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거기가 어딘데??’의 조세호, 차태현, 지진희, 배정남(왼쪽부터) /사진제공=KBS2
‘거기가 어딘데??’의 조세호, 차태현, 지진희, 배정남(왼쪽부터) /사진제공=KBS2
“낮은 시청률, 예상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점진적인 상승을 기록해준다면 행복할 것 같습니다.”

KBS2 ‘거기가 어딘데??’를 연출하는 유호진PD의 말이다. 유 PD는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KBS미디어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취향 타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는 생각은 한다”며 “취향이 맞는 시청자들이 서서히 모일 것”이라고 말했다.

‘거기가 어딘데??’는 배우 지진희, 차태현, 배정남, 개그맨 조세호가 대자연을 탐험하며 겪는 일을 담는다. 지난 4월 오만의 아라비아 사막에 다녀온 데 이어 지난 13일 스코틀랜드 스카이섬으로 떠났다가 21일 귀국했다.

유 PD는 “사막에서는 너무 더워서 고초를 당했는데 이번에는 너무 추웠다”고 털어놓았다. 중간에 폭풍우가 몰아쳐 장비 절반이 고장 나고 스태프들 가운데 몇 명은 저체온 증상을 보이기도 했단다. 탐험지를 고르며 그가 중요하게 여긴 조건은 ‘인적이 드물 것’이다. 유 PD는 “자신의 여정을 스스로 책임지지 못하면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 있을 만한 곳이 탐험지 선정의 중요한 기준”이라고 말했다.

‘거기가 어딘데??’의 유호진PD가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KBS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 사진제공=KBS
‘거기가 어딘데??’의 유호진PD가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KBS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 사진제공=KBS
촬영은 고단했지만 아름다운 대자연의 풍경에 카메라 감독들의 열정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고 한다. 유 PD는 “광경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를 놓고 경쟁이 극심했다”고 했다. 출연자들도 조금씩 탐험가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평소 자연이나 트래킹을 좋아하지 않는다던 차태현은 유 PD에게 “이런 여행도 괜찮은 것 같다”고 했다. 탐험을 즐기는 지진희는 카메라가 없을 때 가장 행복해하고 스태프가 없을 때 가장 즐거워했다는 후문이다.

유 PD는 “왁자지껄한 소동극이나 사람과 사람 사이의 드라마보다는 환경과 생존을 담으려고 했다”며 “세상에는 이 정도의 가혹함을 가진 곳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사람이 살고 여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가면 이런 일을 겪게 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여느 예능 프로그램에 비해 편집 속도가 다소 느린 건 그 때문이다. 유 PD는 “탐험은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경험하지 못한 것이다. 어떤 준비가 필요하고 마음가짐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여주려고 했다”며 “요즘 트렌드는 20분 안에 탐험지에 가있어야 할 텐데 나는 조금 더 보수적이다. 서서히 다가가는 모습을 느릿느릿 다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거기가 어딘데??’에 대한 호불호는 극명하다. 유 PD는 “시간을 되돌릴 순 없지 않느냐”며 웃었다.

시청률 경쟁은 탐험만큼이나 녹록치 않다. 금요일 오후 11시에 편성돼 ‘국민 예능’으로 자리 잡은 MBC ‘나 혼자 산다’나 뜨거운 화제성을 자랑하는 Mnet ‘프로듀스48’과 경쟁해야 한다. ‘거기가 어딘데??’의 시청률은 3%대다. 유 PD는 원하는 시청률을 묻자 “14%라고 말해도 되느냐”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도 “점진적인 상승을 기록해준다면 행복할 것 같다. 0.1%P나 0.9%라도 된다. 괄목상대하면 더 좋겠지만 취향 타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는 생각을 매번 해서 (시청률이) 폭발적으로 변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겹치지 않는 독특한 프로그램을 만들면 취향에 맞는 분들이 서서히 모일 것”이라고 은근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은호 기자 wild37@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