토리가 또, 어마어마하다. 보직이 군탈체포조라고, 사복을 입고 탈영병을 잡으러 다니는 게 임무였다. 동성애자 탈영병을 잡으려고 에 나오는 동네에서 위장 잠복도 하고 그랬다. 그 당시 얘기를 하면 소재 팔라고 하는 사람 엄청 많다.
담배는 열흘 전부터 끊었다. 못생긴 애가 몸에서 냄새까지 나면 안 되겠다 싶어서. 요즘은 전자 담배를 핀다.
지하철 충무로 역에서 박카스 광고 영상 바로 밑에 서 있었는데, 아무도 못 알아 보더라. 이거 뭐, 붐 마이크라도 들고 있어야 하려나.
나도 누군가의 팬클럽 활동을 한 적 있다. 초등학생 때는 한중일 합작 걸그룹 서클의 나우누리 팬클럽 ‘동그라미’에서 활동을 했다. 바이슈에랑 아야꼬가 되게 예뻤거든.
나의 진정한 스타는 임창정이다. 집에 가면 11집까지 정규 앨범은 물론 베스트 앨범까지 쫙 다 있다! 제일 좋아하는 6집은 지금도 차에서 계속 듣는다. ‘나의 연인’은 뮤직비디오에 이나영 씨가 나오는데, 남자가 여자를 위해서, 막, 다 주고, 아, 눈물이! 그 나이에 뭘 안다고 울면서 따라 부르고 그랬다.
연극에서 배에 있는 헬로 키티 문신을 보여주는데, 그건 내가 직접 그린다. 원래 헤나를 하려고 했는데 5만원이 드는데 겨우 이틀 간다는 거다. 그래서 공연 전에 거울 보면서 그리는데 양복 멋지게 빼 입고 그리는 폼이 영 구리다. (배 훌떡 보여주며) 샤워해도 지워지지도 않고. 쩝.
만화책 를 볼 때도 연극적으로 활용할 장면들이 눈에 들어 오더라. (두 손 포개서 볼 옆에 붙이며) “귀여워어!” 하는 동작 같은 거.
극 중에서 스네이크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내가 힘을 주는 부분은 양말이다. 제작발표회때 초록색 양말을 일부러 신었는데 반응이 오더라. 그래서 연출님께 허락 받고 아예 콘셉트로 하고 있다. 제작사 대리님이 텐바이텐에서 빨주노초 4켤레 사 주셨다.
워낙 동선과 앙상블이 중요한 연극인데, 연습을 하다가 급기야 (김)병춘이 형님 입술을 터트린 적이 있었다. 그 날 심지어 (김)한이 형님 턱을 주먹으로 때리기까지 했다. 죄송해서 어쩔 줄을 모르는데, 그때 매니저 형이 마침 피자를 딱! 사 온거다. 3판이라고 한대 더 때리라 하시더라. 하아.
연극 마지막에 나오는 오타쿠 댄스는 그저 열심히 한다. 사실 나는 전혀 유연하지 않고, 한예종에서 1등 몸치였다. 요즘에 집에서 혼자 기타를 연습 하는데, 그마저도 잘 안 된다. 한 손으로 코드를 잡으면, 다른 손도 오그라들고. (손 보여주며) 이게 뭐야. 어떻게 해야 하지!

글. 윤희성 nine@
사진. 채기원 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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