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디어 마이 프렌즈’ 화면 캡처 / 사진=tvN 제공
‘디어 마이 프렌즈’ 화면 캡처 / 사진=tvN 제공
“요즘 누가 꼰대들 얘기를 돈 주고 읽어. 요즘 지들 부모한테도 관심 없어”라고 소리치던 박완은 ‘꼰대’들과 지지고 볶는 일상을 통해 자신의 어리석음을 보게 된다. 그는 “지금 이 순간을 치열하고 당당하게 살아내고 있는” 자신의 늙은 친구들을 이해하게 된다. 청춘과 ‘꼰대’는 그렇게 친구가 됐다.

2일 종영한 tvN ‘디어 마이 프렌즈’(극본 노희경, 연출 홍종찬)에서는 길 위로 여행을 떠나는 조희자(김혜자) 장난희(고두심) 문정아(나문희) 오충남(윤여정) 이영원(박원숙) 김석균(신구) 이성재(주현) 등 노년의 친구들과 서연하(조인성)에게로 돌아가게 된 박완(고현정)의 모습이 그려졌다.

또 다시 편견을 깨뜨렸다. 노희경 작가는 2014년 방송된 SBS ‘괜찮아, 사랑이야’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병을 집중했다. 사람에 대한 사랑과 관심으로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깊은 울림을 안겼다. “정신질환 환자에 대한 우리사회의 편견을 깨고 싶었다”고 밝힌 그는 드라마를 따뜻한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런 노희경 작가가 2년 만에 선보인 이야기는 바로 ‘꼰대’였다.

신구(80), 김영옥(79), 나문희(75), 김혜자(75), 주현(73), 윤여정(69), 박원숙(67), 고두심(65) 등 주로 주인공의 엄마, 아빠 역할을 했던 배우들을 전면으로 내세워 그들의 이야기에 ‘본격’ 집중했다. 드라마는 우리가 ‘꼰대’라고 폄하하기 전에, 누군가의 엄마, 아빠이기 이전에 그들의 삶과 이야기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너무 현실적이라 때로는 불편했고, 그래서 더 슬펐다. 상처와 아픔을 가지고 있는 부부와 부모 자식 관계 등을 그린 노희경 작가는 이번에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딸에서 집착했던 장난희는 두 가지 트라우마에 갇혀 사는 인물이다. 하나는 바람난 전 남편 그리고 또 하는 장애인 동생. 그래서 박완에게 “세상 남자 다 되도 유부남과 장애인은 안 된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한다. 그러나 박완이 사랑하는 남자, 연하는 두 다리를 쓰지 못한다. 하지만 딸이 진정으로 행복한 길이 무엇인지 알게 된 난희는 그를 연하가 살고 있는 슬로베니아로 보낸다. 난희 역시 딸보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노력한다.

‘디어 마이 프렌즈’ 화면 캡처 / 사진=tvN 제공
‘디어 마이 프렌즈’ 화면 캡처 / 사진=tvN 제공
절대 변할 것 같지 않던 ‘꼰대 중의 꼰대’ 김석균 역시 달라졌다. “남자가 밥 하리! 남자가 물 따르리!”라며 고래고래 소리치고, 가족들을 고압적인 자세로 대했던 석균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눈물을 흘렸다. 그는 ‘좋은 남편 십계명’을 달달 외우는가하면 문정아의 다리를 주물러주고, 물을 떠다주며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아의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졌다.

“나는 할 수 있다, 혼자 살 수 있다”를 외쳤던 조희자는 남에게 피해 주는 걸 끔찍하게 싫어했다. 이미 망상장애 진단을 받고 자살을 시도했던 그녀다. 때문에 치매 증상이 심해질수록 희자의 고통 역시 커졌다. 자식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요양원으로 향한 그지만 생활은 답답했다. 결국 그는 정아에게 전화를 했고, 두 사람은 ‘델마와 루이스’처럼 길을 떠난다. 죽더라도 요양원이 아닌 길 위에서 죽고 싶다던 두 노년 친구는 뜨거운 포옹을 하고 두 손을 맞잡았다.

두 사람의 여행은 예기치 않게 단체 여행으로 변모하고, 이들의 여행은 이제 일상이 됐다. 그들은 캠핑카를 타고 번번이 길을 나섰다. 길을 헤매고, 캠핑카의 바퀴가 진흙에 파묻혀도 여행을 멈추지 않았다. 어차피 살아온 길이 힘들었던 그들에게 길 위의 여행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죽을 때 죽더라도 길 위에서 죽어야지”라고 힘주어 말했던 정아와 희자의 곁에는 노년의 친구들이 함께 했다. 무기력하고 답답한 꼰대들의 모습이 아닌 그 누구보다 생동감 넘치고 활기찼고, 주체적이었다. 노희경 작가는 박완의 목소리를 빌려 “그들은 자신들의 지난 삶을 치열하게 살아온 것처럼, 지금 순간을 치열하고 당당하게 살아내고 있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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