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KBS2 ‘완벽한 아내’ 고소영 / 사진제공=KBS
KBS2 ‘완벽한 아내’ 고소영 / 사진제공=KBS
강산도 바뀐다는 10년이다. 무려 10년 만에 복귀한 배우 고소영이지만, 그의 강산은 여전히 건재하다.

고소영은 KBS2 월화드라마 ‘완벽한 아내’(극본 윤경아, 연출 홍석구 김정민)에서 세파에 찌들어 살았지만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여성성을 회복하는 드센 주부 심재복 역으로 열연을 펼치고 있다.

지난 2월 첫 방송을 시작한 ‘완벽한 아내’는 제작단계부터 고소영의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바다. 그는 2007년 SBS ‘푸른 물고기’와 영화 ‘언니가 간다’ 이후 약 10년 만에 연기로 대중들을 만났다. 앞서 도회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그가 억척 주부를 연기한다는 소식은 우려를 키우기도 했다. 하지만 고소영은 실제로 한 가정을 이끄는 주부로서 쌓아온 내공을 연기에 녹여냈다.

고소영은 아이들에게 사랑의 잔소리를 서슴지 않으면서도 그들이 위험에 빠졌을 땐 맨발로 뛰쳐나가 절규하며 깊은 모성애를 보여줬다. 자신의 가족을 옭아매는 이은희(조여정)의 광기 앞에선 마음을 다잡으며 걸크러시 매력을 뽐냈고, 은근히 다가오는 강봉구(성준) 앞에선 명불허전 청순미를 과시하면서도 동시에 그를 휘어잡는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녀 배우지만, 수식어를 내려놓은 고소영은 한없이 치열해졌다. 망가지는 것도 개의치 않고 캐릭터에 몰입했고, 이는 시청자들에게 통했다.

극이 전개될수록 ‘완벽한 아내’에는 사이코패스 이은희와 그를 이용해 물욕을 채우려는 구정희(윤상현)의 욕심 등이 얽히고설켜 메인 서사를 이끌고 있다. 두 인물만큼의 폭주하는 연기는 아니지만, 고소영은 캐릭터에 녹아든 현실감 넘치는 연기로 극의 밸런스를 맞추고 있다.

최근 방송에서는 그간 이어온 전개와는 다소 이질감이 있는 정신병원 소동이 펼쳐지며 시청자들의 원성을 샀다. 그 와중에 몰입도를 높이는 고소영의 연기는 극을 계속 보게 하는 힘이 되고 있다. 갑작스럽게 납치돼 감금이 되고 발버둥치는 모습을 애잔하게 그려낸 것.

특히 지난 25일 방송된 ‘완벽한 아내’ 18회에선 정신병원을 탈출한 뒤 이은희를 가두며 안방극장에 짜릿함을 선사했다. 그가 남은 2회 동안 통쾌한 복수와 더불어 사랑을 찾을 수 있을지 궁금증이 모아진다.

어느 순간 편안한 차림의 고소영이, 악 지르는 고소영이, “사이코 꺼져!”라고 돌직구를 날리는 고소영이 어색하지 않다. 그가 그려낼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