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일 년 중 사랑과 평화와 은혜가 넘쳐흐르는 단 하루가 크리스마스라면 5월 20일의 홍대 거리는 ‘5월의 크리스마스’라고 해도 무방하다. 비록 독생자 예수께서 오신 건 아니지만 오전 12시부터 오후 2시까진 슈퍼주니어께서 강림하셨고, 오후 2시부턴 이름도 딱 맞춘 2PM께서 현신하셨다. 심지어 선택받은 자들은 그들과 프리허그를 할 기회를 얻었으니 이것은 고요하진 않아도 거룩했던 어느 낮에 대한 기록이다.

“다른 것도 아니고 좋은 일 하는 거니까 촬영하셔도 괜찮습니다.” 취재 전 슈퍼주니어의 사진 촬영 협조를 위해 통화했던 SM 엔터테인먼트 관계자의 말처럼 이날 행사는 KBS1 특별 기부 프로그램 <최경주와 프렌즈>의 일환으로 천 명의 시민에게 어려운 이웃을 위한 후원 서명을 받고, 사랑의 케이크를 판매하는 행사였다. 서명을 위해 프리허그에 나선 건 슈퍼주니어의 이특, 성민, 신동. 그들의 품 안에서 잔뜩 들뜬 ‘꺄아악’ 소리가 울려 퍼질 때마다 서명서도 차곡차곡 쌓여갔다. 막간을 이용해 서로 댄스 배틀을 벌여 서명인을 끌어 모았던 슈퍼주니어가 노련한 아이돌의 매력을 보여주었다면 무언가 정제되지 않은 매력을 보여준 건 사랑의 케이크 판매를 위해 나선 2PM이다. 특별한 개인기는 보여주지 않아도 모금함을 들고 눈을 뻐금거리는 우영과 큰 체격으로 꼬옥 안아주는 찬성, 원하면 식스팩도 만지게 해주는 재범 때문에 홍대 거리의 한 블록은 순간 인구밀도 최고치를 기록했다. 안고 악수까지 했으면서 “어떤 느낌인지 기억도 안나”라고 중얼거리는 사람이 적지 않았던 건 그 경험의 초현실성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 기적 같은 경험은 2시간 안에 천 명의 서명을 받고 케이크 300개를 파는 또 하나의 기적으로 이어졌으니 아이돌의 은혜는 참으로 무한하다.

오늘 현장의 한 마디 : “우리 엄마는 나 학교에 있는 줄 알 텐데.”

아이돌은 ‘눈화’의 것이기도 하지만 학생 팬의 것이기도 하다. 역시나 이날 홍대 거리를 가득 메운 인파 속에서 교복을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평일 오후 12시에서 4시 사이에 교복 입은 학생이 아이돌과의 프리허그를 위해 홍대 거리에 줄지어 있다면… 백 프로다. 슈퍼주니어와의 감동적인 포옹을 마친 한 학생이 바로 스태프에게 뛰어가 묻는다. “이 프로그램 언제 방영해요?” 5월 30일 토요일 오후에 방송한다는 말에 그 학생은 절규했다. “아악! 우리 엄마는 나 학교에 있는 줄 알 텐데.” 안쓰럽지만 자본주의 사회란 교환이 기본 원칙인 법, 오빠와 포옹했다면 엄마와의 ‘파워풀한’ 면담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될 것이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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