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보아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보아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배우라는 수식어가 낯설지 않다. 데뷔 16년차, 인생의 절반을 가수로 살아온 그가 무대에서 내려와 배우 보아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보아는 현재 JTBC 금토드라마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이하 이아바)’에서 ‘건어물녀’ 방송작가 권보영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극 중 권보영은 30대 ‘돌싱’. 미혼인 보아에게는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캐릭터다. 이 같은 우려는 첫 방송서부터 깨졌다. 보아의 호연이 의심의 눈초리를 잠재웠다.

JTBC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속 보아 / 사진제공=드라마 하우스
JTBC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속 보아 / 사진제공=드라마 하우스
‘건어물녀’라는 설정답게 보아는 극 중 민낯을 방불케 하는 연한 메이크업에 수수한 옷차림으로 등장한다. 대중이 상상하는, 무대에서 빛나던 ‘아시아의 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나 그의 연기가 그런 낯설음을 지워냈다.

보아의 연기가 특히을 얻는 지점은 감정 처리. 선배 PD인 도현우(이선균)와 결혼 기념일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던 신에서 특히 빛났다.

“결혼 8주년이요? 고무요, 고무.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끈기 있는 부부, 라는 의미 아닐까요?” 결혼기념일에 술을 마시며 현실을 회피하던 도현우에게 깨달음을 주는 한 마디였다. 그만큼 중요한 대사를 보아는 매끄럽게 소화했다. 너무 들뜨지도 무겁지도 않은 톤을 유지하며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진정성을 담았다.

극 중 묘한 관계를 형성 중인 보아와 이사엽 / 사진제공=JTBC
극 중 묘한 관계를 형성 중인 보아와 이사엽 / 사진제공=JTBC
가수로서는 장점이지만 배우로서는 단점일 수 있는 것이 보아의 목소리 톤이다. 실제로 그가 지난 2013년 KBS2 ‘연애를 기대해’를 통해 첫 연기 도전을 펼쳤을 때도 튀는 음색을 이유로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이아바’에서는 말할 때의 음색을 확실히 다잡았음은 물론, 분명한 발음과 그 안에 적절히 실리는 강약조절로 보다 완성에 가까운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연기에 서툰 이들이 쉽게 범할 수 있는 실수 중 하나인 ‘과장’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칭찬받을 만 하다. 상사의 커피에 가래를 뱉고, 방송 아이템을 두고 안준영(이상엽)과 다툴 때에도, 보아는 과한 제스처나 만들어내는 표정 없이도 매 상황들을 표현했다. 상대적으로 감정기복이 심한 캐릭터를 연기 중인 이상엽과 밸런스를 맞추고 있는 것.

보아의 이 같은 발전은 그의 꾸준한 노력에서 비롯됐다. ‘연애를 기대해’ 이후에도 가수 활동과 연기 활동을 병행했다. 할리우드 영화 ‘메이크 유어 무브’의 주연으로 영어 연기를 펼치기도 했고, 이정재 신하균 주연의 영화 ‘빅매치’에서는 수경 역을 맡아 액션을 소화하기도 했다. 매 작품마다 쓴 소리가 뒤따르기도 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노력했다. 그 결과가 ‘이아바’에서 빛나는 것.

‘아시아의 별’ 보아, 이제 ‘안방극장의 별’로 빛난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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