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장진리 기자]
SBS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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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된 집안일수록 자랑하고 싶은 자식도 많은 법. 올 한 해 풍성한 수확으로 ‘드라마 왕국’이라는 명성을 되찾아온 SBS가 1년을 마무리하는 축제를 앞두고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SBS 드라마는 올해 풍년을 거뒀다. ‘펀치’, ‘풍문으로 들었소’, ‘상류사회’, ‘용팔이’, ‘가면’, ‘미세스캅’, ‘육룡이 나르샤’ 등 수많은 드라마가 인기와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평일 미니시리즈계를 평정했다. 여기에 시청률은 다소 아쉽지만 작품성 과 배우들의 호연은 수작이라는 극찬도 아쉬운 ‘애인있어요’와 ‘마을-아치아라의 비밀’까지 그야말로 대박 드라마가 한 상 가득 차려진 거한 잔칫상이다.

그러나 모두가 영광의 주인공이 될 수는 없는 법. ‘연기대상’이 한 해 동안 수고한 배우들과 스태프들을 치하하고 격려하는 자리지만 트로피의 갯수는 한정돼 있고, 최고의 활약을 펼쳤음에도 상을 받지 못하는 서러운 누군가는 반드시 생기는 것이 슬픈 연말 시상식의 법칙이다. 풍작을 거둔 만큼 SBS는 생살을 도려내는 아픔으로 수상자를 결정해야만 하는 갈림길에 섰다.

흥미롭게도 올해 ‘SBS 연기대상’에는 변수가 생겼다. 방송 분량의 70%를 채워야 했던 지난 해와는 달리 50% 이상 전파를 탄 드라마는 후보에 오를 수 있다는 것. ‘육룡이 나르샤’와 ‘애인있어요’는 이 혜택을 받아 후보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안 그래도 만석인 ‘연기대상’ 행 기차에 입석까지 모두 꽉 들어찬 셈이다.

대상 후보 역시 쟁쟁하다. 단 한 치의 양보도 어려울 만큼 팽팽한 대상 후보들이라 쉽게 수상 결과를 점치기도 어려운 상황.

유력 대상 후보로는 ‘펀치’의 김래원-조재현, ‘용팔이’ 주원-김태희, ‘미세스캅’ 김희애, ‘육룡이 나르샤’ 김명민-유아인, ‘애인있어요’ 김현주 등이 꼽힌다.

김래원과 조재현은 ‘펀치’에서 전율을 불러 일으키는 명연기로 안방에 강펀치를 날렸다. 특히 시한부 선고를 받고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검사 박정환 역을 맡았던 김래원은 ‘김래원의, 김래원을 위한, 김래원에 의한’ 역할을 연기했다는 극찬을 받을 정도로 인생 캐릭터를 완성했고, 조재현 역시 소름끼치는 악역 연기로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지상파 미니시리즈가 한 자릿수 시청률로 고전하는 가운데 20%가 넘는 신드롬적 시청률을 구가한 ‘용팔이’의 두 주인공 주원과 김태희도 대상 후보에서 빼놓을 수 없다. 주원은 ‘용팔이’의 타이틀롤을 맡아 액션부터 멜로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오가며 ‘시청률 보증수표’다운 활약을 해냈고, 김태희는 그간의 연기력 논란을 딛고 ‘김태희의 재발견’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미세스캅’의 김희애 역시 막강 대상 후보다. 워킹맘 경찰 역을 연기한 김희애는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과 공감을 자아내는 깊은 감정 연기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사극 돌풍을 이어가고 있는 ‘육룡이 나르샤’의 김명민-유아인 역시 빠질 수 없다. 특히 ‘고려제라블’로 안방에 감동 물결을 선사한 김명민과 ‘베테랑’, ‘사도’로 스크린을 평정하고 안방으로 돌아온 유아인을 대상 후보로 꼽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김명민이 이번에 대상의 영광을 차지한다면 고두심에 이어 방송 3사 대상을 모두 차지한 두 번째 배우라는 영광에 오르게 된다.

‘애인있어요’의 김현주는 연말 떠오른 ‘연기대상’의 다크호스. ‘애인있어요’는 다른 드라마에 비해 시청률이 밀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김현주의 연기력 만큼은 ‘역대급’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도해강과, 독고용기, 그리고 기억상실증과 기억을 잃은 척 연기하는 캐릭터까지 1인 4역이라는 독보적인 김현주의 활약은 김현주의 첫 대상 가능성에도 무게를 높이고 있는 것.

SBS 드라마국은 행복한 고민 중이다. 한 SBS 관계자는 텐아시아에 “쟁쟁한 배우들이 너무 많아 후보만 추리기에도 어려운 상황이다. 수상자를 결정하는 건 더욱 힘들다. 아마 ‘연기대상’ 개최 직전까지도 결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기대상이 답이 정해져 있는 객관식 문제라면 얼마나 좋을까. 시청자들은 저마다의 답이 있는 물음을 가지고 있고, SBS 는 이제 최선의 답을 찾아 그 물음에 답해야 할 때다.

장진리기자 mari@
사진. 텐아시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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