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디어 마이 프렌즈’ 포스터 / 사진=tvN 제공
‘디어 마이 프렌즈’ 포스터 / 사진=tvN 제공
한류스타 없이도 통했다.

80세 신구, 79세 김영옥, 75세 김혜자, 75세 나문희, 73세 주현, 69세 윤여정, 67세 박원숙, 65세 고두심, 그리고 45세 막내 고현정까지, 총 628세의 주인공을 내세운 드라마를 만든다고 했을 때 ‘신선하다’는 반응과 ‘과연 통할까?’라는 두 가지 시선이 공존했다.

실제 노희경 작가 역시 tvN ‘디어 마이 프렌즈’(극본 노희경, 연출 홍종찬, 이하 디마프)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요즘 (드라마는) 해외시장을 겨냥해서 젊은 한류배우를 중심으로 꾸려지는데, 내 드라마가 받아들여질지 고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노희경 작가의 고민과는 다르게 ‘디마프’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어필했다. 1일 방송된 ‘디마프’ 15회는 케이블, 위성, IPTV 통합 기준 가구 평균 8.4%, 최고 11.7%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기준) ‘응답하라1988’, ‘시그널’, ‘응답하라1994’, ‘또 오해영’에 이어 역대 tvN 드라마 중 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디마프’는 “살아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외치는 ‘꼰대’들과 ‘꼰대’라면 질색하는 버르장머리 없는 청춘의 유쾌한 인생 찬가를 다룬 작품이다. SBS ‘괜찮아, 사랑이야’ 이후 노희경 작가가 2년 만에 선보이는 드라마이자 그간 주목 받지 못했던 노년의 삶을 제대로 조명하며 화제를 샀다.

‘디어 마이 프렌즈’ 스틸컷 / 사진=tvN 제공
‘디어 마이 프렌즈’ 스틸컷 / 사진=tvN 제공
인기 요인에는 역시 인물의 상처와 그 치유를 그려내는 노희경 작가의 필력이다. 섬세하지만 때로는 잔인할 정도로 현실적이다. 극 중 간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앞둔 장난희(고두심)와 그의 딸 박완(고현정)은 함께 여행을 떠난다. 두 사람은 함께 웃고, 즐기면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이내 박완은 “난 오직 내 걱정뿐이었다. 그러니까 나 박완은, 우리 세상 모든 자식들은 눈물을 흘릴 자격도 없다. 우리 다 너무나 염치없으므로”라며 자신의 싸대기를 힘껏 쳤다. 이 장면은 수많은 자식들의 가슴을 후벼팠다.

“우리는 모두 시한부다. 오늘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젊은 한 때” “죽어서 훨훨 나는 새가 되고 싶다” “우리 자식들의 잘못은 단 하나. 당신들이 아주 오래 우리 곁에 있어 줄 거라는 어리석은 착각” 등 매회 펼쳐지는 명대사는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노년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그야말로 ‘꼰대’같은 훈계나 훈수 따위는 없다. 이들은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기 바쁘다. 그들의 사랑과 우정은 누구보다 치열하다. 이렇듯 ‘디마프’ 는 누군가의 엄마, 아빠이기 이전에 노년들의 진짜 삶에 집중했다.

‘디어 마이 프렌즈’ 스틸컷 / 사진=tvN 제공
‘디어 마이 프렌즈’ 스틸컷 / 사진=tvN 제공
영화 ‘어벤져스’에서 따온 ‘시니어벤져스’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출중한 연기력을 자랑하는 배우들의 명연기 역시 ‘디마프’ 인기의 원동력이었다. 극 속 인물과 물아일체 된 듯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겼다.

고현정의 역할은 중요했다. 그는 청춘의 시선으로 노년을 바라보는 박완 역을 맡았다. 그들을 ‘꼰대’라고 무시하기도 하고, 때로는 이해하기도 하면서 노년의 친구들과 시청자들을 연결시켜줬다. 여기에 난희와의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한층 성장하는 모습과 서연하(조인성)와 매회 절절한 러브라인을 선보이며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했다.

‘디어 마이 프렌즈’ 스틸컷 / 사진=tvN 제공
‘디어 마이 프렌즈’ 스틸컷 / 사진=tvN 제공
조인성과 이광수는 특별출연의 새 역사를 썼다. 두 사람은 매회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냈다. 박완의 옛 남자친구 서연하로 출연한 조인성은 박완에게 프러포즈를 하러 가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를 잃었다. 조인성은 박완과 함께할 수 없지만 여전히 사랑하는 관계를 그려냈다.

이광수는 조희자(김혜자)의 막내아들 유민호 역을 맡았다. 이광수는 엄마를 향한 깊은 사랑을 지닌 민호 역을 통해 연기자로서의 재발견을 이뤄냈다. 앞서 ‘괜찮아, 사랑이야’를 통해 노희경 작가와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은 ‘특급 의리’로 촬영에 기꺼이 임했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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