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및 관찰 예능의 붐을 이끈 MBC ‘일밤-아빠! 어디가?’가 막을 내렸다.

지난해 1월 방송을 시작한 ‘아빠! 어디가?’는 미취학·초등 저학년 연령의 아이들과 아빠가 여행을 떠나는 콘셉트로 예능 프로그램의 새로운 포맷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여행을 통해 가족 간 서로 알지 못했던 점들을 발견하고 부자 또는 부녀의 정을 쌓아가는 모습이 훈훈한 미소를 안기며 ‘일밤’의 부활을 이끌었다.

‘아빠! 어디가?’는 그간 주말 예능 프로그램의 한 흐름을 구축해 왔던 버라이어티 예능과는 사뭇 달랐따. 이 프로그램 안에서는 유명인이라고 해서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아빠와 아이의 모습이 그려졌다. 아이와 끼니를 해결하고 낯선 곳에서 잠자리를 살펴주면서 아빠들은 아이의 얼굴을 한 번 더 쓰다듬었고, 아이들은 아빠와의 거리감을 좁혔다. 이는 멀어졌던 ‘일밤’과 시청자들의 거리도 다시 가까워지게 만들었다.

아무것도 못 할 줄 알았던 아이들이 척척 미션을 수행하며 아빠들이 내 아이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하기도 하고, 시청자들을 놀라게 만들기도 한다. 아빠와 아이들은 여행을 통해 점차 서로 소통하고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제작진은 이를 관찰자적인 입장에서 담아 내며 기존 버라이어티와는 차별화된 매력을 선사했다.

예능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아빠! 어디가?’의 화려한 시작은 마지막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매회 방송마다 이슈가 되고 출연진들이 광고를 휩쓸 정도로 프로그램이 큰 사랑을 받을 때가 있었지만, 점차 출연진 하차 논란과 기본 포맷의 반복 등으로 인해 후발주자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밀리며 자존심을 구겨야 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기획 초기부터 ‘아빠! 어디가?’의 기본 포맷과 유사하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지만 화려한 캐스팅과 자신만의 정체성을 잡아가면서 점차 입지를 단단히 했다. ‘아빠! 어디가?’도 시즌 2로 새 단장하고 분위기를 전환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김성주의 둘째 아들 민율이와 정웅인의 세 딸 삼윤이가 귀여운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으며 인기를 모았다.

그러나 육아 예능의 물결을 만들어낸 이 프로그램은 비슷한 포맷의 예능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며 ‘아빠! 어디가?’의 침체기를 가져왔다. 시청자들의 선택권은 넓어졌고, 눈은 더욱 높아져 있었다. 육아예능의 효시인’아빠! 어디가?가 보여준 신선함과 놀라움은 시청자들의 기억 속에서 점차 옅어졌고, 더욱 새로운 것을 찾는 시청자들의 기호를 제대로 파악한 새로운 예능들이 ‘아빠! 어디가?’에 머물렀던 눈길을 빼앗아 갔다.

치열한 예능 환경 속에서 시청자들의 시선을 다시 되돌리기란 결코 쉽지 않다. 더 이상 시청자들의 흥미를 이끌어 내지 못하는 프로그램이 폐지되는 것이 한 두번도 아니다. 하지만 ‘아빠! 어디가?’의 종영은 유독 애틋하고 각별하다. 이 프로그램이 기존 예능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아빠! 어디가?’는 예능 본연의 임무인 ‘웃음’ 외에도 많은 의미를 남겼다. 무엇보다 ‘아빠’에 대한 우리 사회의 생각을 변화시켰다. 아빠와 육아라는 서로 어울리지 않을 법한 단어를 연결시켰고,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서툰 아빠들에게 이 프로그램은 ‘사랑하는 법’을 알려줬다. 매회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만큼이나 눈부셨던 것은 그와 함께 변화하는 아빠들의 모습이었다. 무뚝뚝하고 엄한 아빠 성동일과 안정환이 변해가는 모습을 시청자들도 느낄 수 있었고 뭔지 모를 뭉칼한 감동을 안겼다.

한편 ‘아빠!어디가?’의 마지막 회는 강원도 정선 마을에서 펼쳐졌다. 제작진은 아빠들을 위해 아이들의 1년 전 사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일종의 성장앨범을 선물했다. 아이의 지난 1년간의 성장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게 된 아빠들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서렸다. 이가 없던 후는 앞니 튼튼한 형이 되었고, 민율이는 키가 10cm나 자랐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은 아빠와의 추억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감사할 줄 아는 가족의 일원이 되어 있었고, 아이들 덕분에 아빠가 감동의 눈물을 쏟았다.

비록 방송은 끝났지만, 아빠와 아이들의 삶은 계속 될 것이다. 이 아이들과 아빠들의 인생 한토막을 함께 하며 시청자들이 많은 즐거움을 얻었던 것처럼, 아이들에게도 ‘아빠! 어디가?’가 좋은 추억으로 남기를 바라본다.

글. 최보란 orchid85a@tenasia.co.kr
사진. ‘아빠! 어디가?’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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