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혁, 이광기, 박지일, 남성진(위부터)
선동혁, 이광기, 박지일, 남성진(위부터)
선동혁, 이광기, 박지일, 남성진(위부터)

‘징비록’이 2회만에 품격이 다른 대하사극의 존재감을 보여줬다.

지난 14일과 15일 방송된 KBS1 광복 70주년 특별기획 대하드라마 ‘징비록'(극본 정형수, 정지연, 연출 김상휘, 김영조)에서는 서애 류성룡(김상중)이 임진왜랑 당시 이순신의 활약과 죽음을 회고하는 첫 회부터 임진왜란 직전 조선과 일본의 상황이 그려지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조선에 도착한 대마도주 평의지(조재완)의 등장과 동인, 서인간 당쟁, 왜국의 최고권력자 도요토미 히데요시(김규철)의 잔혹함에 대한 소문은 이후 조선의 앞길이 평탄치 않음을 예고했다. 평의지는 탁상공론과 당쟁에 빠진 조정의 행태에 우려를 표하고 류성룡에게 전쟁 가능성을 언급하며 왜국 군대의 무장 정도와 도요토미 히데요시(김규철)에 대해 경고했다.

여기에 2회에서는 이와 함께 조선을 침략하려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야욕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며 긴장감을 높였다. 방송 말미에 류성룡과 선조가 극비리에 개발하고 있었던 신무기 비격진천뢰의 존재가 외부로 유출됐다는 사실이 알려져 상황이 더 급박하게 돌아갈 것임을 예고했다

‘징비록’은 밀도 높은 정치와 외교의 장이 지루할 틈 없이 그려지며 방송 초반부터 시선을 사로잡았다. 무게감 있는 배우들의 연기는 신뢰감을 높였다. 신중함과 우국충정을 지닌 류성룡의 모습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입혀낸 김상중과 이에 대립하는 다혈질의 선조 김태우, 10년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임동진과 도요토미 히데요시 역을 맡은 김규철의 서늘한 포스 등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징비록’의 의미 있는 시작을 알렸다.

‘징비록’은 이들 외에도 이재용, 김혜은, 이광기, 이정용, 남성진, 최철호, 정태우, 노영학, 이춘식, 김효원, 선동혁, 이기열, 최일화, 김형일, 박지일, 박철호, 강인기, 박유승, 정흥채, 김종수, 김광영, 황인영, 조재완, 이관훈, 고규필, 한지완, 한가림, 윤홍빈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이 총집합했다.

특히 이 가운데는 앞서 ‘정도전’에 이어 다시 한 번 출연한 배우들도 눈길을 모은다. 여말선초를 배경으로 했던 ‘정도전’에서 조선 중기의 ‘징비록’으로 옮겨와 어떤 변신을 보여줄지 궁금증을 모으는 대목이다. 특히 기존에 ‘정도전’ 애청자들은 ‘징비록’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드러내고 있기에, 연이어 KBS 대하사극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반가운 상황이다.

‘정도전’에서 이성계의 오른팔이자 평생을 함께하는 동지 이지란으로 분했던 선동혁도 ‘징비록’에 연이어 모습을 드러낸다. 이지란은 이성계와 티격태격하기도 하지만 마음 속 깊이 서로를 위하는 인물로, 선동혁은 ‘정도전’에서 정감있는 사투리와 카리스마 있는 연기로 이성계 역의 유동근과 찰떡호흡을 선보였다.

선동혁은 이번 ‘징비록’에서는 서인의 영수인 송강 정철 역을 맡아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다. 1589년 기축옥사를 계기로 선조의 마음을 사로잡아서 서인의 세상을 만들려고 하는 인물로, ‘정도전’에서와는 또 다른 냉철한 카리스마가 기대된다.

‘정도전’에서 권문세족이 되고 싶었던 사대부 하륜 역을 맡았던 이광기는 ‘징비록’에서 일본인으로 변신했다. ‘정도전’에서 그는 이인임의 정치적 수제자이자, 한미한 가문 출신임에도 당대 최고의 권문세족인 이인복의 제자가 된 하륜으로 분해 인상깊은 연기를 선보였다. 특히 “소생 하륜이옵니다”라는 대사는 유행어로 자리매김 하기도 했다.

이광기는 ‘징비록’에서 임진왜란 때 조선을 침략한 왜군의 선봉장 고니시 유키나가 역할을 맡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상인 집안 출신으로, 침착하면서도 손익계산에 빠른 인물. 2회에서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명나라를 넘기 위해서는 군수보급기지가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조선 침략의 결단에 불을 붙였다.

‘정도전’에서 성리학자 목은 이색으로 조용하고도 강한 존재감을 보여준 박지일은’징비록’에서는 서인세력의 막후 조정자 송익필로 분했다. 당대의 ‘8문장가’로 꼽힐 만큼 뛰어난 인재였으나 노비 출신이라는 한계에 그쳐 과거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숨은 인재 송익필이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지 시청자들도 궁금증을 표하고 있다.

‘정도전’에서 고려의 마지막 왕인 공양왕을 연기했던 남성진은 ‘징비록’에서 류성룡의 지기이자 이산해의 사위인 한음 이덕형으로 분했다. 임진왜란 당시 청 원사로 명나라에 파견돼 파병을 성취시키는 등 전란 중 외교의 전반적인 일을 담당한다.

글. 최보란 orchid85a@tenasia.co.kr
사진제공.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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