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방송 엔터테인먼트 채용 박람회가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SETEC(서울 무역전시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는 이번 행사는 2만 3,000여 명의 방문객과 132개 기업이 참여하며 역대 최고 규모를 기록했다.

채용 박람회에 가장 중요한 것은 구인구직이다. CJ미디어와 김종학 프로덕션 등 방송 제작사와 갈갈이엔터테인먼트 등 연예 기획사들은 따로 부스를 마련해 상담을 받았고, 크릭앤리버 코리아와 미디어잡은 각 방송사 및 제작사, 기획사의 구인을 대행하는 상시 채용관을 운영했다. 구인 분야도 조연출부터 보조작가, 연예인 매니저까지 다양했다. 특히 KBS를 비롯해 온미디어와 CJ미디어 주요 채널 대부분에서는 신입 및 경력직 AD(Assistant Director)를 모집해 아직 미취업 상태인 신입 인력이 도전할 기회를 마련했다.

현직 기자, PD, 작가의 특강에 방문객 대거 몰려

부대 행사 역시 방송계 구직을 원하는 방문자들을 위해 실용적인 팁을 주거나 직접 오디션을 진행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행사 첫날에는 MBC 김수진 기자의 방송기자 특강이, 둘째 날에는 KBS <해피선데이> ‘1박2일’ 이명한 PD의 방송PD 특강이, 마지막 날에는 SBS <온에어> 김은숙 작가의 방송작가 특강이 마련되었다. 상시 채용관을 제외한 대부분의 부스가 조금 한산했던데 비해 특강이 벌어진 세미나룸에는 방문객이 몰려 해당 직종에 관심을 가진 취업 준비생들이 전문가들의 조언에 얼마나 목말라 하는지 보여주었다. 베이직엔터테인먼트의 스위티 2기 오디션, 케이블 SO 헬로TV의 스타 오디션 등은 가수 혹은 예능인의 꿈을 품은 도전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특히 오디션에 이은 재오디션 요청이 784건보다 130% 정도 많은 1,020 건을 기록해 갈수록 재능 있는 도전자의 수가 많아지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한편 첫날 진행된 컨퍼런스에서는 현재 연예계 뜨거운 감자인 ‘연예인 인터넷 피해’에 대해 다뤘다. 하지만 중앙대학교 황동열 교수의 기조 발표를 비롯해 홍호표 동아일보 국장과 박영석 라이브엔터테인먼트 대표의 주제발표는 한국의 스타 매니지먼트 시스템에 대한 개괄적 문제제기에 그쳤고, 주제와 연관된 발표를 한 스포츠조선 이정혁 기자와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이하 KBI) 윤호진 책임연구원 역시 올해 벌어진 연예인 인터넷 피해사례를 유형별로 정리하는 것에 그쳤다. 다만 키이스트 표종록 대표가 최근 논의되는 사이버 모욕죄에 대해 “형법상 규정에 있음에도 가중처벌규정을 만드는 것은 형법의 보충성 원칙에 위배”된다는, 짧지만 인상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체계적인 인력 양성 프로그램으로 도약하겠다”

행사를 주관하는 KBI가 10일 있었던 사전 기자간담회에서 밝혔듯 이번 박람회는 기본적으로 미국의 캐스팅 행사인 IMTA(International Model&Talent Association)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우연 혹은 인맥을 통해 이뤄지는 주먹구구식 채용이 아닌 제도화된 인력 채용 창구를 만들겠다는 의지다. 물론 아직 이 행사를 통해 눈에 띄는 스타급 PD나 연예인이 발굴된 것도 아니고, 주요 기획사의 참여도 부족하다. 그럼에도 해가 지날수록 늘어나는 행사 규모와 참여자의 수는 이 박람회가 중요한 취업 혹은 캐스팅 창구로 인식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방송 직능 분야의 현장 합격자가 470명으로 작년 대비 240%나 늘어났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바로 그 다음부터다. 인재 채용을 통해 탁월한 문화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이 이 행사의 궁극적 목적이기 때문이다. KBI 박준영 원장이 개막식에서 말했던 “체계적인 인력 양성 프로그램”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 궁금해지는 건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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