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은 보통 불길한 숫자로 기억되지만, 평범한 이야기, 지루하고 뻔한 상상은 거부하는 영화제에게는 이보다 더 어울리는 숫자가 없다.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PIFAN)는 16일, PIFAN만의 기묘하고 신선한 상상력을 안은 수많은 영화들과 함께 문을 열었다. 개막작 <뮤>의 상영을 시작으로, 영화 상영뿐만 아니라 영화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부대 행사들, 영화제 관객을 즐겁게 하는 이벤트들이 이어졌다. ‘雨천국제영화제’라는 비공식 별명답게, 둘째 날이었던 17일에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쏟아진 장마의 빗줄기도 장르 영화를 향한 팬들의 열정만은 식히지 못했다. <마터스: 천국을 보는 눈>, <포비든 도어>, <폰티플> 등 개막부터 화제를 모았던 문제작들의 경우,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영화감독과 관객이 열띤 토론을 벌이는 모습을 통해 일방적인 통행이 아닌 서로간의 소통으로서의 영화제로 커나가고 있음을 짐작케 했다.

좀비, 드라큘라와 춤을 추며 밤을 지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던 PIFAN홀릭스 파티, 먹고 떠들고 노래하며 영화를 보는 잇앤펀 스크리닝,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든 생기지 않던 언제든지 나타나는 좀비들의 황당무개 프로젝트까지 영화 바깥의 소소한 재미들도 PIFAN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23일, 수상작이 공개되고 폐막식으로 PIFAN의 공식적인 막은 내려갔지만,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의 두 번째 상영 이후, 주인공인 두 인디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와 타바코쥬스의 열정적인 폐막공연으로 인해, 늦은 밤에도 부천은 잠들지 않았다.

글. 부천=윤이나 (TV평론가)
사진. 부천=채기원 (ten@10asia.co.kr)
사진. 부천=이진혁 (eleven@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