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윙가르디움 레비오사”

해리포터가 주문을 외워 물건을 공중에 띄우는 것처럼 방송국은 편성을 통해 프로그램을 띄운다. 편성은 모두가 안 될 거라고 했던 시간대에서 ‘시청률 대박’을 이끌어내기도 하고, 이전에도 잘 됐던 프로그램을 보다 더 흥행하게끔 마법을 부린다.

JTBC ‘힘쎈여자 도봉순’ 포스터 / 사진=JS픽쳐스, 드라마하우스
JTBC ‘힘쎈여자 도봉순’ 포스터 / 사진=JS픽쳐스, 드라마하우스
◆ 불모지를 개척한 ‘도봉순’

JTBC ‘힘쎈여자 도봉순’은 편성의 마법이 통한 대표적 사례다. JTBC는 뉴스와 다수의 인기 예능을 중심으로 높은 시청자 만족도를 자랑하는 채널이지만 지난해까지 유독 드라마에선 힘을 쓰지 못했다. 최고 시청률 9.23%(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 이하 동일)를 기록했던 ‘무자식 상팔자’(2012), 5.37%를 기록한 ‘밀회’(2014)가 시청률 5%의 벽을 넘은 JTBC의 유이한 흥행 드라마였다.

JTBC는 지난 1월, 새해를 맞아 대대적인 편성 변경을 단행했다. 지난해까지 금·토요일 오후 8시 30분에 방송되던 드라마를 오후 11시로 옮긴 것이 가장 눈에 띄었다. 특히 토요일 오후 11시에는 시청률·화제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아는 형님’이 방송되던 시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부족한 JTBC 드라마로 인해 방송 시간대가 바뀐 ‘아는 형님’까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대중의 걱정은 기우였다. 금·토 오후 11시에 자리 잡은 ‘힘쎈여자 도봉순’은 JTBC 개국 이래 드라마 최고 시청률인 9.67%를 기록했다. ‘아는 형님’ 역시 시간대를 옮긴 뒤 시청률 5% 벽을 넘기는 기염을 토했다.

‘K팝스타6’ 심사위원 / 사진제공=SBS
‘K팝스타6’ 심사위원 / 사진제공=SBS
◆ 주말드라마 대신 ‘K팝스타6’

SBS ‘K팝스타’ 시즌6도 시간대를 바꾸고 역대 최고의 시즌을 치르고 있다. 2011년 12월 처음 첫 시즌을 시작할 때부터 지난해 시즌5까지 ‘K팝스타’는 일요일 오후 4시 50분에 방송되는 ‘일요일이 좋다’의 한 코너로 방송됐다. 매 시즌 시청률과 화제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오디션 스타를 배출하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SBS는 ‘K팝스타’ 시즌6의 첫 방송을 앞두고 종전과 달리 방송 시간대를 일요일 오후 9시 15분으로 바꾸는 모험을 했다. 방송시간이 겹치는 주말드라마 ‘우리 갑순이’는 토요일 2편 연속 방송으로 바꿨다. SBS 측은 “토요일과 일요일의 편성 패턴에 변화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토요일은 중장년층을 위한 드라마 연속시청 슬롯을, 일요일에는 재충전을 원하는 시청층을 위한 대형 예능 슬롯을 편성했다”고 파격적인 편성의 이유를 밝혔다.

모험은 성공했다. ‘K팝스타6’는 지난 3월 26일 방송된 첫 번째 생방송 경연은 17.1%(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이하 동일)의 시청률을 보였다. 일요일 방송된 지상파 전체 예능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이다. ‘K팝스타’ 시즌4의 최고 시청률이 14.1%, 시즌5는 14.6%였던 점을 미뤄보면 편성 이동은 성공적이라 볼 수 있다.

JTBC ‘힘쎈여자 도봉순’ 박형식·박보영·지수, SBS ‘K팝스타6’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텐아시아DB
JTBC ‘힘쎈여자 도봉순’ 박형식·박보영·지수, SBS ‘K팝스타6’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텐아시아DB
◆ 편성 전략보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

이수영 JTBC 편성기획실장은 “편성은 축구 감독, 콘텐츠는 선수다. 각각의 역량과 장·단점을 파악해 적시적소에 배치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유하면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공격력을 높이는 과감한 결단도 때로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JTBC가 ‘아는 형님’의 시간대를 앞당기고, 드라마 불모지였던 금·토요일 오후 11시에 드라마를 배치한 것도 콘텐츠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권병수 SBS 편성기획팀 PD 또한 “편성은 바둑 포석처럼 전략으로 승패가 결정 나지 않는 것”이라며 “‘K팝스타’라는 좋은 콘텐츠가 없었다면 ‘일요일 밤 가족 시청 예능이 필요하다’는 전략은 공허한 메아리였을 뿐이다”고 설명했다. 권 PD는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콘텐츠가 가진 힘이며 편성은 최대한 그 가능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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