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에 출연 중인 이재명 성남시장 / 사진=SBS 제공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에 출연 중인 이재명 성남시장 / 사진=SBS 제공
정치인들의 방송가 진출 바람이 거세다. 2011년 종합편성채널(종편)의 출범 이후 정치인들의 토크쇼 출연이 많아졌고, 이제 그 영역이 예능 프로그램으로 넓어지는 추세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예능계 ‘미다스의 손’ 나영석 PD와 함께하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아내와,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들과 함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 중이다. 다소 멀게 느껴지는 정치인들의 인간적인 매력을 통해 친근감을 더할 수 있지만 이미지 정치로 흐를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 역시 높다.

이재명 시장이 SBS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을 통해 결혼 생활을 공개했다. 이 시장은 아내 김혜경 씨와 결혼 26년 차인데도 출근길에 뽀뽀를 하거나 아내의 보살핌 아래 하루를 시작하는 등 소탈한 모습을 보여줬다. 17일 방송하는 tvN ‘둥지탈출’에는 기동민 의원과 아들 기대명 씨가 출연한다. ‘둥지탈출’은 유명인사 부모의 자녀들이 가족을 떠나 낯선 환경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자녀들은 가족의 품을 떠나 낯선 환경에서 생활한다. 기대명 씨는 또래 친구들과 지난 6월 초 네팔에서 촬영을 마쳤다. 기 의원은 스튜디오에서 다른 부모들과 영상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기대명 씨는 프로그램 제작발표회에서 “아버지가 현직 국회의원이라서 내 (출연) 결정으로 아버지에게 피해를 줄까 걱정했지만 아버지가 오히려 나를 위로하고 괜찮다고 말씀해주셔서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KBS2 ‘냄비받침’은 연예인들이 작가가 되어 취재하고 책을 내는 과정을 담는다. 이경규는 ‘대선 낙선자 인터뷰집’을 기획해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심상정 정의당 의원, 안희정 충남지사를 만났다. 유 의원은 ‘금수저’ 논란부터 탈당 사태 등 다소 민감한 사안을 거리낌 없이 말했다. 심 의원은 춤까지 추면서 ‘심블리’(심상정+러블리)의 매력을 한껏 드러냈다. 안 지사는 “잘생겼다는 이야기는 평생 들어왔다”는 재치 있는 발언으로 예능감을 뽐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오는 18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25일 ‘냄비받침’에 출연할 예정이다.

‘냄비받침’에 출연한 안희정 충남지사 / 사진=KBS 제공
‘냄비받침’에 출연한 안희정 충남지사 / 사진=KBS 제공
JTBC ‘썰전’을 비롯해 여러 토론 프로그램을 통해 지적이면서도 차분하고 센스 넘치는 입담으로 사랑을 받은 유시민 전 장관은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 고정 출연 중이다. 이밖에도 JTBC ‘차이나는 클라스-질문 있습니다’와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모습을 드러냈다. 유시민이 출연한 방송은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기록했다.

국내 정치인들의 예능 출연이 처음은 아니다. 대선이나 총선을 앞두고 SBS ‘힐링캠프’나 MBC ‘무릎팍도사’ 등 토크쇼에 출연해 대중과 소통했다. 일회성이었지만 국민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수단으로 방송을 활용했다. 예능 프로그램은 일반 시청자들이 즐겨보는 만큼 조금 더 친근한 이미지를 가져갈 수 있었다.

종편의 출범은 정치인의 방송 출연에 불을 지폈다. 정치인들을 연예인처럼 파헤치고 신변잡기적으로 건드리면서 정치를 가볍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탄핵정국 및 조기대선으로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tvN ‘SNL 코리아9’은 대선을 앞두고 ‘미우프’라는 코너를 신설해 정치 풍자를 강화했다. 하재근은 문화평론가는 “사회가 유연해졌다. 예전에는 정치인 하면 권력자의 이미지가 강했다. 엄숙하고 권위주의적인 측면이 있었다. 정치인들의 예능 출연은 정치인과 국민의 거리가 가까워졌다는 긍정적인 측면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둥지탈출’ 기대명 / 사진=tvN 제공
‘둥지탈출’ 기대명 / 사진=tvN 제공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대표다. 민생을 이야기한다. 권력을 갖게 되면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역할 등을 수행한다. 예능에서는 이같은 정치색을 뺀 인간적인 면모에 더욱 집중한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정치인들이 방송에 잘 나오기 위해 연출하거나 연기하는 성향이 앞으로 심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단순 출연으로는 주목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것보다 전략적으로 방송 출연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인간적이고 대중 친화적으로 다가가기 위한 시도가 오히려 숨기고 가려지는 출연이 될까봐 걱정이 된다”고 지적했다.

하 평론가는 “정치인은 정책이나 이념을 국민들에게 이해시켜야 되는데 예능에서는 순발력이나 입담, 감각 등에 치중하다보니 또 하나의 이미지 정치로 흘러 정치를 왜곡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면서 “예능에 나와서 인지도를 쌓고 이를 지지율을 올리려는 목적으로 가져간다면 정치가 후퇴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정치인들이 예능에 출연해 보여주는 장면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 평론가는 “정치인들이 예능에서 활약하는 모습은 그 모습일 뿐 정치인으로서의 역량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걸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면서 “대중들이 정치인의 호불호를 평가할 때 그 사람의 정책을 보고 평가해야 한다. 그 정치인이 어느 집단과 이해관계를 대표하는지 반드시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차이나는 클라스’ 유시민 / 사진=JTBC 제공
‘차이나는 클라스’ 유시민 / 사진=JTBC 제공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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