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우리동네 음악대장 / 사진제공=MBC ‘일밤-복면가왕’
우리동네 음악대장 / 사진제공=MBC ‘일밤-복면가왕’
시청자들은 ‘음악대장’이 누구인지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오직 그가 이번에는 어떤 노래를 부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일, ‘우리 동네 음악대장’은 MBC ‘복면가왕’ 10연승에 도전한다. 그는 무려 19주 동안 가왕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앞서 ‘복면가왕’에서 장기집권을 하던 가왕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김연우)’, ‘소녀의 순정 코스모스(거미)’는 각각 4연승을 기록했고, ‘여전사 캣츠걸(차지연)’은 5연승에 성공해 두 달 이상 ‘복면가왕’에 출연했다. 그러나 ‘음악대장’은 이들과 비교했을 때 무려 두 배가 넘는 기간 동안 ‘복면가왕’의 왕좌에 앉아있다. 그런데 앞서 장기집권을 했던 가왕들과 차이점이 있다면, 장기집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열화와 같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복면가왕’은 경연을 바탕으로 한 ‘미스터리 음악쇼’다. 계속해서 승리할 수만 있다면 자신의 정체를 공개하지 않고, 계속해서 노래를 부를 수 있다. 승리하는 것이 엄청난 명예를 가져다주는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복면가왕’도 경연이 바탕이기 때문에 기존 경연 프로들과 마찬가지로 쉽게 승리를 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있었다. 그 중에서 폭발적인 고음은 ‘가왕’이 되기 위해선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할 자질이다.

그 기준을 가장 잘 따랐던 가왕이 ‘캣츠걸’이었다. 그는 폭발적인 고음과 화려한 무대 매너로 기존 ‘클레오파트라’와 ‘코스모스’가 달성한 4연승 기록을 깨고, 5연승이란 신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캣츠걸’의 창법과 매회 비슷한 스타일의 무대는 시청자들에게 피로감을 줬고, “누군지 다 아는데 이제 그만해라”는 반응으로 이어졌다.

‘복면가왕’ 캣츠걸 / 사진제공=MBC
‘복면가왕’ 캣츠걸 / 사진제공=MBC
‘음악대장’은 (누가 봐도) 로커의 피가 흐르는, 록 발성의 가수이기에 하늘을 찌르는 듯한 고음을 소유하고 있으며, 그에 못지않게 가슴을 울리는 묵직한 저음이 매력적인 가수다. 여기에 섬세한 감성 표현이 가능한 것도 그의 장점이다. 그런데 그에게 시청자들은 “지겹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음 노래가 더 기대된다는 반응이다. ‘음악대장’은 지금까지 이유 있는 선곡을 해왔다. 자기가 정말 시청자들에게 불러주고 싶은 노래들을 부르며, 시청자들을 ‘음악대장’의 세계로 초대하고 있다.

‘음악대장’의 2, 3라운드 곡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신해철의 노래였다. 특히 3라운드 ‘라젠카, 세이브 어스’는 그 누구도 어떤 방송에서 부른 적이 없어 단숨에 화제를 모았다. ‘음악대장’은 7연승에 도전할 때 다시 한 번 신해철의 노래 ‘일상으로의 초대’를 선택해 그와 신해철이 굉장히 밀접한 가수가 아닐까하는 추측을 낳았다.

‘음악대장’이 첫 번째 가왕 방어전에서 선택한 곡은 한국 록의 전설 전인권의 ‘걱정말아요, 그대’였고, 세 번째 가왕 방어전은 현재 전신마비를 딛고 재기한 더 크로스, 김혁건의 ‘돈 크라이(Don’t Cry)’였다. 특히, 이 무대가 끝나고 김혁건은 자신의 트위터에 “제 노래를 불러주셔서 또, 다시 예전 추억을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울컥했어요”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네 번째 가왕 방어전에서 ‘음악대장’이 부른 노래는 15년째 파킨슨병을 투병 중인 한국 1세대 소울 가수 박인수가 부른 ‘봄비’였다. 이 노래는 한국 록의 전설 신중현이 작곡한 곡으로 더욱 눈길을 끌었다. 그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도 불렀다. ‘음악대장’은 초등학교 때부터 우상이라고 언급해, 앞선 노래들과 마찬가지로 ‘헌정’의 느낌으로 무대를 꾸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복면가왕’ 음악대장 / 사진제공=MBC
‘복면가왕’ 음악대장 / 사진제공=MBC
파격적인 무대도 있었다. 빅뱅의 ‘판타스틱 베이비’를 선곡해 ‘이 난장판에 끝판왕’이 누구인지 확인시켜줬으며, 아홉 번째 가왕 방어전에서는 심수봉의 ‘백만송이 장미’를 선곡, 트로트마저 소화할 수 있는 ‘장르 소화제’의 면모를 과시했다. 또한, 정통 록인 티삼스의 ‘매일 매일 기다려’도 불렀다. 노래가 너무나 어려워 감히 리메이크도 시도 못하는 이 노래를 ‘음악대장’은 시원하게 부르며 팬들을 열광케 했다.

이기기 위한 무대가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정말 불러주고 싶은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 음악대장의 가장 큰 특징이고, 그가 사랑 받고 있는 이유다. 뛰어난 가창력을 가진 가수들은 많지만, 노래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는 가수들은 드물다. 어쩌면 ‘음악대장’은 편견 없이 노래에만 집중할 수 있는 ‘복면가왕’의 취지를 가장 잘 살려주고 있는 가수가 아닐까. 귀여운 호두까기 인형 가면 속 얼굴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