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측의 우리 문화콘텐츠에 대한 규제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지난달,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의 보복성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예상치도 못한 암초를 만난 한류는 어디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까. 이에 텐아시아는 여러 실제 사례들과 엔터사들의 이야기를 모아 중국발 한류 적신호의 실태를 분석해 봤다. [편집자주]

[텐아시아=조현주·손예지 기자]
한중합작 예능 프로그램 ‘아시가수'(위)·’용감적심'(가운데 왼쪽부터)’·’아문상애파’·’간견이적성음’·’분포파형제'(아래) / 사진제공=각 프로그램 포스터
한중합작 예능 프로그램 ‘아시가수'(위)·’용감적심'(가운데 왼쪽부터)’·’아문상애파’·’간견이적성음’·’분포파형제'(아래) / 사진제공=각 프로그램 포스터
‘차이나머니’는 위력이 큰 만큼 위협 요소도 크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팽창 중인 중국은 한국의 기술력을 배우고, 한국은 중국의 자본과 거대한 시장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중합작은 매력적인 사업이다. 현재 한국과 중국은 영화·드라마·예능·걸그룹 제작·합자법인의 출범 등 다양한 한중합작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한국 배치와 관련돼 중국의 보복 조치와 관련된 위협과 관련된 조짐들이 드러나면서 한중합작에 대한 위험성 역시 대두되고 있다.

◆ 차이나머니의 공습

전지현·김수현 주연의 드라마 SBS ‘별에서 온 그대’로 촉발된 차이나머니의 공세는 그야말로 ‘공격적’이었다.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소위 ‘대박’을 치면서 한류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여기에 같은 해 11월 한중 FTA가 타결됐고, 이에 발맞춰 차이나머니가 한국 대중문화계로 급속히 파고들었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에 투자하려는 중국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줄을 이었다.

중국 화책미디어는 투자배급사 NEW에 535억원을 투자했고, 양측은 지난해 10월 합자법인 화책합신을 출범시켰다. 당시 영화 ‘뷰티 인사이드’와 ‘더 폰’을 중국판으로 만든다고 발표했다. 화책미디어는 팬엔터테인먼트와 함께 150억의 제작비가 들어간 MBC ‘킬미 힐미’의 공동제작사로 나서기도 했다.

화책합신 출범식 / 사진=NEW 제공
화책합신 출범식 / 사진=NEW 제공
인기리에 방영중인 MBC ‘W’의 제작사 초록뱀미디어는 중국 DMG그룹이 최대주주다. 2005년 설립된 심엔터테인먼트는 지난 4월 화이브라더스로 사명이 변경됐다. 중국 화이브라더스의 자회사인 화이러헝유한공사의 지분매입으로 최대주주로 우뚝 섰다. 회사 측은 “신사업추진에 따른 기입 이미지 제고”를 이유로 사명을 변경했다. 위에화엔터테인먼트도 지난 2월 한국에 위에화엔터테인먼트코리아를 설립했다. 위에화엔터테인먼트는 씨스타가 소속된 스타쉽엔터테인먼트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한중합작 보이그룹 유니크와 걸그룹 우주소녀를 데뷔시켰다. 오연서·전인화 등이 소속된 웰메이드예당은 지난 5월 청호컴넷이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6월 이매진아시아로 사명을 바꿨다. YG엔터테인먼트는 텐센트로부터, 키이스트는 소후닷컴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 한중합작으로 돌파구 찾은 방송사

방송사들 역시 한중합작에 적극적이다. 방송사들은 국내 예능프로그램 포맷을 중국에 수출하는 방식으로 가능성을 봤다. MBC ‘일밤-나는 가수다’와 ‘아빠 어디가’의 포맷을 수입한 중국은 큰 성공을 거뒀다. 중국판 ‘아빠 어디가’ 시즌1은 부가판권을 포함해 20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때문에 중국은 한국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한국은 잠재력이 큰 중국 콘텐츠 시장에서 추가 수익을 누릴 수 있다는 판단 하에 활발하게 제작 교류를 이어갔다. 아이디어만 파는 포맷 수출보다 공동기획·공동제작을 할 경우 중국 현지에서 발생한 수익을 공유할 수 있다.

