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38사기동대'(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보이스’, ‘터널’, ‘아름다운 나의 신부에게’, ‘뱀파이어 검사’, ‘신의 퀴즈’ 포스터
’38사기동대'(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보이스’, ‘터널’, ‘아름다운 나의 신부에게’, ‘뱀파이어 검사’, ‘신의 퀴즈’ 포스터
우직한 한 우물파기가 통했다. 케이블채널 OCN이 장르물의 대중화를 이끌어내며 각광받는 채널로 거듭났다. 영화전문 케이블 채널로 개국한 OCN은 ‘조선추리활극 정약용’(2009)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자체 제작 장르물을 선보였다. 시작은 미약했다. 그러나 꾸준히 노하우를 쌓았다. 21일 종영한 ‘터널’은 시청률 6.5%(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OCN 역대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한 우물을 판 결과다.

‘조선추리활극 정약용’ 이후 OCN은 ‘신의 퀴즈’, ‘뱀파이어 검사’, ‘특수사건 전담반 TEN’, ‘처용’ 등의 드라마를 선보였고 마니아층을 양성했다. 한국 드라마 환경에서는 익숙지 않았던 시즌제를 도입해 여타 지상파 드라마와 차별화를 꾀했고, 확실한 타깃층을 공략했다.

대중적인 호응을 얻기 시작한 건 ‘나쁜 녀석들’(2014)이었다. 김상중·마동석·박해진 등 초호화 라인업과 강력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모아 더 나쁜 악을 소탕하려 하는 강력계 형사와 나쁜 녀석들의 이야기를 그린 신선한 발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시청률 4%를 넘겼다.

부침도 있었다. ‘나쁜 녀석들’ 이후 선보인 작품들이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으나 ‘38사기동대’부터 ‘보이스’, ‘터널’까지 확실하게 장르물을 선도하는 채널로 자리매김했다.

장르물이 흔치 않았던 시절부터 OCN은 아이템 발굴과 자체 제작에 공을 들이며 노하우를 쌓아왔다. 무엇보다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했다. 김홍선 PD는 1996년 SBS에 입사해 예능을 선보였던 연출가다. 그런 그가 ‘메디컬 기방 영화관’(2007)을 시작으로 OCN에서 ‘조선추리활극정약용’, ‘야차’(2010), ‘보이스’(2017) 등을 선보였다. 그는 “OCN 초창기 멤버들과 우리나라에도 (‘왕좌의 게임’ 등이 방영되는)HBO(미국 영화채널) 같은 드라마를 하자는 일념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정훈 작가는 ‘뱀파이어 검사’ 시즌 1~2를 거쳐 ‘나쁜 녀석들’, ‘38사기동대’로 장르물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한동화 PD는 ‘38사기동대’로 첫 연출 입봉을 했다. 한정훈 작가와 한동화 PD는 올 하반기 ‘나쁜 녀석들’ 시즌2로 의기투합해 OCN과 남다른 인연을 이어간다.

신용휘 PD와 이은미 작가는 ‘터널’이 미니시리즈 입봉작이다. 이은미 작가는 KBS2 단막극과 OCN ‘실종 느와르 M’의 6회 ‘예고된 살인’을 선보인 이력이 있다. 신용휘 PD는 “‘터널’은 OCN과 제작사가 오랜 기간 기획했던 작품이다. 보조 작가, 서브 작가를 거치며 내공을 쌓은 이은미 작가를 오랫동안 지켜본 제작사에서 믿음으로 극본을 맡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장르물을 선보여 왔던 내공은 인재를 알아보고 발굴하는 눈으로 이어졌다.

‘듀얼’ 포스터 /사진=OCN
‘듀얼’ 포스터 /사진=OCN
‘터널’ 후속으로 방송되는 ‘듀얼’ 역시 신인 작가와 PD가 메인이다. 극본을 쓴 김윤주 작가는 tvN ‘나인: 아홉 번의 시간 여행’을 송재정 작가와 함께 집필했다. 이종재 PD는 송현욱 PD와 tvN ‘또 오해영’을 공동 연출했다. 둘 다 첫 메인이다.

‘38사기동대’의 성공 이후 OCN은 편성의 공백을 가져야 했다. 그러나 이제 공백 없이 오리지널 드라마들을 계속해서 선보인다. 먼저 내달 3일에는 ‘듀얼’이 첫 방송된다. 복제 인간을 만나게 되면서 충격적인 사건에 휘말리게 된 형사와 살아남기 위해 서로 대결할 수밖에 없는 복제 인간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복제인간과 추격 스릴러를 합쳐 OCN만이 선보일 수 있는 독특한 색채를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정재영·김정은·양세종 등이 출연한다.

이어 웹툰 ‘세상밖으로’를 원작으로 하는 ‘구해줘’(극본 정신규, 연출 김성수)를 편성했다. 인구 5만 명의 작은 소도시 무지에서 사이비 종교 집단 때문에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들을 다룬다. 본격 사이비 스릴러로 택연·서예지·우도환 등이 출연한다.

올 11월께는 ‘나쁜녀석들’이 시즌2로 돌아온다. 제목은 ‘나쁜 녀석들: 악인의 시대’로 악을 악으로 응징하는 나쁜 녀석들이 부패한 기득권 권력 집단에게 통쾌한 한방을 날리는 액션 느와르다. 박중훈 외에 박성웅·강하늘이 출연을 검토 중인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지난 시즌에 비해 판이 더 커졌다”며 “(시즌1과는)출연진이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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