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희│대표님, 회장님 우리 영희 씨
김영희│대표님, 회장님 우리 영희 씨
4년 전에 개그맨 시험 준비했던 김영희 한 번 보세요. 개그맨 할 생각도 없다가 자기보다 안 웃기는 고등학교 후배가 대학로 공연하는 거 알고 극단 오디션 보더니 떡-하니 붙은 여자예요. 앞에서 심사하던 개그맨 선배들이 재밌다고 웃어주고, 남들은 몇 달 걸려서 완성하는 코너를 자기는 합격하자마자 바로 무대에 올립니다. 오오오~ 나는 개그맨이 천직인갑다 생각하면서 막 신나서 하늘을 날아다닌다, 그죠? 그렇게 3개월 공연하더니 바로 OBS 공채개그맨으로 합격을 해요. 그런데 어땠습니까? 이건 뭐, 코미디 프로그램도 없어~요. 1년 뒤에 OBS 그만두고 MBC 공채 개그맨에 붙습니다. , 이런 코미디 프로그램만 있으면 뭐합니까. 선배들 개그하는 거 쳐다보면서 그저 박수만 치고 있는데. 이때부터 자신감이 우수수수, 막 낙엽 떨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남들은 한 번도 붙기 어렵다는 시험을 두 번씩이나 붙어놓고, 왜 데뷔를 못 하고 있는 건데!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그죠?

공채만 두 번 합격한 코미디언, 드디어 터지다
김영희│대표님, 회장님 우리 영희 씨
김영희│대표님, 회장님 우리 영희 씨
KBS ‘두분토론’에서 자신이 맡고 있는 여당당 대표의 대사처럼, 김영희의 데뷔과정은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정도로 희한했다. “MBC를 그만두고 KBS 공채 시험을 보기 전에 KBS 에 몇 번 출연했어요. 나름 MBC 공채 개그맨 출신인데 개그맨 지망생들과 한데 섞여서 코너를 짠다는 게… 사실 그런 마음을 가지면 안 되는데 자존심이 상했어요. 와, 미치겠더라고요.” 계단을 오르지 못하는 것보다 더 견디기 힘든 것은 이미 올라온 계단을 다시 내려가야 할 때다. 김영희는 그렇게 잔인한 시간을 두 번 연속 경험하고 나서야 무대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첫 코너 ‘두분토론’에서 선배 박영진과 김기열이 받쳐 주는 주인공 역할을 맡고 데뷔 7개월 만에 신인상을 받았지만, 그것은 결코 하늘에서 뚝 떨어진 행운이 아니었다. 첫 녹화를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처럼 덤덤했다”고 회상하는 건 그래서다. 4년 동안 뒷걸음질 치면서 비축해두었던 힘이 용수철처럼 튀어 오른 것뿐이다.

그리고 여당당 김영희 대표의 임기가 채 끝나기도 전 ‘봉숭아학당’에서 선보인 ‘비너스 회장’ 캐릭터도 시작과 동시에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심지어 박영진이 “너 ‘두분토론’ 대사는 한 줄 빼먹으면서 비너스 회장은 아~주 잘하더라? 거기에 완전 미쳤지?”라고 질투할 정도로. “‘두분토론’을 할 때는 안경을 끼고 보라색 정장까지 입고 다녀야 그나마 알아봐주셨는데, ‘비너스 회장’을 하고부터는 그냥 평소처럼 꾸미고 나가도 제대로 알아보시더라고요. 긴가민가하시는 분도 전~혀 없습니다. 하하.” 하지만 정작 김영희를 뿌듯하게 만든 건 높아진 인지도가 아니라 “엄마가 웃을 수 있는 코미디”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이다. 워낙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데다 요즘 트렌드를 모르면 이해하기 어려운 유행어들이 불쑥 튀어나오는 코미디의 특성상, 웃고 환호하는 건 대부분 젊은 시청자들이다. 하지만 메가폰 하나 들고 나타나 ‘올해로 4학년 5반, 마흔 다섯 살’이라는 친근한 인사말을 시작으로 화려한 재혼을 꿈꾸는 회원들을 능글맞게 읊어대는 ‘비너스 회장’은 오랜만에 중년층까지 끌어안은 캐릭터였다. 개그맨을 꿈꾸지 않았던 어린 시절부터 KBS 을 챙겨보며 아줌마들의 행동 하나, 말 한 마디를 꼼꼼하게 관찰한 덕분이다.

“요즘이 가장 행복하면서도 가장 힘든 것 같아요”
김영희│대표님, 회장님 우리 영희 씨
김영희│대표님, 회장님 우리 영희 씨
김영희│대표님, 회장님 우리 영희 씨
김영희│대표님, 회장님 우리 영희 씨
그러나 남자들에게 거침없이 쓴 소리를 내뱉는 여당당 대표와 규칙을 위반하는 회원을 에누리 없이 제명시키는 ‘비너스 회장’처럼, 김영희 역시 호불호가 분명하고 마음에 없는 말은 절대 못하는 성격이다. “함부로 다가갈 수 없는 포스가 느껴지는” 박영진과 “여자 개그맨들과는 코너를 잘 하지 않는” 김기열 사이에서 코너의 홍일점이 되었을 때도,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싹싹한 후배보다는 선배들 못지않게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 스타일에 가까웠다. 세 사람 사이에 흐르는 어색한 분위기를 감지했지만 살갑게 회식 한 번 제안하지 않았고, 코너 회의가 끝나면 바로 뿔뿔이 흩어지는 식이었다. 하지만 오랜 기다림 끝에 세 사람이 정말 가까워지고, 김영희의 ‘진짜’ 속내가 드러나는 순간과 마주하는 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요즘이 가장 행복하면서도 가장 힘든 것 같아요. 막상 성공하고 나니까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사람이 있는 반면 싸늘하게 등 돌리는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와, 이게 뭐냐, 허무하고 무서운 생각이 들었어요.” 개그맨의 꿈을 이루면서 진짜 ‘내 사람’들이 누군지 알게 된 김영희는 사람 때문에 울고 또 사람 때문에 행복하다. 그런 김영희가 “시청자들을 울릴 수 있는 코미디언”이 되고 싶다니, 정~말 이런 신인의 진심은 믿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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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가온 thirteen@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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