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명, 오민석, 태인호, 전석호, 신재훈(오른쪽 위부터 시계방향)
김대명, 오민석, 태인호, 전석호, 신재훈(오른쪽 위부터 시계방향)
김대명, 오민석, 태인호, 전석호, 신재훈(오른쪽 위부터 시계방향)

‘미생’ 속 대리 4인방이 서로 다른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10월17일 방송을 케이블 채널 tvN ‘미생'(극본 정윤정, 연출 김원석)은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을 바탕으로 한 탄탄한 줄거리와 만화 속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배우들의 호연, 웹툰과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 드라마의 섬세한 연출력 등이 조화를 이루며 직장인 필수 감상 드라마로 등극했다.

평생을 바친 바둑에 실패하고 차가운 세상에 맨몸으로 마주서게 된 주인공인 장그래(임시완)을 중심으로 안영이(강소라), 한석율(변요한), 장백기(강하늘) 등 원 인터내셔널 신입사원들의 눈물나는 사회 적응기가 직장인들의 공감을 자아내고 있다.

신입사원들을 울리고 웃기는 상사들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신입사원들의 직속 상사로 회사에서 이들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대리들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이들은 신입사원들의 직속 상사로서 이들과 ?론 갈등을 형성하기도 하고 때론 깨달음을 안기기도 한다.

‘미생’에는 장그래가 속한 영업 3팀 김대리(김대명), 안영이가 속한 자원2팀 하대리(전석호)와 유대리(신재훈), 장백기가 속한 철강팀 강대리(오민석), 한석율이 속한 섬유팀 성대리(태인호)가 등장하고 있다. 각 팀별로 서로 다른 업무 스타일과 성격을 지닌 대리들이 등장하고 있어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영업3팀의 김대리는 선수들만 가득한 세상에 순수로 똘똘 뭉친 남자다. 처음엔 26살이 되도록 학력과 스펙 전무에 변변한 경력도 없는 그래를 운 좋은 낙하산으로 오해하지만, 그래의 본모습을 알게 되면서 누구 보다 든든한 선임이 된다. 상사 오성식의 승진을 진심으로 바라며 우직함과 확실한 위계질서로 무장한 열정적인 인물이다.

32년 모태솔로로 소개팅에 번번이 실패, ‘미생’에서는 “이기적이지 않아서”라는 이유로 차인 뒤 낙담하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일처리에 있어선 완벽한 프로인 대리 2년차로, 지방 국립대 출신이지만 각종 동아리 활동과 공모전 입상 실적으로 원 인터에 들어 온 실력파이기도 하다. 노모를 모시고 사는 생계형 샐러리맨으로 영업3팀의 살림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김대명은 그의 첫 TV 출연작이자 현재까지 최고의 히트작이 된 ‘미생’에서 그만의 연기 스타일을 한껏 보여준다. 김대명은 대사를 완전히 해체해 자신의 스타일로 바꿔 소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자신만의 스타일로 김동식을 통해 전하고 있기에, 김대명은 마치 김대리 그 자신인 듯한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쳐내고 있다.

오민석이 연기하는 강대리는 완벽한 일 처리로 흠잡을 데 없는 엘리트이자 철저한 원리 원칙자. 초반에는 능력을 발휘하고 싶어하는 장백기에게 단순 업무만 시키며 답답한 인상을 주기도 했지만, 그 모든 것이 다 깊은 뜻이 있었다는 것이 드러나며 ‘미생’ 속 모범 대리로 주목받고 있다.

강대리는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천천히 변화하는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철강을 다루기에는 너무나 패기 넘치는 장백기가 들뜬 숨을 죽이고 철강팀의 업무를 스스로 파악할 수 있도록 작지만 반드시 필요한 서류부터 꼼꼼히 볼 수 있는 일을 줬던 것이다.

오민석은 이러한 강대리를 완벽히 소화했다. 완벽한 일처리로 흠잡을 데 없는 엘리트이자 일에 대해 나름의 뚜렷한 지닌, 현실 속 대기업 직원 모습 그대로를 옮긴 듯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쳤다. 속내를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인물의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캐릭터 연구를 거듭한 결과였다.

