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KBS2 ‘화랑’ 포스터 / 사진제공=화랑문화산업전문회사, 오보이 프로젝트
KBS2 ‘화랑’ 포스터 / 사진제공=화랑문화산업전문회사, 오보이 프로젝트
제목만 ‘화랑’이다.

KBS2 ‘화랑’(극본 박은영, 연출 윤성식 김영조)은 애초 ‘1,500년 전 신라 수도 서라벌을 누비던 화랑들의 열정과 사랑, 성장을 그리는 청춘 드라마’라고 소개됐다. 극은 박서준·박형식·최민호·도지한·김태형·조윤우 등 꽃미남 배우들을 앞세우며 이들의 성장기와 브로맨스를 기대케 했다. 하지만 ‘화랑’엔 정작 필요한 화랑들의 이야기가 없다.

극 초반 ‘화랑’은 이름 없이 살던 무명(박서준)이 친구 막문(이광수)의 죽음 이후 그의 본명 선우(박서준)로 살기로 결심하며 화랑에 입성하는 모습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됐다. 악을 품고 들어왔지만 그 안에서 선우와 화랑들의 티격태격 케미스트리는 재미요소로 꼽혔다. 얼굴 없는 왕 삼맥종(박형식)이 화랑돼 성장하며 신국의 왕좌를 되찾을 모습 역시 극의 관전 포인트였다.

선우와 아로(고아라)가 오해로 만났지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때까지만 해도, 극에 로맨스가 빠지면 섭섭했기에 이해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선우는 삼맥종(박형식)의 존재 등을 이유로 갈피를 잡지 못해 아로에 대한 태도를 수차례 바꿨고 아로는 종일 눈물만 흘렸다. 그의 눈물을 보는 삼맥종은 분노했다.

화랑들의 이야기는 사라지고 로맨스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가운데, 그렇지 않아도 답답한 삼각로맨스에 숙명(서예지)까지 힘을 보탰다. 그는 극 중반 등장하자마자 아로를 향해 화살을 쐈고 이에 화를 내는 선우와 대립했다. 두 사람 사이에는 ‘나를 이렇게 대한 남잔 네가 처음이야’라는 식의 분위기가 싹텄고 올드한 로맨스는 공감을 얻지 못했다.

모든 캐릭터에 애정이 많았던 탓일까. 화랑들의 이야기가 제대로 전개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들 외의 인물들까지도 너나할 것 없이 사연을 꺼내들었다. 왕권을 향한 박영실(김창완)의 끊임없는 음모는 답답함을 유발했고 안지공(최원영)을 향한 지소(김지수)의 억지스러운 로맨스는 몰입을 방해했다. 게다가 천민인줄 알았던 선우에게 출생의 비밀이 암시되며 이야기는 또 다시 새로운 국면을 예고했다.

정작 화랑들에 대한 이야기는 친절하게 풀이되지 않았다. 막문의 죽음에 대한 오해와 아로로 얽힌 두 남자 선우와 삼맥종이 후반부에 이르러 큰 대립각을 이루기 위해선 초반 그려질 우정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러나 시청자 몰래 친분을 키웠던 걸까. 별다른 에피소드 없이 두 사람은 어느 순간 절친이 돼 있었다. 갑자기 아로를 사랑하게 된 삼맥종, 갑자기 선우에게 마음이 가는 숙명, 갑자기 속 얘기를 할 정도로 친해진 한성과 아로 등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이들의 숨은 이야기를 상상해야 하는 상황이다.

100% 사전제작 된 작품의 전개가 이러하다 보니 열연을 펼친 배우들의 노력이 안타깝다. 박서준은 카리스마와 로맨스 사이를 오가며 명불허전 연기력을 과시하고 있고 박형식은 다소 오글거리는 대사까지도 명대사화 하며 활약한다. 도지한·최민호·조윤우·김태형 등도 입체감 있는 캐릭터를 완성하며 연기적으로 호평을 받는 상황. 극의 우왕좌왕 전개가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기대작이라고 생각했던 것과 지금의 상황엔 큰 괴리감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주인공 캐릭터와 카운터파트(대응관계)가 완벽하게 정해지지 않았다. 때문에 인물들의 이야기에 절실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는 곧 주제의식의 결부라고 할 수 있다. 주제의식 없이 자잘한 미션과 로맨스에 국한된 스토리는 대중들의 몰입을 방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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