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도롱 또?
맨도롱 또?
[텐아시아=최보란 기자]‘맨도롱또?’의 로맨스, 1회만으로 시청자들의 목마름을 채우기엔 부족했다.

지난 2일 MBC 수목드라마 ‘맨도롱또?'(극본 홍정은 홍미란, 연출 박홍균 김희원)이 16회를 끝으로 안방극장에 이별을 고했다. 최종회에서는 건우(유연석)와 정주(강소라)가 숱한 엇갈림을 극복하고 행복한 결혼을 약속하며 해피엔딩을 맞았다.

‘맨도롱또?’은 제주도 방언으로 ‘기분 좋게 따뜻한’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드라마의 주된 배경이 되는 레스토랑 이름이기도 하다. 하지만 때로는 그 온도를 차갑고도 뜨겁게, 조절할 필요가 있었다. 16회를 달려오는 동안 내내 엇갈림을 반복한 남녀주인공의 사랑은 뜻뜨미지근한 느낌을 남겼다.

이번 작품 역시 홍자매스러운 설정들이 눈에 띄었다. 여주인공이 먼저 시작한 사랑이 엇갈림 끝에 남자의 열렬한 구애로 이뤄지는 점, 남녀주인공의 사랑을 방해하는 악녀, 여주인공의 키다리 아저씨 같은 존재로 남는 짝사랑남 등 전작들의 익숙한 설정이 눈에 띄었다.

기존 설정을 반복했다고 해서 식상한 것은 아니다. 홍자매는 이 같은 설정이 들어간 ‘최고의 사랑’, ‘주군의 태양’ 등은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으며 인기리에 방송됐다. ‘맨도롱또?’은 여기에 제주도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풍광을 더한 ‘힐링로코’라는 점에서 더욱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지지부진한 스토리 전개와 남녀 주인공의 소극적인 태도가 아쉬움을 샀다. 정주가 건우를 바라볼 때 건우는 첫사랑 목지원(서이안)을 바라보고, 건우가 정주를 바라볼 때는 황욱(김성오)과의 사이를 오해했다. 마침내 건우가 자신의 마음을 깨닫고 고백하는가 싶었더니, 이번엔 정주가 그를 믿지 못하고 밀어냈다. 이렇게 엇갈림만 반복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시청자들을 답답하게 만들어 ‘힐링로코’라는 말을 무색케 했다.

두 사람은 마지막까지 스스로의 힘이 아닌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비로소 사랑을 깨달았다. 정주는 건우가 홍콩으로 떠난 뒤 풍산(진영)의 말을 통해 건우의 진심을 알게 됐고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 건우는 정주와 황욱의 사이를 오해한 채 겉돌다 결국 홀로 제주도를 떠났다. 1년 뒤 재회한 두 사람은 여전히 솔직하지 못했고, 오히려 황욱의 도움으로 사랑을 이룰 수 있었다.

이처럼 아쉬운 전개와 캐릭터 설정 속에서도 배우들의 가능성만은 엿볼 수 있었다. 유연석은 오지랖 넓고 철없는 건우 캐릭터를 사랑스럽게 표현하며 재벌3세 캐릭터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얻었다. 강소라 또한 식상할 수 있는 캔디형 캐릭터를 섬세한 감정 연기로 소화,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올 여름 많은 기대를 모았던 홍자매표 로코 ‘맨도롱또?’은 결국 2%의 아쉬움을 남기고 떠나게 됐다. 따뜻함을 자아내는 해피엔딩이었지만, 그 결말이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전해지기에는 시간 분배가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톡톡 튀는 캐릭터들에서만은 홍자매 특유의 장점이 드러났다.주연부터 조연, 카메오에 이르기까지 독특한 캐릭터들의 등장은 드라마의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홍자매가 다음에는 좀 더 뜨거운 드라마로 돌아오길 기대해 본다.

최보란 기자 ran@
사진. ‘맨도롱또?’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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