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우빈 기자]
‘개그콘서트’의 새로운 코너 까꿍회장님(왼쪽부터 시계방향), 트로트라마, 치얼업보이즈 복면까왕 / 사진제공=KBS
‘개그콘서트’의 새로운 코너 까꿍회장님(왼쪽부터 시계방향), 트로트라마, 치얼업보이즈 복면까왕 / 사진제공=KBS
20년이라는 긴 시간을 지켜온 개그 프로그램의 대표 KBS2 ‘개그콘서트’가 2주 결방이라는 초강수를 두고 대대적인 개편을 시도했다. 유행에 맞춰 젊은 감각으로 새로운 코너를 짰고, ‘개그콘서트’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이태선 밴드를 하차시켰다. ‘개그콘서트’ 제작진과 출연진들은 확실한 구성의 변화로 시청자들에게 새로움을 주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개그콘서트’ 제작진과 출연진은 지난달 31일 리허설 현장을 공개하고 2~30개의 새로운 코너 중 4가지를 맛보기로 선보였다.
박성호, 양선일, 홍훤, 송왕호, 이현정, 양비아는 어린 회장님 양비아와 개성 강한 사원들의 좌충우돌 세습기를 담은 ‘까꿍회장님’을 선보인다. 회장이었던 박성호는 ‘라이온킹’ 콘셉트로 중간중간 등장해 정체 모를 아프리카어 대사로 웃음을 선사했다.

안소미, 김태원, 서태훈, 장하나, 임성욱, 이가은, 김나희는 트로트+뮤지컬, 웃음과 감동 다 잡은 신개념 꽁트코미디 ‘트로트라마’를 준비했다. 최근 TV조선에서 히트를 기록한 트로트 오디션 ‘미스트롯’에서 착안한 코너로 참가자들은 무대에서 트로트를 선보이고, 자신의 사연을 이야기하며 대화 중간중간에 노래한다. 특히 ‘미스트롯’에 실제로 출연했던 김나희가 코너에 합류해 완성도 높은 무대를 꾸몄다.

세 번째 코너인 ‘치얼업보이즈’는 웃음으로 재해석한 청량감 넘치는 청춘 드라마 코미디다. 박진호, 이승환, 조진세, 김두현, 장준희, 박소라가 학교 치어리더 동아리를 배경으로 저마다 개성을 드러내 폭소를 유발했다.

마지막 리허설 코너는 ‘복면까왕’이었다. 이 코너는 복면 속 숨겨진 정체를 찾는 코너로 ‘개그콘서트’가 야심차게 준비한 풍자 코미디다. 매주 다른 시사로 찬반 토론을 펼친다. 장준희, 민성준, 김태진이 고정 출연진이고 관객들과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할 비공개 출연진도 있다.

‘복면까왕’이 처음으로 다룰 문제는 가장 뜨거운 화제인 ‘일본 불매 운동’이다. 리허설 당시 불매 운동을 반대하는 토론자가 일본 AV(성인용 비디오)를 사례로 들며 일본산 불매운동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웃기기보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예시는 방송 후 논란이 될 소지가 충분했다. 시사 풍자의 부활을 알리려는 시도는 좋지만, 주제나 풀어가는 토론 수준에 따라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연출을 맡은 박형근 PD는 “시청자들의 평가에 따라 조절할 것이다. 세면 세다고 욕먹고 약해도 약하다고 욕 먹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늘 도망다니거나 피할 수 없다. 비난, 폄하가 따를 수도 있는 부분은 사후 편집을 통해서도 조절할 것이고, 무대 올리기 전에도 협의를 해서 불편함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코너 맛보기가 끝나고 이어진 간담회에서 박PD는 개편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그는 개편 후 ‘개그콘서트’는 단순 나열되던 코너가 테마로 묶여서 방송될 것이라 말했다. 박PD는 “단순 나열된 코너 사이에 밴드의 연주가 있는 구성을 시청자들이 진부하게 생각한다”며 “전체를 꿰뚫는 스토리와 주제에 맞는 포맷들로 변화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이태선 밴드가 하차한다. 이태선 밴드는 20년 동안 코너와 프로그램의 마무리를 책임져왔다. 박PD는 이태선 밴드의 하차에 대해 “이태선 밴드는 20년 동안 잘해주셨고 상징 같은 존재다. 그걸 달리 말하자면 시청자들에게 너무 익숙하다는 말이다. 이는 밴드의 문제가 아니라 구성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뜻한다”라고 설명했다. 대신 시청자들에게 새 코너의 관전 포인트를 친절하게 짚어주는 역할을 할 개콘 개편 위원회가 신설된다. 박PD는 “출연자들이 MC 역할을 맡아, 시청자들에게 이런 점이 포인트라는 걸 알려준다. 흐름을 끊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사 풍자의 부활도 언급했다. 그동안 ‘개그콘서트’는 비판과 풍자는 하지 않고 외모비하와 인신공격 등 유쾌하지 않은 주제로 개그를 해와 비난을 받았다. 박PD는 “시사나 풍자는 한다고 해도 굉장히 어려운 고민이다. 가볍게 다루면 ‘수박 겉핥기’라는 비난을 들을 수도 있고, 깊게 들어가면 반대 입장에서 공격받을 부분이 많지 않나. 이러한 틀을 깨보고 싶어서 지금부터 시도를 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박PD에게 ‘개그콘서트’ 개편은 첫 걸음마이자 첫 술이다. 박 PD는 “전성기를 찾겠다는 건 첫 걸음마를 시작하는 과정에서 욕심이다. ‘첫 술에 배부르랴’는 말처럼 개편은 1~2개월 동안 계속 진행된다. 이로써 ‘개그콘서트’가 시청자들에게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남길 바란다”고 밝혔다.

개편된 ‘개그콘서트’는 오는 11일 방송된다.

우빈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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