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습니다. 맞습니다.” MC 중 한 명인 김성주는 상기된 목소리로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구원을 바라는 눈빛으로 출연자를 쳐다보고, 이경규와 김구라 역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눈만 끔벅인다. tvN <화성인 바이러스> 녹화 현장에서 예능의 정글을 사는 MC 셋을 꼼짝 못하게 한 일반인, 아니 화성인 출연자는 신세대 ‘얼짱’ 예언가다.

현역 무속인이 TV에 출연해 연예인의 운세를 봐주는 모습은 사실 지겨운 장면이다. 깔끔한 외모와 스타일의 ‘얼짱’이라고 하지만 과거 SBS <진실게임>에 나왔던 9살 꼬마 무속인보다 특별히 더 흥미로운 것도 아닌 상황. 고등학생 시절 신내림을 받고 선생님의 교통사고를 예언했다는 출연자의 사연에 모두들 딱 방송에 필요한 만큼만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대통령 선거 결과를 예상했단 말에 김구라는 “사실 그 때 선거에서 가장 유력했던 게 이명박 후보였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운세를 봐주겠으나 대신 묻는 말에 절대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고, 조곤조곤하지만 단호한 말투로 세 MC를 단속하는 순간부터 그의 통제력은 유재석과 강호동 이상이다. 준비단계도 아니고 모든 것이 세팅된 상태에서 프로그램이 엎어졌다는 말에 김성주는 ‘믿습니다’를 외치듯 “맞습니다”를 외치고, 외식업 대신 다른 걸 해보라며 “망해봐야 정신을 차리시겠어요?”라며 으름장을 놓자 이경규는 버럭 성을 내기커녕, 고개를 푹 숙일 뿐이다. 자신은 별로 말해주고 싶지 않은데 모시는 신령이 많은 걸 얘기해주고 싶어 하는 모양이라는 말에 까칠하던 김구라도 고분고분해지니 이번 화성인의 진정한 초능력은 예언이 아닌 정신 통제일지도 모르겠다.

오늘 현장의 한 마디 : “이거 편집 확실하게 해주셔야 해요!”

MBC를 떠난 뒤부터 뭘 해도 꼬이는 김성주나, 수입 영화 개봉을 앞둔 이경규, 인터넷 시절의 마이너 이미지를 벗지 못하는 김구라 모두 미래가 궁금할 수밖에 없는 MC들이다. 그러니 솔직함을 전제로 한 대화를 통해서만 예언을 할 수 있다는 말에 모두들 자신의 재무 상태와 계약 및 송사 문제 등을 술술 풀어낸다. 그래서 이번 ‘GOGO10’엔 오프더레코드가 많다. 떡밥용 소스? 물론 아깝다. 하지만 낚시의 유혹에 빠지고 싶은 순간마다 2층 메인 PD를 향해 외치던 김성주의 다급한 목소리가 떠오른다. “이거 편집 확실하게 해주셔야 해요!”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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