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유진 기자]
‘질투의 화신’ 포스터 / 사진=SBS 제공
‘질투의 화신’ 포스터 / 사진=SBS 제공
SBS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 속 서브 남자 주인공 고정원은 그야말로 ‘몰빵’ 캐릭터였다. 외모·재력·성격 중 무엇 하나도 빠지지 않는 스펙을 가진 마성의 매력남이었다. 표나리(공효진)를 열렬히 사랑해주는 순정까지 갖춘 그는 그야말로 완벽남 그 자체였다.

문제는 누가 고정원을 얼마나 살릴 수 있는가였다. 초반에는 만만치 않은 매력남 이화신(조정석)으로부터 표나리를 빼앗아야 했고, 중반부터는 삼각관계, 양다리 로맨스를 그리며 이화신과 매력 대결을 해야 했으니 보통 어려운 설정이 아니었다.

‘질투의 화신’ 제작진은 ‘응답하라1988’에서 연하남으로 활약한 고경표를 이 자리에 세웠다. 극중 이화신과 친구이자 표나리보다 나이가 많아야 하는 캐릭터였기에 실제 공효진과 10살 나이차를 가진 고경표의 캐스팅 소식은 우려를 앞서게 했다.

고정원으로 등장한 고경표는 열 살 많은 공효진을 귀엽다는듯 대하며 “대표님” 호칭으로 불렸고, 역시나 열 살 많은 친구 조정석의 절친 역할을 연기해야 했다. 이러한 억지스러운 설정을 고경표가 얼마나 살릴 수 있을지 한편으로는 기대도 됐다. 하지만 고경표는 말 그대로 ‘연기’를 했다. 조정석과 공효진이 실제같은 자연스러움으로 몰입도를 높일 때, 옆에서 목소리를 깔고 무게를 잡으며 어른스러움을 연기하는 고경표의 연기가 완벽하게 녹아들기란 역부족이었다.

삼각관계가 진행되면서 질투에 휩싸인 조정석이 이리저리 망가져가며 초반 마초남의 모습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선전하고 있을 때, 고경표는 여전히 딱딱하고 진지한 모습을 유지했다. 변화가 없는 일관된 연기는 보는 이들에게 지루함을 안겼다. 조정석과 공효진이 대체 불가한 연기로 완벽히 캐릭터를 소화해낼때 서브가 주는 아쉬움은 더 크게 느껴졌다. 시청자들은 작품이 후반까지 왔는데도 여전히 고정원 역에 다른 배우들을 대입해보며 분석에 나서기도 했다.

또 회를 거듭하면서 조정석과 공효진이 한몸 처럼 자연스러운 호흡을 자랑한 반면 ‘몰빵’ 서브 고정원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약해졌다. 삼각관계를 그려야 하는데, 고정원의 매력이 떨어지니 양다리 로맨스를 펼치는 표나리의 입장도 이해하기가 어려워졌다.

이는 곧 시청률로 나타났다. 표나리와 고정원이 연애를 시작하고 이화신의 질투가 본격적으로 그려질 무렵인 극 중반, 시청률은 하락세를 보였고 급기야 10% 아래로 떨어지면서 수목극 꼴찌로 출발했던 ‘쇼핑왕 루이’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시청자들은 이화신을 두고 고정원을 선택한 표나리의 모습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과 함께 억지스러운 나이 설정을 언급하며 표나리와 고정원 커플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후반 분량도 아쉬웠다. 이화신에게 표나리를 빼앗긴 뒤 확 줄어든 분량은 표나리에 대한 감정이 어떻게 정리됐는지 분명하게 그려지지 않으면서 고정원 캐릭터를 마지막까지 애매한 모습으로 비춰지게 했다. 표나리를 결혼식장에 데려다주고 결혼식 사회까지 맡으며 쿨한 모습을 보인 그가 정작 표나리를 바라볼땐 아련한 눈빛으로 감정을 드러내는 듯해 보는 이들을 헷갈리게 했다.

와닿지 않는 설정이라도 강력한 매력을 가진 캐릭터였기에 더 풍부한 재미가 있는 삼각관계를 그릴 수 있었다. 좀 더 존재감 있게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 고경표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만약 고경표가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김유진 기자 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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