신입사원 중 단연 능력자로 인정받던 안영이도 회사 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그녀의 시련은 하대리와의 만남에서 시작됐다. 과거 여자 상사와 일하며 고생한 뒤 여자들에 대한 안 좋은 편견을 갖게 된 하대리는 가뜩이나 여자인 안영이에 색안경을 끼고 있는데다, 오자마자 자신의 보고서를 평가하는 안영이의 태도에 화가났다. 이에 안영이를 모질게 괴롭히며 시청자들에게 밉상 상사로 전락하는 듯했다.

하지만 안영이가 먼저 고개를 숙이고 어떤 일이든 해내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하대리는 안영이를 다시보게 됐다. 잡무나 심부름이 아니라 그녀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업무를 맡기기 시작했다. 또 집안 문제로 경황이 없어 상사가 지시한 서류를 제대로 찾지 못해 위기에 처했을 때 대신 서류를 찾아주며 안영이를 도와주는 등 의외의 면모를 드러내며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훈훈하게 하고 있다.

전석호는 겉은 차갑지만 알고보면 따뜻한 하대리의 모습을 연기하며 주목받고 있다. 자칫 밉상으로 전락할 수 있는 하대리 캐릭터를 잘 소화해내며 매력을 이끌어 내고 있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안영이를 인정하고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며 반전 매력을 과시하고 있다.

하대리와 같은 자원2팀 유대리는 또 다른 매력의 소유자. 유대리는 다혈질 하대리에 비해 조용한 말투와 상대적으로 적은 비중 때문에 크게 주목받고 있지는 않지만, 그 역시 남다른 개성으로 극에 재미를 불어넣고 있다. 유대리는 눈치를 잘 살피며 분위기에 맞춰가는 스타일로, 하대리가 안영이를 괴롭히는 틈을 타 그 역시 안영이에게 담배 심부름을 시키는가하면, 부장님의 말에 장단을 맞추며 묻어간다.

혼내는 시어머니보다 편드는 시누이가 더 얄밉듯 하대리의 옆에서 은근히 안영이에게 잡일을 미루는 유대리의 모습이 현실적이다. 하지만 그 역시 하대리와 마찬가지로 무서운 신입 안영이를 마땅찮게 보다가도 점차 그녀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자원2팀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신재훈은 가볍고 줏대없는 유대리 역에 빙의해 시누이 같은 역할로 보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으로 석율에게 인품이 훤칠하단 평을 들었던 성대리는 곧 숨겨둔 마각을 드러내며 하대리와는 또 다른 반전을 선사하고 있다. ‘후배는 내 봉이자 막 써먹기 위한 존재’라는 철학을 지닌 성대리는 석율과 대립의 각을 세우며 자신의 가치관을 강요, 어느덧 시청자들에게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다.

이와 별개로 성대리는 석율의 계속된 공격에도 놀라운 대처술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술자리에 석율을 불러내 일장연설을 늘어 놓은데 이어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등의 막말을 하더니 마시지도 않은 술값 덤탱이를 씌워 석율을 뒷목 잡게 했다. 이후 회의 자료를 일부러 보고하지 않거나 사내 익명게시판에 험담글을 쓰는 등 갖은 방법을 동원했지만, 그럴수록 성대리는 능력있고 마음씨 좋은 선배가 되고 석율만 못쓸 후배가 되는 것이었다.

태인호는 모든 일을 꿰뚫고 있는 듯 여유 넘치던 석율 마저도 꼼짝 못하게 만드는 천적 성대리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극에 새로운 재미를 불어 넣고 있다. 비록 얄미운 선임의 대표적인 예이긴 하지만 성대리는 앞서 김대리, 강대리, 하대리와는 또 다른 스타일을 보여주며 ‘미생’ 속 에피소드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이처럼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대리들이 있어 ‘미생’의 이야기는 한층 다양하고 깊게 회사원들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게 됐다. 각각 다른 대리들을 선임으로 만난 신입사원들이 이들을 멘토로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게 될지도 궁금해진다.

글. 최보란 orchid85a@tenasia.co.kr
사진. tvN ‘미생’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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