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유청희 기자]
MBC ‘더 뱅커’ 방송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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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더 뱅커’에서 감사 김상중이 은행장 유동근에게 스스로 비리를 밝힐 기회를 주며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김상중은 대한은행을 계속해서 지키는 감사로 남았다. 정의와 출세 사이에서 갈등하다 정의를 택한 채시라는 대한은행에 사직서를 제출한 뒤 자신만의 능력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며 진한 여운을 안겼다.

지난 16일 방송된 ‘더 뱅커’ 마지막 회에서는 감사 노대호(김상중 분)가 강삼도 은행장(유동근 분)에게 마지막 기회를 줬다. 정계, 금융계, 학계가 재벌들에게 뒷돈을 받는 판을 만든 대한은행의 ‘D-1 계획’에 대해 강 행장은 “대한은행을 지키기 위해서 였다”고 마지막까지 자신의 입장을 주장했다. 그러나 강 행장은 노대호가 남기고 간 자신의 비리가 담긴 문서 앞에 처음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강 행장은 명성은행과의 합병 취소를 언론 앞에 발표했다. 이후 강 행장은 검찰에 자진 출두했고 정재계 인사들이 하나둘씩 붙잡혀 들어갔다.

MBC ‘더 뱅커’ 방송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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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는 한수지(채시라 분)의 노력이 있었다. 노대호와 강 행장이 담판을 짓기에 앞서 한수지는 자신을 내친 육관식 전 부행장(안내상 분)을 찾아갔다. 육관식의 선에서 ‘꼬리 자르기’를 산 D-1 계획과 강 행장의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서였다. 육관식은 노대호와 함께 찾아온 한수지가 은행장 자리로 가기 위해 자신을 이용한다고 경계했다. 그러나 한수지는 “이번 일이 마무리가 되면 은행 일을 그만 둘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고, 육관식의 아들을 데리고 가 그를 설득하기도 했다. 이에 육관식은 강 행장과 D-1 계획이 얽힌 비망록을 노대호에게 전달했다.

한편 대한은행에서는 자진 사퇴한 강 행장을 대신해 이해곤 부행장(김태우 분)이 대리 행장이 됐다. 그러나 이해곤은 노대호에 대한 경계를 전적으로 풀지는 않았다. 그가 대한은행 직원들에게 두터운 신뢰를 얻게 됐기 때문이다. 한수지는 이해곤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후 “한수지가 행장이 되길 원한다”는 노대호에게 한수지는 “나는 노 감사야말로 행장이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노대호가 “나는 경영도 모르고 행장이 될 그릇이 못 된다”고 하자 한수지는 “새 시대는 노대호 같은 행장이 열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한다”라고 담담히 말했다. 또 그는 “좋은 시스템에서도 직원들이 일을 못하면 소용이 없듯이, 아무리 훌륭한 직원도 낡은 시스템 안에서는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너무 사람만 찾지 마라. 사람이 잘못됐을 때 그걸 견제할 수 있는 건 시스템 밖에 없다. 감사라는 시스템처럼”이라고 노대호에게 말해줬다. 또 한수지는 자신이 떠나는 것을 아쉬워하는 노대호에게 “내가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되면 언젠가 은행에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여지를 남겼다.

1년 후, 대한은행의 은행장은 이해곤이었다. 노대호는 감사 활동을 지속하고 있었고, 한수지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경제연구소 소장이 되어 있었다.

감사실의 전산 에이스이자 강 행장 측에 이용됐던 문홍주(차인하 분) 또한 은행을 떠나 창업해 대표가 됐다. 미호(신도현 분)와 서보걸(안우연 분)은 은행에 남았다. 특히 미호는 여전히 ‘감사실 지박령’으로 활동해 눈길을 끌었다.

‘더뱅커’의 엔딩은 노대호가 장식했다. “지점장이 불법 대출에 관여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지금부터 감사 시작합니다”라는 노대호의 말로 극이 마무리됐다.

MBC ‘더 뱅커’ 방송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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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뱅커’는 일본의 버블 시대가 끝난 1990년대를 배경으로 은행과 정재계 인사들의 비리와 결탁을 담은 만화 ‘감사역 노자키’를 원작으로 한다. 현재의 한국으로 이야기를 옮겨온 ‘더 뱅커’는 은행과 관련된 이야기는 차분하게 원작을 따라가며 진행됐지만, 어딘가 산만한 전개와 극적으로 과잉된 BGM, 과도한 PPL 등이 지적받았다. 시청률은 4-5%대를 기록했다.

흔들리는 극을 붙잡고 이끈 것은 단연 명품 배우들의 연기였다. 전작인 드라마 ‘같이 살래요’에서 신중년의 로맨스를 보여줬던 배우 유동근은 대한은행의 강 행장 역을 맡아 시종일관 의뭉스럽고 조용히 행동했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 상대를 권위로 누르는 등 본색을 드러내며 뻔하지 않은 악역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캐릭터 자체로 극의 커다란 긴장감을 만들었다.

김상중은 극 초반 ‘그것이 알고싶다’ 톤이라는 평을 받은 것과 달리 회를 거듭할 수록 자신만의 연기를 만들어 나갔다. 특히 ‘더 뱅커’의 정체성을 새롭게 살린 것도 김상중의 차분하고 조곤조곤한 말투였다. 남자 감사가 동료, 후배들에게 존댓말을 사용하고 한결같이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판단하는 모습이 매 회 새로운 감동을 선사했다.

전작인 ‘이별이 떠났다’에 이어 전문직 캐릭터로 변신한 채시라는 은행 임원 한수지로서 물 만난 듯 활약했다. 1990년대 일본의 이야기를 가지고 오면서 차별점을 둔 부분도 한수지 캐릭터였다. 기존의 남성 캐릭터를 여성 캐릭터로 교체했다.

또한 강 행장의 수하로 전락했던 한수지는 극 후반 정의와 출세 중에 정의를 택해 눈길을 끌었다. 채시라는 매회 정확한 딕션과 올곧은 눈빛으로 실력 하나로 바닥에서 올라온 한수지를 만들었다. 또 은행 임원 내 소수자인 여성으로서 출세에 대한 부담과 욕망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한수지의 갈등을 설득력있게 표현했다. 특히 ‘더 뱅커’ 말미에는 한수지가 다시 대한은행 앞에 서는 장면이 그려지며 궁금증을 더했다. 이밖에도 안우연, 신도현, 차인하, 김노진을 비롯해 김태우, 주석태 등 신예와 중견 연기자들의 호흡이 돋보였다.

시청률 조사회사 ATAM에 따르면 이날 방송된 ‘더 뱅커’ 31, 32회는 각각 4.64%, 6.04%를 기록했다. 동시간대 방송된 SBS ‘절대 그이’는 3.07%, 2.8%를 나타냈다.

‘더 뱅커’ 후속으로는 오는 22일부터 한지민, 정해인의 ‘봄밤’이 방송된다. 기존 오후 10시 방송되던 수목드라마 시간대에서 한 시간 앞당겨진 오후 9시에 방송된다.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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