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우리’의 이야기를 담았다. TV 속 혼술을 즐기는 캐릭터들이 곧 시청자의 술친구가 됐다. 평균 시청률 4%대를 기록하며(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올 가을 안방극장을 제대로 접수한 tvN ‘혼술남녀’는 노량진 학원가를 배경으로 스타 강사부터 신입 강사, 또 공시생들의 고된 하루를 조명하며, 저마다의 애환을 가진 인물들이 혼술로 위로 받는 모습을 담아내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우리’와 꼭 닮았기에 더 사랑할 수밖에 없는, ‘혼술남녀’ 인기의 일등공신 캐릭터들을 탐구했다.

‘혼술남녀’ 하석진, 박하선 / 사진제공=tvN 방송화면
‘혼술남녀’ 하석진, 박하선 / 사진제공=tvN 방송화면
◆ “나 같은 뇌섹남이 마음을 모를 리 없지”

스타강사 진정석(하석진)은 자기애가 충만한 사람이다. 서울대 출신 학벌에 외모, 강의실력, 뭐 하나 뺄 것 없는 완벽한 스펙에 그는 스스로를 ‘뇌섹남’, ‘고퀄리티’라 칭한다. 여기에 그의 동료 강사들과 학생들은 한 가지를 추가했다. ‘인성 쓰레기’. 자신의 능력을 믿고 남들을 무시하는 게 일상이 된 진정석은 단순히 어울리는 것이 싫어서 혼술을 즐길 정도이다. 회식은 감정 낭비, 시간 낭비, 돈 낭비라는 것.

이기주의자의 정석을 보여주는 진정석을 그럼에도 미워할 수 없는 것은, 그가 이른바 ‘츤데레’이기 때문이다. 진정석은 변두리 입시 강사 출신인 박하나(박하선)를 못마땅해 하면서도, 진심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모습에 감명 받아 그를 자신의 종합반에 넣어주는가 하면, 종합반 홍보 포스터를 촬영할 때에도 메인 강사인 자신의 옆자리를 내어줬다. 결국 자연스레 박하나를 좋아하게 됐다.

진정석은 좋아하는 감정을 깨닫는 과정도 남다르다. 평소 무시하는 말로 상처를 줬던 박하나에게 술기운을 빌려 좋아한다고 고백하더니, “술에 취해서 헛소리를 했다”면서도 이내 “나 같은 뇌섹남이 내 마음을 모를 리 없다. 이 정도 되면 박하나를 좋아하는 게 맞다. 좋아하는 여자를 혼란스럽게 하는 건 고퀄리티 남자가 할 행동이 아니다”며 적극적인 대시를 펼쳐 웃음을 자아냈다.

‘혼술남녀’ 김원해 / 사진제공=tvN 방송화면
‘혼술남녀’ 김원해 / 사진제공=tvN 방송화면
◆ “나 집에 들어가기 싫어하는 것 알잖아”

노량진 대형 학원 공시패스의 원장 김원해(김원해)는 돈, 그리고 회식을 좋아하는 이른바 ‘꼰대’의 정석이다. 초보강사 박하나를 영입하며 “싼 맛에 데려왔다”는 말을 거침없이 내뱉고 행정학 강사 민진웅(민진웅)에게는 학생 수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며 구박하기 일쑤다.

그러나 김원해 역시 마음 속 깊은 곳은 따뜻한 어른이었다. 오후 10시만 되면 아내가 기다린다며 회식 자리를 내빼던 민진웅이, 사실은 이혼 후 치매를 앓고 있던 어머니 병간호를 위해 일찍 귀가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왜 미리 알지 못했을까”라고 자책했다. 장례식장을 찾은 김원해는 결국 홀로 남은 민진웅의 옆을 밤새 지켰다. 미안해하는 민진웅에게 김원해는 “나 원래 집에 들어가기 실어하는 것 알잖아”라는 말로 위로를 대신했다.

아랫사람의 아픔에 진심으로 안타까워하고, 먼저 알아주지 못한 것에 대해 자책할 수 있는 상사는 흔치 않다. 민진웅의 손을 꼭 잡아주는 김원해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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