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유청희 기자]
황선숙 MBC 국장이 25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MBC 아나운서국 미디어데이’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제공=MBC
황선숙 MBC 국장이 25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MBC 아나운서국 미디어데이’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제공=MBC
전통적으로 아나운서는 대독자였다. 주로 남이 써준 원고를 읽는 사람이었다. 방송 채널이 적었던 시대에는 각광받는 직업이었고, 대중적 영향력이 상상을 초월했다. 하지만 다매체, 다채널의 시대에 아나운서의 위상은 예전만 못하다. 지상파, 종편, 케이블 등 방송채널과 프로그램이 폭증한 데다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방송을 이끌어 가는 탓에 아나운서들이 위기의식을 느낄 정도다.

MBC 아나운서들이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지상파 방송의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매체와 형식으로 시청자와의 소통을 모색하는 이유다. 모바일 뉴스쇼 ‘14F’ ‘오드리(5분 드라마 리뷰)’, 임현주 아나운서의 유튜브 채널인 ‘임아나채널’ 등이 그런 사례다. 소외 계층과 함께하는 낭독회도 준비 중이다. 대독자에서 콘텐츠 생산자, 유통자로 거듭나고 있는 아나운서들을 만났다.

25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아나운서국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아나운서국의 주요 활동을 돌아보고 앞으로 활동에 대해 얘기하는 자리였다. 황선숙 MBC 아나운서 국장은 미디어 데이 서두에 인삿말을 통해 “최초의 여성 아나운서 국장이라고 해서 어깨가 무겁다. 많은 후배들이 내 짐을 덜어주고 있다”며 “입사한 지 33년이 됐는데, 아나운서들이 새로운 문화를 만들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을 설명하려고 행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MBC 아나운서국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신입 아나운서들./사진제공=MBC
‘MBC 아나운서국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신입 아나운서들./사진제공=MBC
입사한 지 9개월이 된 김정현, 김수지 등 신입 아나운서들의 소감도 이어졌다. 김수지 아나운서는 “합격하는 데만 급급하다가 입사를 하게 하고 나니까 어떤 아나운서가 돼야 할지 고민이 많이 필요했다. 지금도 고민 중”이라고 털어놓았다.

김정현 아나운서는 “내가 가진 게 별로 없는 사람인데, 방송에 나와야 하니까 많이 애를 썼던 것 같다. 지난해에는 스스로의 한계에 대해 많이 느낀 해였다. 올해는 스스로 즐거워져야지 방송에서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만의 콘텐츠가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해 오늘 처음으로 댄스학원에 등록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수지 아나운서는 “방송을 하려면 ‘철없고 자유로워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해야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지금도 MBC 아나운서국의 무거움을 맡았는데, 앞으로도 더 철이 들어야겠다”고 말해 웃음이 터져나왔다.

‘MBC 아나운서국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손정은 아나운서./사진제공=MBC
‘MBC 아나운서국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손정은 아나운서./사진제공=MBC
손정은 아나운서는 아나운서들이 느끼는 위기 의식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이전에는 아나운서들이 프로그램 하나만 잘 해도 영향력이 생기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수백개의 채널에서 수천개의 프로그램들이 나오고 있다”며 “프로그램 하나의 영향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하지만 이를 ‘미디어 환경의 탓이야’라고만 치부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아나운서들에게도 책임이 없을까’ ‘우리가 더 채울 수는 없을까’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 아나운서는 “‘보편성의 위기’라고 말하고 싶다. 자신만의 콘텐츠가 없는 아나운서들의 보편적인 모습들이 오히려 (이러한 방송 환경에서) 더 위기로 작용하지 않았나 한다”며 “그래서 우리들도, 우리만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아나운서로 진화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MBC 아나운서들은 그래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손 아나운서는 “임현주 아나운서는 ‘본격 낚시 체험 채널’을 밤새도록 작업하고 계신다. 강다솜 아나운서의 ASMR 채널을 비롯해 서인 아나운서는 ‘서인의 서다서담’으로 책 팟캐스트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정현 아나운서는 ‘M본부 막내’라는 콘텐츠를 생각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25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MBC 아나운서국 미디어데이’가 열렸다./사진제공=MBC
25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MBC 아나운서국 미디어데이’가 열렸다./사진제공=MBC
MBC 아나운서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집도 발간됐다. 두 달 동안 아나운서들이 직접 편집에 참여해 제작했다고 한다. 아나운서들은 “(MBC 아나운서들은) 파업 등을 통해서 진정한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서 노력해왔지만, 개개인으로서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았다”며 “사진집은 아나운서들의 리브랜딩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황선숙 국장은 “아나운서가 예전만 못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고 있다. 사진집을 발간한 이유 중에는 우리들의 자존감을 회복하자는 것도 있었다”며 “이전부터 ‘뜨는 아나운서’를 보면 늘 ‘추락할 거다’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지금도 후배들에게 인기가 많고 적고를 떠나 ‘아나운서는 아나운서다’라는 의식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승훈 아나운서는 TV를 떠나 시청자들과 함께 하는 낭독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터민 가정, 장애인, 다문화 가정 등 과 함께하는 ‘고궁낭송회’가 그 예다. 아나운서국은 지난 해에는 박준 시인, 옥상달빛 등과 함께 청춘을 대상으로 시 낭송회를 열었다. 이번 ‘고궁낭송회’를 준비하면서는 공영방송 아나운서로서의 의무 중 하나인 소외계층과 함께하겠다고 했다.

오 아나운서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분들과 함께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고궁’이라는 곳을 떠올리게 됐다”며 “낭독회를 정기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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