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12월 31일 2017 K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받은 배우 김영철, 천호진 / 사진=텐아시아DB
12월 31일 2017 K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받은 배우 김영철, 천호진 / 사진=텐아시아DB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께 이 상을 바칩니다.”

원로배우 김영철과 천호진이 지난 12월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홀에서 열린 2017 KBS 연기대상에서 공동 대상을 품에 안았다.

김영철과 천호진은 2017년 KBS 주말드라마를 이끈 ‘아버지’다. 김영철은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인기리에 방영됐던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말 못할 과거사를 가진 네 자녀의 아버지 변한수 역을 맡았다. 천호진은 30회차에 시청률 40%를 돌파하며 현재 화제 속에 방송 중인 ‘황금빛 내 인생’에서 사업 실패로 식구들과 소원해진 가장 서태수 역을 맡았다.

‘주인공의 아버지’에 국한되지 않고 드라마의 전체적인 스토리를 힘 있게 이끄는 역으로 명품 배우의 존재감을 보여줬다.

김영철은 아내와 자녀들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쏟는 것은 물론 과거 친구의 아들인 안중희(이준)까지 자식으로 품는 헌신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줬다. 살인 누명을 쓴 전과자라는 걸 감추기 위해 죽은 친구의 신분으로 평생을 살아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겪는 안중희와의 갈등을 섬세하고도 깊게 연기해 주목받았다. 자수한 뒤 서게 된 법정에서 “벌을 달라”며 오열하는 신은 아직까지 온라인에서 화제다.

천호진은 세월의 고단함을 담은 깊은 눈빛으로 인물의 희로애락을 섬세하게 연기했다. 자녀들을 바라보는 눈빛만으로도 시청자들을 울컥하게 만든 그다. 특히 애써 웃으며 막막한 현실을 헤쳐 나가던 모습부터 식구들의 태도에 실망해 독립을 선언하는 강단, 위암 증상에 절망하는 모습까지 절절하게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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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대상 수상엔 이견이 없었다. 후배 배우들은 자리에서 일어서 두 사람의 수상을 축하했다. KBS에서 ‘궁예’ 이후 17년 만에 대상을 다시 품에 안은 김영철은 후배 배우들을 호명하며 “이 트로피를 쪼개서 나눠 갖겠다”며 애정을 보였다.

아직 바쁘게 드라마 촬영 중인 천호진은 “아직 드라마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상을 받으면 집중력이 흐트러질 것 같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 상을 세상 모든 부모님께 드린다”며 고개 숙여 인사했다.

청춘 배우들의 로맨스에 국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2017년 KBS 주말드라마는 의미가 있다. 원로배우들이 ‘주인공의 부모님’ 역할에 국한되지 않고 존재감을 보여줬기에 세대를 불문하고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는 평가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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