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남자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남자들의 이야기다. 돈이 있으면 대우 받고, 돈이 없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자본주의 정글에서 주인공 김신과 그 무리는 날카롭게 발톱을 세운 채 불안스럽게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육식동물에 가깝다. 약육강식의 먹이사슬 안에 갇힌 입장에서 더 크고 사나운 맹수인 채도우와 채동건설을 적개심 반 두려움 반으로 쳐다보는 수컷 육식동물. 하지만 김신과 드림팀의 작전 회의를 촬영하는 파주 세트의 분위기는 냉엄한 정글의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오늘 가장 분량이 많은 건 안경태 역의 박기웅. 이미 몇 시간 동안 단독 신을 찍고 이제 김신 역 박용하와의 투샷, 문호 역 이문식과의 투샷, 그리고 다 같이 찍는 쓰리샷이 남았지만 신과 신 사이에 잠시 짬이 나면 스태프들 모인 곳에 와서 단어 뜻 그대로 싱글벙글 웃으며 손가락을 붙잡고 “아침에 마를 갈아 먹다가 살짝 베었다”는 사연을 들려준다. 물론 그 정도 짬조차 쉽게 허락되지 않을 만큼 바쁜 분위기지만 주연배우로서 잠도 제대로 못잘 정도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 왠지 더 말라 보이는 박용하는 타이밍 때문에 고민하는 박기웅에게 “내가 맞출게”라며 편하게 연기할 것을 주문하고, 연기자 중 가장 연배가 높은 이문식은 시청률에 대한 부담감에 대해 오히려 웃으며 “그냥 웰메이드가 아닌 막장 분위기로 문호랑 은수(한여운)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건 어떠냐”고 농을 건넨다. 이렇게 바쁜 일정과 시청률 부담 속에서도 좋은 분위기가 유지될 수 있는 건 화면이 생각처럼 나오지 않아 ‘컷’을 외치면서도 연기자들에게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는 윤성식 감독의 부드러운 지휘 덕분이니 이곳 <남자이야기>의 현장은 남자 이야기 혹은 수컷 이야기가 아닌 훈남 이야기라 불러 마땅하다.

오늘 현장의 한 마디 : “또 러브라인이다.”

채동건설의 주식 51%를 매입해 기업의 주인이 되려 했던 김신 일당은 모든 것을 이뤘다고 믿었던 시점에서 채도우의 계략 때문에 51% 매입에 실패한다. 이 사실을 가장 먼저 알아채는 건 역시 데이터 분석가 경태다. 모니터를 보고 놀라 일어서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는 모습을 연기하며 “오버인가?”라고 혼잣말하는 박기웅에게 윤성식 감독은 “모니터 보는 동안 경태가 신이한테 좀 더 기대”라고 주문한다. ‘붙어’도 아니고 ‘기대’라니. 스태프 중 한 명이 놓치지 않고 거든다. “또 러브라인이다.” 박시연과 한여운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사실 이 둘, 정말 잘 어울린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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