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공항 가는 길’이 종영까지 단 2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연출과 대사,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진 극은 쌀쌀한 초겨울 날씨를 녹이는 감성 멜로로 자리 잡았다.

KBS2 ‘공항 가는 길’(극본 이숙연, 연출 김철규)이 초반의 우려를 씻었다. 각자 가정이 있는 두 남녀가 서로를 위로하며 로맨스를 그린다는 소재는 불륜을 미화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첫 방송 이후, 대중들은 감성적인 스토리에 빠져들었다. 첫 회 7.4% 시청률을 기록했던 ‘공항 가는 길’은 지난 3일 방송된 14회에서 9.1%를 돌파했다. 무엇보다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는 것.

공간 활용한 감각적인 연출 센스

감각적인 연출은 보는 이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공항 가는 길’은 공항에서 만나고 헤어지는 인물들의 모습으로 시작됐다. 초반, 서도우(이상윤)와 최수아(김하늘)은 공항에서 첫 만남을 한 뒤 계속 공항에서 마주쳤다. 특히 두 사람은 비오는 창밖을 바라보며 공항에서 밤을 지새웠다. 만남과 헤어짐이 공존하는 공간과 갑작스럽게 내리는 새벽 비는 서도우와 최수아의 조심스러운 만남을 보여주기에 적절했다.

한 아이의 엄마이자 승무원으로서 워킹맘들의 마음을 대변했던 최수아는 최근 사직을 선언하고 멀리 도망치고 싶은 마음에 딸 박효은(김환희)과 제주도로 향했다. 두 모녀는 제주도에서 생활하며 비로소 행복하고 여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인물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 듯한 공간의 변화는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영상미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여기에 프랑스 영화를 연상케 하는 맑은 색채와 분위기에 맞춰 적재적소에 흘러나오는 음악은 극을 명품 감성 드라마로 만들고 있다.

특히 지난 14회 방송에서는 최수아의 남편 박진석(신성록)이 최수아를 제주도에서 데리고 나가려는 모습이 그려졌다. 최수아는 휴식 공간인 제주도와 현실인 서울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궁금증이 모아진다.

동화를 떠올리게 하는 느리고 따뜻한 대사

느리지만 힘 있는 대사들은 위험한 관계의 두 주인공이 서로 가까워지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주어와 서술어를 명확히 구분 지어지지 않고 말의 앞뒤 순서가 바뀌어 있는 대사들은 최수아가 겪고 있는 불안정한 심리적 상태를 드러냄과 동시에 동화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 것.

특히 단순히 로맨스에 국한되지 않는 대사라는 점 역시 대중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포인트다. 최수아는 “잠시 3, 40분 사부작 걷는데, 어디선가 불어오는 미풍에 인생 뭐 별거 있나…”라고 얼버무리며 서도우와의 만남을 “3, 40분의 산책”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특정 인물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잠깐의 여유를 찾고자 하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해를 부르는 배우들의 열연

‘공항 가는 길’이 불륜이라는 오명을 벗고 감성 드라마로 성장한 데는, 무엇보다 배우들의 열연이 있기에 가능했다.

서로를 향해 알 수 없는 이끌림을 느끼던 최수아와 서도우는 더 이상 가까워지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헤어졌지만 우연히 다시 만났고, 눌러놨던 감정은 터져버렸다. 현실적으로 보면 불륜관계일 뿐이지만 김하늘과 이상윤은 캐릭터의 오묘한 감정을 절절한 눈빛연기로 표현해내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로코퀸’ 김하늘은 이번 작품을 통해 ‘멜로퀸’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보고싶어요”라는 단 한 마디에도 새어나오는 감정을 담았다. 이상윤 역시 부인 김혜원(장희진)과 헤어진 후, 오묘한 감정에 사로잡히는가 하면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최수아가 느끼는 것을 걱정하는 따뜻한 남자의 모습을 보여줬다.

두 인물의 문제적 배우자들의 감정 역시 터졌다. 지난 14회 방송에서, 김혜원은 그동안 감춰왔던 비밀을 서도우에게 털어놓으며 눈물을 흘려 보는 이들을 먹먹하게 했다. 박진석은 부인 최수아의 변화를 느끼고,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제주도를 찾는가 하면 그동안 얄미웠던 모습을 벗고 소유욕에 눈이 먼 남자의 모습을 보여줬다.

구멍 없는 배우들의 열연은 오는 9일 오후 10시 ‘공항 가는 길’ 15회에서 이어진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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