MBC는 2014년 10월 중국 북경 위성 TV 채널과 손잡고 한중 합작 예능프로그램 ‘용감적심’을 제작했다. 당시 평균 시청률 1.21%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현재 중국에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네 번째 시즌을 이어가고 있는 ‘달려라 형제’는 SBS ‘런닝맨’ 제작진과 중국 방송국이 의기투합한 프로그램이다.

CJ E&M 역시 다양한 한중합작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해왔다. ‘맘마미아’·‘사랑한다면’·‘일기출발’·‘성몽기연’ 등을 비롯해, 최근에는 중국판 ‘프로듀스 101’으로 불리는 ‘꿀벌소녀대’가 방송 중이다. ‘꿀벌소녀대’는 ‘식스틴’과 ‘프로듀스 101’을 합친 포맷으로 두 프로그램의 원작자인 Mnet이 제작에 참여하고 중국 현지 방송국인 저장TV가 힘을 모았다.

한중합작 예능은 MCN 시장에서도 준비 중이다. HSMCN은 오는 9월 3일 중국 인터넷방송 도우 TV에서 실시간 예능 방송을 진행한다. 해당 방송은 HSMCN과 중국 상해 핑크 인터 액티브가 공동 제작한 한중합작 예능 프로그램이다. 최근 떠오르고 있는 MCN을 중화권 개인 방송 시장에도 적용, 그 영역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한중합작으로 인해 한국 인력의 중국 진출 역시 활발해졌다. MBC 출신 김영희 PD는 중국에서 예능 프로그램 ‘폭풍효자’를 제작했다. ‘별에서 온 그대’ 장태유 감독은 지난해 4월 중국 영화 ‘몽상합화인(夢想合人)’을 첫 공개했다. ‘달려라 형제’에는 김주형 SBS PD외에 최근 한국판 연출을 맡았던 임형택 PD가 추가로 투입됐다.

‘폭풍효자’ 출연진과 김영희 PD 등 / 사진=B&R 제공
‘폭풍효자’ 출연진과 김영희 PD 등 / 사진=B&R 제공
◆ 중국 제재, 쉽지만은 않을 것

이처럼 현재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몇 년 사이 차이나머니의 공습으로 그 판을 키웠다. 그러나 위험 역시 따른다. 사드 한국 배치 결정과 관련한 중국의 보복이 이뤄질 것이라는 ‘설’이 불거진 것. 유인나는 촬영이 절반 이상 진행된 중국 후난위성TV 드라마 ‘상애천사천년(相愛穿梭千年)2: 달빛 아래의 교환’에서 하차설이 불거졌고, KBS2 ‘함부로 애틋하게’ 중국 팬미팅이 무기한 연기되는 등 규제의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한중합작이지만 중국 측에서 언제든지 한국 배우를 하차시킬 수 있고, 투자금을 뺄 수도 있다는 공포감이 조성됐다. 실제 보복설만으로도 SM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CJ E&M 주가가 떨어지는 등 불안감이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6일 중국 매체 시나위르는 대만매체의 기사를 인용해 ‘한한령’ 영향을 받는 53개 작품, 42명의 연예인 명단이 인터넷에 유출됐다며 한국 배우들과 작품들을 언급하기도 했다. 중국 방송사들이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광전총국)의 정식공문 없이도 자발적으로 한류콘텐츠를 제한하고 있다며 한중합작 등 투자 위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중국 측에서도 쉽게 투자를 회수하거나 한중합작에서 발을 떼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광전총국에서 공식적으로 사드와 관련해서 한류 제재를 들고 나온 것은 아니다. 방송사나 제작사가 사드를 구실로 우위에 서려는 상황이 아닐까 한다”면서 “그렇게 공포감이 조성되면 우리 쪽에서 저자세로 가거나 불평등한 관계를 용인할 수도 있다. 중국은 아직까지 한국의 콘텐츠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측에서 부당한 것을 용인한다면 중국 시장에 종속될 수도 있다. 때문에 기획사나 방송사들이 그 어느 때보다 현명한 대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조현주·손예지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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