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어 3 대 0, 반란은 실패로 돌아갔다. 2007년 우승 이후 현존하는 최강의 게이머로 군림해온 ‘폭군’ 이제동과 프로게이머 데뷔 6년 만에 처음으로 우승에 도전하는 박명수의 스타리그 결승전은 이기는 법만 배운 자와 기다리는 법을 배운 자의 대결이라는 면에서 역대 어떤 스타리그 못지않게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돌이켜 보면 매년 스타리그 결승전은 드라마틱한 서사들을 만들어왔다. 홍진호와 맞붙어 임요환이 승리한 2001년 결승전은 2인자 홍진호의 눈물겨운 우승 도전기의 서막이었고, 2002년 박정석의 우승은 프로토스 가을의 전설을 만들어냈으며, 마재윤이 ‘천재’ 이윤열에게 승리한 2006년 결승전은 저그라는 종족에서 드디어 한 시대를 대표하는 ‘본좌’가 나왔음을 알렸다.

그러나 이번 드라마에서 반전은 없었다. 이제동은 별명 그대로 폭군의 압도적 경기력을 보여줬고, 박명수는 기세에 눌려 대등한 대결을 펼치지 못했다. 스타리그 3회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골든 마우스를 들고 이제동이 환호하고 모든 취재진의 카메라가 그를 향할 때, 박명수는 쓸쓸히 경기장을 나섰다. 팀 동료들만이 그의 준우승을 축하해줄 뿐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다. 이제동은 최단기간 골든마우스 획득의 전설을 세웠고, 입지전적 업적을 세운 박명수는 처절한 패배 이후의 새로운 도전기를 준비하고 있다. 모두가 알고 있다. 수많은 게이머들이 혹독한 패배를 당해도 툭툭 털고 다시 돌아왔다는 것을, 절대 지지 않을 것 같던 선수들도 패배를 경험하며 스타리그는 새로운 흐름을 이어왔다는 것을. 시간이 조금 지나면 새로운 시즌이 시작될 것이고, 그들은 다시 치열한 전투의 어느 즈음에 만날 것이다. 결국 오늘의 드라마는 또 다른 서사의 시작인 것이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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